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보고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5월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4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현진 기자] 세월호 사고 관련 보고 조작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권희)는 14일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박 전 대통령이 20~30분 단위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 서면질의 답변서를 낸 것은 허위공문서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 직후 국회질의에 대비하기 위해 정무수석실에서 대통령 행적을 정리해 작성한 문서의 경우 “내부회의 참고용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허위공문서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청와대의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기만한 점에서 피고인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고령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개인 이유로 범행을 한 것은 아닌 것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김 전 실장과 함께 기소된 김장수·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경우 나란히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장수 전 실장은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에게서 최초의 서면 보고를 받은 시간이 오전 10시 22분 이후였는데도 위기관리센터를 통해 10시 15분부터 대통령과 7번 통화했다고 허위보고한 혐의를 받았다.

이는 청와대 상황일지 허위 작성에 사실상 가담한 것이라는 게 검찰 측 주장이지만 재판부는 "김 전 실장과 박 전 대통령의 최초통화가 10시15분인지, 아닌지 100% 확실하지가 않다"는 점에서 그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봤다.

또 “통화 내역을 알려줄 당시에는 피고인이 국가안보실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문서를 작성한 공무원들이 사전에 지시를 받고 공모한 것이 아닌 이상 허위공문서작성 등 행사의 점을 유죄로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앞서 김관진 전 실장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으로 변경해 지침 원본을 손상하고 공무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그가 "사고 당시 안보실에 근무하지 않아 책임 소재가 없었으므로 굳이 범죄에 무리하게 가담할 이유도 없다"며 "안보실에서 위법한 방법으로 위기 관리 지침 일부가 수정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공용서류 손상을 알면서도 공모해 범행에 나갔다는 점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관해 위증한 혐의를 받은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은 유죄가 인정됐으나 김기춘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기춘 전 실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으며, 김장수 전 실장에게는 징역 2년6개월, 김관진 전 실장에게는 징역 2년, 윤 전 행정관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 일부가 참관을 요구하면서 잠시 소동을 빚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김 전 비서실장이 재판정으로 들어올 때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입구에서 고함을 지르기도 했지만 저지됐다.

재판 결과가 알려지자 유가족을 비롯한 네티즌들은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 수준”, “봐주기 재판이 아니었냐”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