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편법으로 계열사 지분 늘려…급기야 가족 문제까지 언급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사진=현대카드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여동생 정은미 씨가 오빠의 갑질을 폭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주)서울PMC에서 벌어지는 대주주의 갑질 경영에 대한 시정요구’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서울PMC는 대입준비학원으로 널리 알려진 종로학원이 지난 2015년 사명을 변경, 현재는 학원 사업을 매각하고 부동산 임대 및 관리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지분은 정태영 부회장이 73.04%,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은미 씨가 17.73%를 소유하고 있다.

정 씨는 청원글을 통해 “종로학원 설립자이신 저희 아버님이 저와 아들(정태영 부회장)에게 지분을 증여해주셨다”면서 “그런데 아들이라는 이유로 다수의 지분을 증여받은 정 부회장은 위법과 편법으로 자신의 지분을 늘리고, 급기야는 회사를 개인회사처럼 운영하며, 자신의 심복들을 회사의 임원으로 앉혀두고 17%가 넘는 지분을 가진 저에게는 회계장부조차 열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 씨는 “정 부회장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오빠라는 이유로 저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가족들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회사의 자금을 운용해 자신의 지분을 늘렸다”면서 “그 과정에서 저도 모르는 채 제 이름과 도장이 도용된 문서들이 작성되고, 많은 공동창립 강사들의 지분이 헐값에 축출됐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2001년 기준으로 55:15의 비율이던 지분관계가 2013년에는 73:17이 될 정도로 불균등하게 변해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상법 제434조 참조)까지 가능한 비율을 확보함으로써 다른 어떤 주주의 동의 없이도 회사의 정관변경부터 이사 감사 선임까지, 회사와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을 아무 견제 없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정 씨의 주장이다.

또한 정 씨는 “사업권을 매각한 후 부동산 자산만 남아있게 된 서울PMC는 최근 1~2년 새 다시 회사의 주요 자산들을 연달아 매각하고 있다”며 “회사 자산의 처분은 모든 주주의 주요한 재산권과 관련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주들에게는 제대로 정보 공유도 없고 어떤 의견 개진도 못하는 상태로 진행되며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도록 이루어지는 것인지 그 과정조차도 감시할 아무런 장치도 없이 독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십여 년 전 창업 강사들로 이루어진 소수주주들을 처리할 때와 같이, 다시 헐값으로 감자함으로써 남은 소수주주들을 정리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정 부회장은 법인 재산에 대한 저의 정당한 몫 대신, 일방적 방법과 가치 산정으로 계산한 80%에 해당하는 금액만 주겠다고 하면서 그 조건이 싫으면 이제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라며 일방적이고도 무자비한 협박을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 씨는 가족 내부의 갈등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정 씨는 “지난 2월에 어머니를 갑작스런 병으로 잃었는데, 장례식장 조문객의 방명록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면서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저희를 위로하고자 장례식장을 찾아주셨던 많은 지인들에게 제대로 인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살아계신 아버지를 저희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거처를 옮긴 채 알려주지도 않고 모든 연락을 차단해버렸다”며 “현재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신 상태라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의 아버지를 격리시켜 다른 자식이나 심지어 손주들에게까지 만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는 긴급회의를 갖고 청원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가족사에 관한 내용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정 부회장의 여동생이라 밝힌 청원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면서 “법인 재산에 대한 가치산정은 현행 세법에 근거해 정확히 책정이 된 것이며, 회계장부 열람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청원인이 주장한 내용들과 관련해 이미 재판이 이뤄졌으며, 청원인은 1심 재판에서 패소한 상태”라며 “곧 2심 재판 결과도 나올 예정인데, 그때 다시 한 번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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