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앱티브 '합작법인' 설립 체결 현장./사진=현대차

[월요신문=최문석 기자]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자율주행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2조원대 돈줄을 풀었다. 합작사 설립은 자율주행 분야 우위에 서겠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강력한 의지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율주행차 기업 '앱티브' 와 자율주행 합작법인(조인트벤처) 설립 계약을 맺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법인에는 현대차 계열사 출자금 총 약 2조3900억원이 출자된다.

관계사 지분율은 현대차가 1조3000억원(26%)으로 가장 많고 기아차 7000억원(14%), 현대모비스 5000억원(10%)이 각각 출자될 예정이다. 법인은 2022년까지 레벨 4, 5(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 수준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완료해 상용화할 목표다. 또 현대차는 법인에 친환경차를 전달해 도로주행 시험과 자율주행 연구지원할 계획이다.

눈길을 끄는 건 공동경영체제다. 양사는 지분 50%를 동등하게 나눠 협업을 극대화한다. 자율주행차 역량 개발은 앱티브와의 합작으로 더 탄력을 받는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분야 역량을 꾸준히 기르기 위한 행보를 이어왔다. 타 자율주행 유망 스타트업체인 '누토노미' 와' 오토마티카'를 인수하면서 자율주행 분야 선점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매출은 2018년 기준 총 15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27조4000억 규모로 성장한 글로벌 기업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는 라스베이거스와 싱가포르 등에서 로보택시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고, 100여 대의 자율주행차를 운영 중이다. 

법인 설립은 무엇보다 정 부회장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자율주행차 분야는 고도화된 사업이다. 시스템은 외부상황을 인지하는 센서(카메라, 레이더) , 전자제어시스템 정보 취합, 제어(제동장치) 단계를 거친다. 각 분야가 통제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간 협력은 필수적이다.

미국자동차공학회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는 1단계(차선유지장치 등 한 자동주행 기능 수행), 2단계(조합기능자동), 3단계(조건부 자율주행) 4단계(고도자율주행), 5단계(자율주행) 단계를 거쳐야 한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핵심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건 4, 5단계인만큼 양 사 목표도 소프웨어(S/W) 단계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정 부회장은 과감한 협업이 있어야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사업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국 현지에서 "자율주행 완성차는 2022년에 시범운영을 하고, 2024년부터 양산하겠다"며 시장 조기 선점 의지를 내보였다. 

정 부회장의 이 같은 투자는 이어왔다.

현대차는 그간 해외 스타트업체(6곳)에 총 779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투자가 제일 많이 이뤄진 업체는 중국의 '딥글린트'다. 딥그린트는 총 417억6000만원을 투자받은 기업으로 '딥러닝' 기반 안면인식분석 기술을 갖고 있다. 해당 기술은 50m 거리에서 10억명 중 1명 얼굴을 1초 안에 구분할 수 있을만큼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배경으로는 이 기술을 활용해 차량에 탄 사람 동선을 분석해 자율주행 기술 중 하나로 확보하겠다는 것.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5월 딥글린트 지분 6.48%를 얻으면서 딥글린트는 현대차의 관계사가 됐다.  

다른 업체에 대한 기술 확보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로봇 스타트업 리얼타임로보틱스사에 17억5500만원을 출자해 지분 2.62%를 얻었다. 해당 업체가 개발한 로봇 프로세서 프로그램은 자율주행차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 6월에는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체인 오로라사에 총 29억1000만원을 전략투자했다. 

이스라일 스타트업체인 오디오버스트에는 56억8000만원을 투자해 지분 5.35%를 얻기도 했다. 오디오버스트는 인공지능를 적용해 오디 플랫폼 사업을 이어왔다. 이밖에도 디지털 분야에 강세인 프랑스 아리벨 테크놀로지에 15억3200만원을 투자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룹사를 통한 내부 역량도 꾸준히 기르고 있는 상태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분야 중 '제어'부문 개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레벨 4단계(완전 자율주행)를 겨냥한 '리더던시 브레이크'를 독자 개발했다. 이 브레이크는 돌발상황이 일어나면 차량이 주제동장치와 보조장치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7월에는 카메라모니터시스템, 8월에는 중거리 전방 레이더와 전방 카메라 센서 개발에도 성공했다. 카메라모니터니스템은 차량 주변 360도를 파악할 수 있고, 중거리 전방 레이더는 상용화된 차량 중 최장거리(170m)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치는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상용화될 향후 신차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같은 기술개발은 꾸준히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결과로 풀이된다. 연구개발비는 2014년 4927억원, 2015년 6258억원 2016년 6968억원, 2017년 7696억원, 2018년 8350억원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지금은 외부 상황을 인지하는 센서를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센서 기술을 고도화한 뒤 소프트웨어쪽으로 단계를 높여 기술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합작 소식에 고무적인 분위기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합작사 설립으로 최상위 기술 단계인 레벨 4~5단계 개발에 속도를 낸 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현재 현대차의 자율주행차 기술력 레벨 2수준인 현 신차 출시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 역시 "합작사 성공 여부를 아직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간 현대차가 자율주행 시장에서 밀릴 수 있다는 투자자의 우려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율주행차 시장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 모빌리티 서비스 판매 비중은 현재 1%(55조원)에 불과하지만 2030년에는 28%(1650조원), 2040년에는 43%(3115조원)까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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