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 지배구조 개편, 해 넘길 수도

사진 = 현대차그룹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그룹 장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오르며 새대 교체를 알린 정 수석부회장은 그간 추진한 현대차그룹의 미래전략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그룹의 체질 개선에도 힘써왔다.

'실리'를 추구하는 그의 경영전략이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됐다.

특히 외부 인재 영입, 복장 자율화, 직급체제 개편 등은 다소 딱딱한 이미지를 지녔던 현대차그룹에 혁신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2일 현대차그룹 핵심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급변하는 미래 경영환경 대응과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 새로운 인사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새 인사제도는 '자율성' 및 '기회'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일반직 직급을 직위와 연공중심의 6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하고 직원 평가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꾼 것이다. 여기에 승진연차 제도도 폐지해 능력이 있는 직원은 연차에 상관없이 고속 승진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다.

이는 연공서열에 기반한 기존 기업문화의 틀을 깨는 혁신적 변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이미 임원인사제도를 혁신하면서 이러한 변화를 예고했다. 당시에도 이사대우, 이사, 상무까지 임원 직급 체계를 상무로 통일하는 직급체계 축소를 단행했다. 또 우수인재의 성장기회 부여를 위해 연말 정기임원인사를 연중 수시인사 체계로 전환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직급과 호칭체계 변화를 통해 직원들이 연공이 아닌 업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하고, 수직적인 위계구조가 개선돼 의사결정 속도와 업무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조직의 유연성 증대를 위해 출퇴근 및 점심시간 유연화, 복장 자율화 등 기업문화 혁신도 도모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연구개발 본부 조직을 대표 개편하기도 했다. 제품통합개발담당, 시스템부문, PM담당의 삼각형 구조로 단순화해 차량 개발의 복잡성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디자인담당과 상용담당은 별도 조직으로 운영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키를 잡은 이후 나타난 또 하나의 변화는 적극적인 외부 인재 영입과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이다. 경영위기 속에 그룹 수장을 맡은 정 수석부회장이 찾은 해법이다. 실제로 디자인·성능면에서 현대·기아차의 신차는 연이어 호평을 받으며 성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커넥티드카·친환경차로 귀결되는 미래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선도기업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 등은 글로벌 브랜드에 뒤처지는 모습이었으나 최근에는 격차를 상당히 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임직원이 공감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해 인사제도 개편을 추진했다”며 “전통적 제조업의 인사제도인 연공 중심, 수직적인 위계구조에서 탈피해 새 인사제도를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방식을 변화시켜 미래산업에 빠르게 대응 할 수 있는 민첩한 조직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그룹 혁신을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주력 계열사 4곳의 사내이사에 오르며 사실상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수장에 올랐지만, 지배구조 개편은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안이 엘리엇 등에 막히면서 철회한 이후 이렇다 할 후속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올해 안에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은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요 계열사의 호실적이 뒷받쳐 줄 경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지만, 현재 계열사의 경영상황은 여전히 불확실 투성이다.

또 추석 이후 개편안이 나온다고 해도 연내 개편을 마무리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촉박해서다. 앞서 내놨던 지배구조 개편안에 지분구조만 바꾸는 식으로 개편안을 내놨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새 개편안 발표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안 철회 직후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하고,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하여 개선토록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그는 지난 5월 칼라일그룹 초청 대담 자리에서 "투자자들과 현대차그룹 모두가 만족할 만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최대한 많은 투자자의 의견을 경청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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