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본사 사옥.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연내 매각을 목표로 KDB생명보험(대표 정재욱) 매각을 공식 추진한다. 그러나 기업 가치에 비해 매각 금액이 높을 전망이어서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 은행이 KDB생명 매각을 추진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위해 매각주간사 CS/삼일회계법인, 재무실사 삼일회계법인, 계리실사 밀리만, 법무실사 광장을 선임했고, 지난 8월14일 킥오프(Kick-off) 미팅을 시작으로 매도인실사 및 잠재투자자 앞 사전미팅 등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특히 산은은 시장 신뢰도가 높은 글로벌 계리자문 밀리만(Milliman)의 계리가치 평가는 KDB생명 가치산정에 높은 공정성을 부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르면 밀리만은 전세계 60여개 현지 법인 등을 보유한 글로벌 계리컨설팅사로, 오렌지생명 매각 등 거의 모든 국내보험사 기업 인수합병(M&A) 딜에 관여했다. 신한금융지주는 공을 들여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했다.

산업은행은 매각공고 이후 11월초 투자의향서(LOI) 접수 및 입찰적격자(short-list) 선정,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MOU 체결, 2020년초 매각 종료를 목표로 매각절차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 은행은 유연한 거래구조를 제시해 최대한 많은 잠재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KDB생명과 긴밀한 협조로 매각 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2010년 3월 금호그룹 구조조정 및 생보사 부실화에 따른 보험가입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PEF를 통해 KDB생명(구 금호생명)을 인수한 이래, 3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으나 최저입찰가액 하회 등의 이유로 적격 매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이 무산됐다.

이번 매각은 KDB-Consus Value PEF 및 SPC가 보유한 KDB생명 보통주식 8797만1660주(지분율 92.73%)를 매각하고 KDB생명 경영권을 이전한다. 산은은 KDB생명 잠재투자자가 되면 다양한 거래구조를 제안할 수 있어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 및 재무적 투자자의 많은 참여가 있을 것으로 봤다.

최근 저금리 기조, 생보사 성장성 정체 등 비우호적인 대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KDB생명은 2017년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비 절감 및 2018년 3000억원 증자 등 대규모 자본확충을 통해 성장기반을 마련했고, 2018년 턴어라운드 이래 2019년도에도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무디스 신용등급 상승(Baa2(안정적), 2019년 5월) 등 대외 신인도도 개선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잠재매수자 면담 등을 통해 달라진 KDB생명의 모습이 시장에 제대로 전달된다면, 이번 M&A에 대한 관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KDB생명 매각금액에 있다.

산은은 KDB생명을 6000억원대에 인수했고, 인수 뿐 아니라 그동안 투자한 금액까지 모두 합치면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제시한 KDB생명의 흑자전환 역시 혹독한 구조조정과 사업비 절감 등에 의한 것으로 근본적인 체질개선 여부는 안갯속에 싸여 있다.

더욱이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보험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하반기 KDB생명의 실적이 좋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KDB생명을 사지 말았어야 할 물건으로 낙인을 찍어 놓고 매각에 급급해하는 모습이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KDB생명 최고 경영진들에게 최대 45억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도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산은 측은 국내에서 제값을 받지 못한다면 중국 등 해외 자본에 KDB생명을 매각하는 방안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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