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단지 모습.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이 맞물리며 건설사와 청약시장 모두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수요자는 청약 여력이 줄고 건설사는 원가 부담에 수익성 악화를 겪는 등 전반적인 부담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사진=뉴시스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단지 모습.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이 맞물리며 건설사와 청약시장 모두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수요자는 청약 여력이 줄고 건설사는 원가 부담에 수익성 악화를 겪는 등 전반적인 부담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사진=뉴시스

아파트 원자재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분양가가 지속 상승하고 이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 또한 청약 여력이 줄어들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 청약시장, 분양가 상승에 실수요자 이탈

최근 4년 사이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60% 넘게 상승했다. 자재비와 인건비, 유가 등 전반적인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분양가 인상 압력이 커졌으며 당첨 후에도 잔금 마련이 어려워 청약을 포기하는 실수요자가 증가한 상황이다.

청약 경쟁률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지며 시장의 열기가 식었고 6·27·10·15 대책 이후 강화된 대출 규제까지 더해져 실수요자의 진입 문턱은 한층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6억원, LTV(담보인정비율)는 70%(규제지역은 40%)로 낮아지며 전세를 끼고 잔금을 치르는 '갭투자'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 자재·인건비 상승, 분양가 인상 압박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건설공사비지수는 약 29% 상승했다. 자재비가 인상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인건비도 꾸준히 오르며 공사비 부담이 확대됐다. 철근·시멘트·전선·유리 등 주요 자재 가격이 오르며 고환율·유가·운송비 등 외부 요인까지 겹친 영향이다.

공사비 증액 검증요청도 증가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검증요청 건수는 2020년 13건에서 지난해 36건으로 늘었으며 올해 7월까지 이미 38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검증 요청액은 1조5684억원에서 5조6820억원으로 증가했다.

◆ 공사비 상승, 청약시장 냉각의 '숨은 요인'

공사비 상승 여파는 청약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실수요자의 청약 여력이 줄고, 공급자 입장에서도 사업성이 낮아져 공급 위축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지난 10월 '공사 표준절차서·산정기준 해설서·실무 교육' 등 3대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공사비 산정 과정의 불투명성을 낮추고 적정 원가 체계를 마련해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다 보니 청약을 포기하고 다른 투자처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자재뿐만 아니라 유가·인건비 등 전반적인 비용이 상승해 모든 산업이 비용 부담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청약시장 위축의 배경에 단순한 수요 둔화뿐 아니라 공급 구조의 비용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공사비 상승이 분양가를 높이고 실수요자의 접근성을 낮추는 만큼 원가 산정의 투명성 강화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월요신문=김윤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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