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원 '서안심'에 매달려도 12월까지 장담못해...부실심사 논란

이정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이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에서 주호영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캡처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한국주택금융공사(대표 이정환)가 '주금공'에서 '죽음공'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뜨겁다. 정부가 야심차게 선보인 서민안심전환대출(이하 서심) 수요예측에 실패해 전 직원이 매달리고 있음에도 12월까지 심사가 완료될 지 우려된다. 주금공에선 심사건수로 직원 등수를 매기는 등 상부에서 직원들을 갈아넣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어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는 '주금공=죽음공 현 상황을 모두들 알아주세요'라는 글이 지난 17일 올라왔다. 작성자는 주금공에서 현재 서안심 대출을 심사하는 직원이라고 밝혔다. 작성자는 윗분들이 심사건수로 직원 등수를 매기고, 휴가를 내면 압박하며, 심사왕에게는 20만원을 준다는 문서를 올리는 등 직원들을 갈아넣고 있다고 폭로했다.

주금공 전직원 600명 중 실제 심사인원은 100명 정도라고 한다. 2015년 당시 은행 직원들이 모두 달려들어 심사했던 안심전환대출을 이번에는 주금공이 맡아서 약 23만건의 심사를 2달 안에 해내야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 주금공에선 팀장 이하 전직원이 본업무를 제쳐두고 심사에 매달리고 있다. 주금공의 한 지사당 지사장 팀장을 제외하고 직원이 8~12명인데 매일 100~250개 심사 목록을 뿌리며 무조건 끝내라고 지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작성자는 52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정도의 심사를 무작정 던져주고, 이정환 사장이 국감에서 '문제 없다' '차질없이 심사를 진행하겠다' 등 망언을 했다고 비난했다. 상부에선 두 달 안에 끝내기 위해 직원들을 열심히 갈아 넣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매일 직원들이 심사한 건수를 보고받으며 전체 지사와 본사 직원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금공의 블라인드 라운지에는 (서안심 심사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심해져 자살을 기도했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직원들의 분위기가 최악이라고 한다.

본지가 블라인드 게시글 등과 관련해 주금공에 재차 반론을 요청했지만 "확인해본다"는 말 뿐, 회신은 없었다.

실제로 제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는 서안심의 부실심사 우려가 계속 제기됐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지난 15일 주금공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서안심의 부실심사와 주52시간 근무 위반 등을 우려했다. 추 의원은 두 달간 처리 가능한 물량의 6배인 24만건을 심사하는 게 가능하냐고 재차 질의했다.

이정환 주금공 사장은 서안심 심사를 위해 심사지원특별팀을 편성했음에도 주택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하다 보니 다세대 주택을 일일이 감정 평가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기존 업무에 장애가 되지 않고 지사 쪽에 업무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본부에서 1개 팀을 더 만들어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니 주52시간제 위반 소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블라인드 폭로글은 이 사장의 국감 발언 이후 게시됐다. 그는 PC가 꺼져도 서류 심사는 계속된다고 폭로했다.

추 의원은 지난 21일 국감에서도 주금공의 서안심 부실심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서안심 심사기간이 11월말에서 12월말로 연장됐다. 그러나 접수된 24만건 중 채 1만건도 완료되지 않고, 심사완료율이 4%에 불과하다. 기간 내 심사완료가 가능하신가?"라고 질의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한쪽으로는 신청자가 애타게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주금공 직원들은 주52시간 제도에서 다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저희는 주금공 직원들이 과로하지 않도록, (신청자들이) 마냥 기다리지 않도록 주금공 사장과 잘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추 의원은 "아무리 심사투입 인력을 늘려도 주금공 내부 인력만으론 부족하다. 지금까지 심사완료율이 4% 수준으로 12월까지 불가능해 보인다. 즉시 인력을 충원하고 용역비를 증원해야 한다. 은행에 협조를 구할 수 없느냐. 심사기한이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은 위원장은 "은행들이 도와줄 수 있는게 있는지, 노동의 강도도 고민해 보겠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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