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29회 기재부 출신 관료들 하마평 '무성'

(왼쪽부터)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공석이 된 한국수출입은행장 후보로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과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평이 무성했던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가족문제 등으로 우선순위가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수은 행장 후보군이 2∼3명으로 좁혀졌다. 최 사장과 전 전 사장은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무부를 거친 관료 출신들이다.  

최 사장은 1960년생 서울 출신으로 재무부 국제관세과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세계은행그룹 상임이사, 국제통화기금 IMF 상임이사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3월부터 한국투자공사 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임기(3년)를 절반 밖에 채우지 않았지만 기재부에서 차기 수은 행장으로 점찍었다는 소문이다.

전 전 사장은 최근 다크호스처럼 급부상한 케이스다.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총무처를 거쳐 재무부 조세정책과, 아시아개발은행 이코노미스트,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국 지역경제정책과장, 해양수산부 안전관리관, 기획재정부 본부국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기재부를 나와 그해 9월 NH투자증권 투자은행(IB)본부 전무로 자리를 옮긴 이후 금융투자전문가로 발돋움했다. 전 전 사장은 KDB대우증권 IB부문장(전무), KB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쳐 현대증권과의 통합법인 KB증권 출범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전 사장은 2003∼2005년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 수석비서관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 전 사장과 함께 거론됐던 유 수석부원장은 희안하게도 행시 29회에 합격하고 공직에 입문했다. 유 수석부원장은 재정경제부 혁신인사기획관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장, 제17대 금융정보분석원장,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지난 2017년 11월부터 금감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다만 유 수석부원장의 딸이 지난해 수은 공채에 합격해 들어간 점이 변수로 꼽히고 있다. 수은에 부녀가 함께 다닐 경우 모양새가 썩 좋지 않을 수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유 수석부원장은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전라북도 군산 동향인 점도 유력 후보군에서 멀어지게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수은 내규에 따르면 기재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행장을 임명한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되고, 청와대가 후보군을 추려 인사검증을 거쳐 낙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후보가 수은 내부 반발 없이 순조롭게 취임할 지는 미지수다. 관료 출신들이 다수 행장으로 임명되면서 '낙하산 인사'논란이 많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종구, 은성수 전 수은 행장이 연거푸 장관 자리(금융위원장)에 오르면서 '출세 코스'가 된 마당이다.

수은 내부에서도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당당하게 검증받지 못한 인사는 그 누구도 신임 수출입은행장이 될 수 없다며 성명서도 발표했다. 얼마 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임기내 산은-수은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라 더욱 강경한 입장이 됐다. 

수은 노조 관계자는 "2008년 수은이 임원추천위원회 운영 규정을 도입하고 한차례만 실시했을 뿐 청와대와 기재부의 깜깜이 밀실 인사로 흐지부지 됐다. 수은은 기타공공기관으로 이 규정을 반드시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수은은 대외정책금융 전담기관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행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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