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누구나 실수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명확한 사과와 향후 동일한 사태의 재발 방지책 등을 올바르게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11일 있었던 KT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김영섭 대표의 사과는 그야말로 깔끔했고, 군더더기 없는 정석이었다.
기자 브리핑에서 김영섭 대표는 사과 전,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고객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김 대표는 "소액결제 피해 사고로 크나큰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사과 드리고자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국민과 고객, 유관기관 여러분께 염려를 끼쳐 죄송하고 피해 고객에게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 당국과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며 모든 역량을 투입해 추가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하고 피해 고객에게 100% 보상책을 강구하겠다. 통신사로서 의무와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인 뒤 또 한번 고객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 김 대표의 오른손에는 사과문 대본으로 추측되는 종이가 쥐어져 있었다.
대본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약 2분 동안의 짧은 사과문 낭독 후 곧바로 브리핑 장소 연단을 벗어난 행동은, 김영섭 대표가 이번 사태에 갖고 있을 '온도'에 대해 다소 의문이 들게끔 만든다.
앞서 SK텔레콤 사이버 침해 사고에서는 유영상 대표 또한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4월 25일에는 A4 용지 두장 분량, 6분을 넘어가는 경과 설명과 사과가 이뤄졌다.
이후 7월 4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위약금 면제' 건과 관련해 다시 한 번 더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유영상 대표는, 기자들과 직접 대면해 쏟아지는 질문 포화를 직접 받아내기까지 했다.
이 지점에서 두 통신사 대표 간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과가 끝난 후 곧바로 연단에서 내려온 김영섭 대표와 기자들의 질의에 하나하나 답했던 유영상 대표의 대처에서 동일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두고도 어떤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일개 기자가 대기업 대표의 태도를 운운하냐며 손가락질 할 수도 있겠다. 그 손가락질, 달게 받겠다.
하지만 김영섭 대표의 이번 사과는 큰 아쉬움을 남긴다. 기껏해야 A4 용지 반절도 되지 않을 분량의 짧은 사과문. 황급히 회장을 빠져나간 행동. 기자를 떠나 한 사람의 KT 이용자로서도 실망감이 크다.
KT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통신사 옮길 곳도 없다"는 하소연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로 지친 이들에게 좀 더 따뜻한 온도로 다가갔더라면 어땠을까. 거세게 부는 초가을 바람이 유난히도 찬 하루다. / 월요신문=편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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