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신뢰 회복 목적
업계 반발 등 풀어야 할 과제 산적

빙그레가 내년부터 자사 제과형 아이스크림인 붕어싸만코·빵또아 등에 대해 가격 정찰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사진=빙그레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빙그레가 녹아든 아이스크림 시장 되살리기에 총대를 맺다. 가격 정찰제를 확대 추진하며 떨어진 소비자 신뢰도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명 ‘큰손’으로 통하는 슈퍼마켓 업계의 반발로 이번에도 가격 정찰제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내년부터 자사 제과형 아이스크림인 붕어싸만코·빵또아 등에 대해 가격 정찰제를 실시한다. 이는 소매점별 가격 편차로 인해 아이스크림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가중됨에 따라 행한 ‘신뢰 회복’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번 가격 정찰제 시행에 빙그레 측은 “기존 제과형 아이스크림의 일반 소매점 판매가격은 800원에서 1500원까지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며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 확대를 통해 가격 신뢰를 높이고 무분별한 출혈경쟁이 아닌 더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빙그레는 지난해 카톤 아이스크림인 투게더·엑설런트의 가격 정찰제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카톤 아이스크림류의 가격 정찰제 시행 이후 소비자들의 가격 불신이 많이 해소됐다는 게 빙그레 측 설명이다. 현재 빙과제품에 있어 빙그레의 정찰제 도입 비중은 약 30%로 추산된다.

◆ 천차만별 가격…원인은 오픈 프라이스 제도?

이번 가격 정찰제 시행은 무엇보다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오픈 프라이스(권장소비자가격 표시금지제도)’ 제도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010년 정부가 도입한 오픈프라이스 제도에 따라 최종 판매자가 아이스크림 판매가격을 결정하며, 공식적인 아이스크림 가격이 사라진 것. 이로 인해 아이스크림 판매가를 크게 높인 뒤 할인율을 속여파는 꼼수 행위가 난무했고, 결국 정부는 1년 만에 오픈 프라이스 제도를 폐지했다. 당초 소매점 간 경쟁을 유도해 합리적 가격에 아이스크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부의 취지가 오히려 아이스크림을 미끼상품으로 활용하려는 소매점들의 할인 경쟁에 불을 지피고 만 셈이다. 실제 폐지 이후로도 엉망이 된 시장구조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자 빙과업체들은 동네 슈퍼에 저가납품을 지속하고, 80% 가까운 할인율을 내세운 아이스크림 전문점까지 생겨나는 등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나아가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소매점마다 천차만별인 아이스크림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 소비 정체로 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시장조사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2조184억원을 기록했던 국내 빙과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6322억원으로 23%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는 기록적인 폭염이 장기간 이어졌지만 아이스크림 판매 가격이 하락하면서 2017년 1조6838억원 보다 매출액이 오히려 3%가량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번 정찰제 도입으로 빙그레 등 빙과업체가 아이스크림 가격을 정하더라도 사실상 가격 결정권은 유통업체가 쥐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소매업체가 해당 가격에 판매하지 않을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두 차례에 걸쳐 일부 제품의 가격 정찰제 도입이 추진 됐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며 “법적 강제성이 없는 만큼 유통업체 전반적인 확대가 어려운 측면이 있고, 소비자들 역시 이미 반값 할인 등이 적용된 가격에 익숙해져 있기에 저항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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