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대화 ‘손짓’…南엔 ‘선 긋기’
“남북관계 반등 쉽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삼지연초대소를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산책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북한이 한미 연합지휘소훈련과 관련 대미·대남관계를 분리하는 기조를 점점 더 뚜렷이 하고 있어 북미대화가 재개된다 해도 사실상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2일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의 담화에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니 북남 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남측에 경고했다.

이날 담화에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해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북한의 무력시위에 관한 남측의 대응에 막말을 쏟아내며 앞으로 좋은 기류가 생겨도 북미 대화가 열리는 것이지 남북 대화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권 국장은 “미국 대통령까지 우리의 상용무기 개발시험을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아주 작은 미사일 시험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주권국가로서의 우리의 자위권을 인정했는데, 도대체 남조선 당국이 뭐길래 우리의 자위적 무력건설사업에 대해 군사적 긴장 격화니, 중단 촉구니 뭐니 하며 횡설수설하고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청와대가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지난 10일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을 두고는 “복닥소동을 피워댄 것”이라며 “청와대의 작태가 남조선 국민들의 눈에는 안보를 제대로 챙기려는 주인으로 비쳐질지는 몰라도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정경두 국방장관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을 내세워 체면이라도 좀 세워보려고 허튼 망발을 늘어놓는다면 기름으로 붙는 불을 꺼보려는 어리석은 행위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도 안보를 잘 챙기는 청와대이니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코집(콧집의 북한식 표현)이 글렀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날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한 뒤 발표돼 더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이 미국에는 대화하자고 손짓하면서 남측에는 압박 수위를 높였기 때문.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만나고 싶고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남 압박이 지속된다면 남북 평화 기조를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돼도 남북관계는 반등할 계기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갑자기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남측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지원하기로 한 쌀 5만t을 받지 않으면서 공식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요구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정부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등 남북 대화채널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서도 지난 6월27일 담화에서 “북남 사이 다양한 교류와 물밑대화는 하나도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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