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인 SNS에 올린 글에서 고인 "하루 15~18시간 근무” 과로로 숨졌다 주장
게시글 지속적으로 삭제돼 ···일부 직원들 '회사서 은폐한 것 아니냐' 의혹 제기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LG화학 폴란드 배터리공장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문 모 책임의 미망인 B씨가 익명 으로 SNS에 올린 편지 형태의 게시글이 지속적으로 삭제되고 있는 데 대해 LG화학 측이 조직적으로 은폐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LG화학으로선 이 사건이 널리 퍼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는 입장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사고는 LG화학 폴란드 공장이 ‘죽음의 공장’일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고 어떻게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이 심한 노동착취로 종업원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관련업계와 블라인드 게시글에 따르면 미망인 B씨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를 통해 자신의 남편이 고강도 업무에 시달린 끝에 병을 얻어 사망했다는 내용의 폭로 글을 올린 것은 지난 12일이다. 블라인드는 회원가입 과정에서 회사 이메일을 요구해 소속원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평을 받는 익명소통 게시판이다. 미망인은 고인의 계정을 이용해 글을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화학 폴란드공장 전경

게시물은 지난 12일 오전부터 △LG그룹 임직원들만이 접속 가능한 ‘그룹라운지’ △LG화학 직원들만 접속 가능한 ‘LG화학 라운지’ △특정 동종업계 종사자들만 접속 가능한 ‘에너지-화학 라운지’ 등에 차례로 게재됐다. 이후 게시글은 지속적으로 삭제돼 누군가 이를 캡처해 SNS메신저를 통해 사내·외에 확산시킨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이 사건이 확산되는 것을 매우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씨가 블라인드에 게재한 글이 지속적·조직적으로 삭제되면서 LG화학이 해당 이슈를 덮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B씨의 블라인드 게시글이 짧은 시간에 지속적으로 지워지면서 현재는 인터넷 상에서 B씨의 게시글을 찾아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LG화학측은 이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해명한다. LG화학 관계자는 한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블라인드의 자체 매뉴얼에 따라 글이 지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회사가 조직적으로 해당 게시글을 지우려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굳이 그럴 이유도 없다”고 게시글 고의 삭제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미망인이 올린 게시글을 보면 LG화학 측의 해명과는 달리 그는 사측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사고처리에 불만을 가질만 하다. 이 때문에 그는 합의 후에도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는 글을 블라인드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

게시글에서 B씨는 병의 원인을 폴란드에서의 과로와 스트레스라 주장했다. 최씨는 “1월 1일 남편이 폴란드에 도착했으며, 이튿날부터 3월말까지 하루도 못 쉬고 매일 15~18시간씩 근무했다”며 “4월 초 몸에 이상증세를 느꼈으나, 센터장 출장 등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15일 병원을 방문해 입원하고 18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고 설명했다. 부군의 상태가 한국에 올 수 없을 정도라, 현지에서 이식수술 전까지 총 4차례 항암치료를 실시했다고도 덧붙였다.

미망인이 올린 게시글 전문. / 사진=블라인드 화면 캡처

미망인은 LG화학 측의 사고처리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LG화학은 해외 주재원은 산업재해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며 대신 근로자재해보험이라는 손해보험에 가입했으니 적용여부는 보험사에서 판단한다고 한다, 될지 안 될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이어 “LG화학은 산업재해가 된다 하더라도 질병은 불승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며 “그러면서 아이들의 학비와 1년 치 연봉을 보상금으로 제시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LG화학의 이런 태도에 더 화가 나고 억울해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 글을 썼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해외파견직인 까닭에 산업재해대상이 아니며 회사가 별도로 가입한 사설 손보사로부터 보험금 지금여부가 판가름되는 현실을 알리고자 했다고 알렸다.

회사 측과 B 씨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LG화학 측은 현재는 유족과 합의를 마친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A씨가 고된 근무를 하는 환경에 놓이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해외 신설 생산법인 특성 상 양산 안정화나 고객 대응 등으로 특정 기간에 업무가 몰릴 수는 있다. 하지만 미망인의 주장처럼 15~18시간을 연속으로 근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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