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령주식’ 사태 되풀이 될 뻔…내부시스템 관리 다시 ‘도마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 사진=한국투자증권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지난해 증권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유령주식 사태’와 유사한 사고가 또 발생했다.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에서 실제 보유 물량의 1000배에 달하는 채권 매도 주문이 시장에 나온 것이다. 유령주식에 이어 ‘유령채권’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지만 다행히 실제 거래까지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JTBC 회사채에 대한 매도 주문 300억원, 500억원 어치가 각각 한국투자증권 창구를 통해 채권시장에 나왔다. 이는 이 회사채의 총 발행금액 510억원보다 훨씬 많은 물량이다.

특히 이날은 실물증권(종이) 없이 전자등록만으로 발행·양도·권리 행사가 모두 이뤄지는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된 첫 날이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전자증권제 시행으로 전산시스템을 바꾸면서 개발자가 ‘타사 대체 채권’ 입고 시 실수로 실제 금액의 1000배가 입력되도록 잘못 설정해 벌어진 일”이라며 “잘못된 매도 주문은 곧바로 취소돼 거래가 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타사 대체 채권’이란 고객이 다른 증권사 계좌로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옮기는 것이다. 이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치 입력 오류가 일어났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시스템은 발행금액을 넘어서는 주문을 자동으로 거부하게 설계돼 있는데, 이번 주문은 작은 금액으로 쪼개 주문이 나오는 바람에 감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증권사 직원의 실수로 있지도 않은 유령 주식 유통 문제를 일으킨 삼성증권(대표 장석훈)의 배당착오 사태나 유진투자증권(대표 유창수)의 미보유 해외주식 거래 사고와 비슷한 금융사고다.

특히 삼성증권은 유령주식 사태로 지난해 7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신규 주식 영업정지 6개월 및 1억4400만원 처분, 전·현직 임원 직무정지 및 해임권고 등의 제재를 받았다. 이어 유진투자증권도 전자금융법상 선관주의 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24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사고 후 거래 시스템을 점검하고 전 증권사를 대상으로 내부관리 점검을 실시하는 등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와 유사한 사고가 또 발생함에 따라 증시의 내부 시스템 문제 및 금융당국의 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주문 입력 사고는 발 빠른 대처로 매도 주문이 곧바로 취소돼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면서 “지난해 유령주식 사태 이후 증권사 전산시스템을 개선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등 상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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