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호영 기자]올 상반기에 역대 최다 여객으로 인천공항과 입점 면세점 희비가 갈리고 있다. 이런 여객 상황은 비항공 부문 매출 증가로 이어져 실적 성장까지 이뤘다.
인천공항 비항공 매출 부문은 대부분 면세점들이 메우고 있다. 사실상 인천공항의 이런 매출 성장을 이끈 격인 신라·신세계 등 면세점들은 반등이 쉽지 않은 업황에 적자 전환한 상태다.
여객은 7말 8초(이달 25일~내달 10일) 하계 성수기엔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처럼 엇갈린 매출 상황은 더욱 극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이번 상반기 동안 일본과 중국 등 단거리 노선에 힘입어 여객 3636만명, 운항은 20만7959회로 역대 최다 기록을 거뒀다. 이는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상반기 대비 2.3%, 전년 동기 대비론 6.1% 확대된 수치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은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오른 상태다. 이 기간 매출은 1조3469억원을 거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년 상반기에 비하면 약 12% 늘어난 것이다.
실제 이런 인천공항 매출 성장은 면세점이 만들어줬다. 면세점 비중이 가장 큰 인천공항의 비항공 분야 매출(전체 65% 수준)은 지난해 상반기 7389억원에서 8588억원으로 16.2% 늘며 전체 매출 상승을 견인한 것이다.
반면 면세점들은 코로나 사태 전 고정 임대료 방식에서 여객 연동으로 인천공항 임대료 산정 방식이 바뀌었는데 여객 회복세에 비해 면세점 이용객 회복세가 더뎌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상태다. 면세점들은 여객이 늘수록 돈은 못 벌어도 임대료는 더 내야 한다.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들 매출은 코로나 사태 전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현재 면세점 이용을 낮추는 요인으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전반적인 각국의 경제 충격 상황과 후유증 지속으로 글로벌 차원의 소비 심리 위축, 고환율 등이 꼽힌다. 한한령은 풀렸지만 코로나 사태 전에 비해 중국 방한객들도 자국 내수 부진으로 단체여행객 회복이 느리고 개별여행객 위주여서 면세 소비 양상이 바뀌는 모습이다. 중국 방한객이 애초 면세점 쇼핑 위주였던 단체 여행객 대신에 '먹고 보며 즐기는' 순수 여행 목적의 개별여행객이 주류가 되면서 면세점이 아닌 다이소나 올리브영, 관광 핫플레이스 위주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 엔데믹 전환한지 2년 남짓 지나고 있지만 면세점업계는 여전히 팬데믹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인천공항을 상대로 차임감액청구권을 행사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만 보더라도 올 들어 적자를 잇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올 1분기에 영업손실 67억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 46억원 가량에서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면세점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95억원이 줄어들며 영업손실 23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천공항이 최대 여객을 찍은 상반기 업계의 이런 녹록지 않은 상황은 신세계면세점이나 현대면세점 모두 이 기간 시내점(신세계 부산점, 현대 동대문점)을 접으며 선택과 집중에 나선 데에서 잘 드러난다.
업계 공통으로 면세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개별여행객과 내국인 고객 위주의 프로모션과 제휴 서비스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인천공항 최대 사업자가 된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명동점에 트렌디한 K 푸드(테이스트 오브 신세계) 위주 'K 컬처 쇼핑존'을 조성하는 등 시내 점포 경우 면세 소비자 불러모으기에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 몰려올 중국 단체 여행객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동시에 식품 자체 단가가 높지 않아 매출로 직결되지는 않더라도 관광명소화하면 당장 꾸준한 개별여행객 유입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면세점의 이 쇼핑존 운영에 대해 시장에서는 면세점이 여행객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점업계는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분명히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명품 등 객단가 높은 상품 위주의 면세점 본질이 로드숍처럼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신라면세점도 시내점 등에서 마케팅 등에 총력을 다하는 상황이지만 제한된 비용과 시장 경쟁 격화 속에서 탈출구 모색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현대면세점은 시내점 경우 개별여행객 중심의 프로모션, 제휴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코엑스 등 강남권 입지와 고객군 특성을 고려해 중국 마이스(MICE) 단체 유치, 아쿠아리움 등 주요 관광 시설과 연계한 단체관광 관계 상품 개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먹거리나 체험 위주 관광을 즐기는 중국 개별여행객들은 숙소 인근 면세점을 들러 쇼핑도 하는 편인 데다 핫플레이스로 유명한 성수동 등지 위주로 동선을 잡고 있어 롯데·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모두 자체 보유한 호텔 등 연계 프로모션 등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지난달(6월) 30일 차임감액청구권 조정신청기일에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의 입장 차이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공사는 차임감액 요건 미충족과 타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다음 조정기일은 8월14일이지만 공사는 불출석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무엇보다 '타 사업자와의 형평성'은 인천공항에서 중도 퇴거한 롯데면세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면서 퇴거 선례가 대거 되풀이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것도 인천공항은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면세점 코로나 팬데믹 충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2017년 사드 여파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 여파는 가늠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 팬데믹 충격 언제쯤 벗나...업계, "언제 오나" 하반기 중국 단체여행객 기대감만큼은 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세점업계는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고 있다. 정부의 중국 단체여행객 비자 면제 시범사업 등과 맞물려서다. 특히 올 10월 에이펙(APEC) 정상회의 개최로 중국 시진핑 주석 등 방한도 기대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실질적인 한한령 해제와 중국 단체여행객 방한이 힘을 받을 수도 있으리란 기대다.
업계는 "매출 대부분이 나오는 시내점은 중국 단체여행객이 들어와야 한다"며 "하반기엔 이런 여러 계기로 조금 풀릴 여지가 있다고 본다. 아무래도 글로벌 행사가 있고 중국 단체에 대한 물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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