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꼬리표 악영향?…저축은행 업계 8위에도 불구하고 인수자 나타나지 않아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최근 다수의 저축은행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자산 규모 기준 업계 8위인 OSB저축은행(옛 푸른2저축은행)이 매각 협상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OSB저축은행이 올해 중순부터 매각을 공식화하고 공개 입찰에 나섰지만 협상에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매각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새 주인을 찾던 OSB저축은행이 ‘일본계 기업’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인수를 검토했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발을 빼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종합금융그룹 오릭스코퍼레이션이 운영하고 있는 OSB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등과 함께 대표적인 일본계 은행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말 기준 OSB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약 2조1648억원으로 저축은행 업계 8위에 올라 있다.

일본 오릭스 그룹은 지난 2010년 OSB저축은행 경영권을 확보할 당시 지분 99.91%를 확보했다. 이후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올림푸스캐피털에 지분 23%를 넘기면서 현재는 오릭스 그룹이 지분 76.7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림푸스캐피털은 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 5월 오릭스 그룹은 삼성증권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인수자를 찾기 위한 공개 입찰에 나섰다. OSB저축은행에 따르면 오릭스가 가진 지분 76.77%와 올림푸스캐피털 지분 23%를 합쳐 100%에 가까운 지분을 내놨다.

오릭스 측은 OSB저축은행의 매각가로 3000억원 이상의 가격을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OSB저축은행의 순자산가액인 1713억의 2배 수준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OSB저축은행의 매각가를 1900억원 후반에서 2000억원대 초반으로 책정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기점으로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와 최근 금리 인하 압박 등이 더해서 향후 업황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실제 매각가는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매물이 M&A 시장에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각종 규제리스크로 인수자가 선뜻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OSB저축은행의 경우 최근 일본 불매운동과 맞물려 일본계라는 사실이 더욱 부각돼 브랜드 가치나 시장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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