사진=뉴시스

[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 신라젠 여파로 제약·바이오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펙사벡 임상 조기종료 소식에 경영진까지 나서 긴급간담회를 열고 진화에 나섰지만 추풍낙엽 신세를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3상 중단 권고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신라젠이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신라젠은 지난 2일 임상 3상 중단 권고 소식이 전해진 이후 연속 하한가다. 임상 중단 사태 발생 전과 비교하면 신라젠 주가는 반토막 난 셈이다. 시가총액도 1조5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제2의 인보사? 문은상 대표 직접 진화 나섰지만....

전날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임상 3상 조기 종료는 펙사벡 자체 문제가 아니라 표적항암제(넥사바) 병행요법의 치료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이미 결과물에 대한 신뢰도가 깨진 상황 수습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바이오주가 본격적인 우하향세는 지난해 10월부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금융감독원의 결론이 나온 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바이오주들이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검찰 수사 결과는 주가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오롱티슈진이 불을 지폈다. 지난 3월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에서 임상시험 중인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 주사제 '인보사'에서 신고한 것과 다른 세포물질이 나와 판매중단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한 것. 이에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이틀 만에 37% 이상 하락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고 이날 기준 코오롱생명과학은 올 초 대비 73%가량 빠졌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5월 말부터 거래정지됐다. 

결국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한 달여 만에 이번에는 신라젠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임상 실패 소식이 잇따르면서 바이오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 신라젠 여파 제약·바이오, 뒤숭숭... 사이드카 발동 

국내 바이오의 부정적 임상시험 소식은 코스닥 시장까지 요동치게 만들었다. 3년 1개월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한 것이다.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매호가 관리제도의 일종이다. 선물시장이 급변할 경우 현물시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현물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도입됐다.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등락폭이 갑자기 커질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제도인 서킷브레이커와 유사한 개념이다.

바이오 대장주로 불리던 신라젠 하한가 여파로 셀트리온을 비롯 메디톡스 등 바이오주들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실제 이날 셀트리온헬스케어(-9.50%), 메디톡스(-19.07%), 코미팜(-13.16%), 셀트리온제약(-11.88%), 제넥신(-12.23%), 에이비엘바이오(-10.39%) 등 주요 바이오주가 큰 폭으로 떨어져 장을 마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라젠의 실패가 바이오주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라며 "당분간 이런 상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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