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부회장 장남 평사원으로 입사…대신·키움증권도 2·3세 경영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 / 사진=한국금융지주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장남 김동윤 씨가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영업지점 사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다른 기업의 오너 2~3세들처럼 입사 후 단기간내 초고속 승진으로 후계 경영구도를 만들 지 주목된다.

22일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동윤 씨가 지난 4월 해외대학 출신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입사해 4개월여 간의 연수를 마치고 이날 강북센터지점에 인사 발령을 받았다”면서 “직급은 평사원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김 부회장의 장남이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정식 발령을 받자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과 김 부회장에 이어 한국금융지주의 3세 경영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동윤 씨가 본사가 아닌 영업지점 현장의 말단 사원으로 배치된 것도 현장에서부터 경험을 쌓고 일을 배우게 해온 동원그룹 가문의 내력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김 부회장 역시 1991년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명동 지점에 대리로 발령받아 경영수업을 시작한 바 있다.

동윤 씨는 김 부회장 슬하 1남 1녀 중 장남으로, 영국 워릭대(University of Warwick)를 졸업했다. 또 대학 재학 중인 2015년에는 동원그룹 계열사에서, 2016년에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인턴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은 재벌가 후계자들의 ‘경영사관학교’라 불린다. 상당수의 재벌 3·4세들이 베인앤드컴퍼니 등을 거쳐 오너 기업에 입사했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 오너 3세인 서민정씨는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017년 1월 아모레퍼시픽으로 입사했다.

또 SK그룹 오너 최태원 회장의 딸 최윤정 SK바이오팜 책임매니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녀인 정남이 아산재단 상임이사, 조현상 효성 사장 등도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이다.

증권업계 대표적인 오너기업인 대신증권도 창업주인 고(故) 양재봉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의 아들인 양홍석 씨를 33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장으로 임명해 눈길을 끌었다.

1981년 4월 20일생인 양 사장은 2006년 8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신증권 공채 43기로 입사해 선릉역·명동지점에서 근무했다. 일반 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이듬해 대신투신운용 상무로 승진하며 입사 1년 만에 초고속 승진했다. 이후 대신증권 전무와 부사장을 거쳐 지난 2014년 대신증권 사장으로 임명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양 사장은 올해 상반기 기준 지분 7.79%를 보유해 대신증권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양 사장은 최근 몇 년 새 회사 주식을 사들이며 2010년 5%에 머물던 지분을 8% 가까이로 늘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양 사장의 지분 확대를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신증권은 양 사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12%대에 불과하다”면서 “양 사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왔는데, 이는 3세 경영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키움증권 등 4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다우키움그룹 역시 후계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창업주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외아들 김동준 씨를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선임하며 2세 경영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1984년생으로 대신증권 양홍석 사장보다 3살 어리다. 이는 벤처캐피탈 대표 가운데서도 상당히 젊은 편에 속한다. 김 대표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코넬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김 대표는 26살이 되던 해인 2009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해 2년 가량 근무하다 2011년 퇴사했다. 이후 2014년 그룹 계열사인 다우기술에 사업기획 차장으로 입사한 김 대표는 다음해 32세의 나이에 이사로 승진해 본격적인 ‘경영자 수업’ 코스에 진입했다. 이어 다우기술 상무, 다우데이타 전무 등을 거쳐 지난해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에 올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너 2~3세들이 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경영수업을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이들 모두 현장에서 역량을 키워나가며, 지분 확보 및 빠른 승진 등을 통해 회사 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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