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보고서, 상가공실률 12년만에 최고…내수침체와 온라인쇼핑위주 소비행태 변화 때문

임차인을 구하는 빈 점포.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빈 점포가 널려있다. 상가공실률이 1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경기부진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고 온라인 쇼핑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한국은행이 26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상가 공실률은 11.4%로 지난 2007년(11.6%) 이후 12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무실 공실률도 11.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여 임대소득 수익률도 하락하고 있다.

빈 점포가 많는 것은 우선 불황에 따른 내수침체와 소비행태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소비가 온라인쇼핑 위주로 이뤄지면서 경기에 상관없이 오프라인 상가에 대한 임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유통업계는 전자상거래 비중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에 비추어 앞으로 상가공실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부동산 상가시장의 수요감소를 가져와 가격하락을 재촉하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실률 상승은 무엇보다도 은퇴 뒤 돈을 빌려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고연령층 가계 부실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 보고서에서 고령층은 소득에 견준 부채 수준이 높아 최근 건전성 저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임대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 가운데 60대 이상 비중은 2013년 19.7%에서 2018년 27.4%로 높아졌고 이들은 투자금의 절반 정도를 상가 등 상업용부동산에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60대 이상 자산가의 보유 부동산 중 50%(2018년)는 상업용 부동산인 것으로 조사됐다.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2014년 말 66조원에서 올해 6월 말 120조6천억원으로 증가했다. 2015~2018년 중 연평균 14.8% 늘어 전체 대출금 증가율(6.2%)을 크게 웃돌았다.

그런데 금융부채를 진 60대 이상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13%(70대 이상 252%)로 다른 연령층(164~190%)에 비해 높다. 공실률이 많아져 임대소득이 줄게되면 이들의 부채상환력이 떨어지게된다.

특히 비은행권 대출(53.6%)이 절반을 넘어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데다 일시상환 방식 비중이 40.4%(2018년)로 높아 단계적인 부채 축소가 쉽지 않은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도 일시상환 비중이 86.9%로 매우 높고 3년 미만 단기대출이 절반 가까이 된다.

한은은 따라서 향후 경기 상황이 나빠지면 세입자는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임대인은 대출금을 연체하는 ‘동반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고연령층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고 취약 차주도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 한은은 “고연령층의 소득여건 개선을 통해 채무상환 능력을 높이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