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1위·국제선 3위로…기재·노선경쟁력 강화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저비용항공(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키로 하며 LCC 업계가 본격 재편되고 있다. 불황과 경쟁 심화 등 어려운 업황에 대비하기 위한 결단이다. 노선 및 슬롯(Slot)에 대한 운항 효율화 등 ‘규모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제주항공은 이로써 항공 업계 주도권을 강화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은 어제(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 지분비율 51.17%를 인수해 1대 주주로 올라서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스타항공 매각 예정금액은 약 695억원이다. 이는 오는 26일부터 1월 9일까지 진행될 실사 과정을 통해 변동될 수도 있다.

제주항공은 115억원의 매수 이행보증금을 지급키로 했다. 특히 이스타홀딩스를 상대로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인수자금 중 일부를 조달한다. 이스타항공도 이스타홀딩스에 약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앞으로 이스타홀딩스가 전환권을 행사하게 되면 약 20%의 지분으로 이스타항공의 2대 주주가 된다.

앞서 제주항공은 국적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자 했으나 HDC현대산업개발에 밀려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후 약 한 달 만에 내린 결정이다. 경영권 인수는 제주항공이 먼저 제안하고 이스타항공이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협상이 시작됐다. 보잉 737-맥스8 운항 중단과 ‘보이콧 재팬’으로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스타항공도 매각 외 타개책을 찾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항공업계는 국내외 경기 둔화로 여객수송 증가율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환율 상승, 그리고 올 여름부터 이어진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불황에 더해 신규면허 발급으로 공급 과잉 문제도 심화됐다. 제주항공은 2022년부터 들일 계획이던 50대의 보잉 737-맥스8 기종 항공기 운항 재개가 불투명해지며, ‘M&A(인수합병)를 통한 경쟁력 확보’로 사업 노선을 바꾼 것으로 관측된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일단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독보적인 ‘1등 LCC’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항공사가 가진 운수권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메리트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항공정보포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점유율은 단순합산해 국내선 24.8%, 국제선 19.5%다. 각각 업계 1위와 3위다. 또한 제주항공의 국제선 노선 수는 82개로 이미 아시아나항공(73개)을 제쳤으며 이스타항공 국제선(34개)까지 더해 경쟁력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쟁사들이 기재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로 기재 운영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타항공이 총 6개의 중국 노선 운수권을 확보한 점도 노선 효율성 확보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인천공항 슬롯 활용이 가능하며 기단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타항공 인수 후 중복노선 조정, 동일기종(B737) 사용에 따른 정비비 절감 등 경영 효율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수가 마무리되면 제주항공의 시장점유율과 기단 확대(45대→68대) 등으로 독보적인 1위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중복 노선 정리 등 운영 관련한 사항은 향후 검토해 결정할 계획”이라면서 “어려운 때지만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업계 주도권을 갖고 나가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