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자동세척 광고와 실제 차이” 분쟁 조정안 발표
위자료 1450억원으로 확대 여지…LG전자 조정안 수용가능성↓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한국소비자원이 LG 의류건조기를 사용하며 먼지 및 악취 문제를 겪은 소비자들에게 제조사인 LG전자가 위자료 1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했다.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신종원, 이하 위원회)는 LG전자의 의류건조기를 구매·사용한 소비자들이 자동세척 기능 불량 등을 이유로 구입대금의 환급을 요구한 집단분쟁조정 신청 사건에 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LG전자 의류건조기를 구매·사용한 소비자 247명은 지난 7월 해당 의류건조기의 콘덴서 세척이 원활히 되지 않고 내부 바닥에 고인 잔류 응축수가 악취 및 곰팡이를 유발하는 등 이유로 의류건조기 구입대금의 환급을 요구, 위원회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위원회는 LG전자 의류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광고내용과 차이가 있다는 데 제조사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LG전자는 광고에서 콘덴서 자동세척이 조건 없이 이뤄지는 것으로 표현했으나 실제로는 일정 조건에서만 자동세척이 이뤄져, 이를 믿고 제품을 선택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됐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LG전자 의류건조기 광고에는 ‘1회 건조당 1~3회 세척’, ‘건조시마다 자동으로 세척해 언제나 깨끗하게 유지’ 등 표현이 포함돼 있지만 실제는 일정 조건(의류의 함수율이 10~15% 이하, 콘덴서 바닥에 1.6~2.0ℓ의 응축수가 모이는 조건)이 충족돼야만 자동세척이 이뤄진다.

위원회는 “이에 더해 수리로 인해 겪었거나 겪을 불편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 10만원씩 지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류 건조기의 잔류 응축수, 녹발생으로 인해 피부질환 등 질병이 발생했다는 소비자들의 주장은 그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 인정되지 않았다.

위원회는 위와 같은 내용의 조정결정서를 작성해 당사자(LG전자)에 14일 이내 송달할 예정이다. 문서를 송달받은 당사자는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조정 결정 내용에 대한 수락 여부를 조정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당사자가 위원회 조정 결정을 수락하는 경우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하며 위원회는 LG전자에게 보상계획서를 제출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위원회의 이번 결정을 LG전자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LG전자가 이번 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약 145만대의 전체 의류건조기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의류건조기 구입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총 위자료는 1450억원가량으로 불어난다.

더욱이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2019년 접수된 분쟁 조정 사건 중 조정 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12건이었지만 이중 조정이 성립된 사례는 없었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50명 이상의 소비자에게 비슷한 유형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집단분쟁조정을 절차가 개시되나, 결정 내용을 당사자가 수락하지 않으면 강제력이 없어 소비자들이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 LG전자가 이번 조정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전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조정안에 대해 검토한 후 기한 내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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