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전세사기피해자 및 시민사회와 함께 ‘전세사기특별법 완결판’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좌초된 법안의 핵심 내용을 대거 반영하고 있다.
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제도는 국가가 지원하고 보증해온 제도지만 설계부터 실패한 대규모 시민참사”라며 “정부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최선의 방책을 제시한다는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HF)·SGI서울보증 등 3대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9월까지 6367명의 임차인이 1조2103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한 의원은 “소송과 수사를 기다리는 사이 삶이 무너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국회가 책임 있게 그 길을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가 피해 임차인에게 먼저 보증금을 지급하고 임대인 등으로 부터 사후 회수하는 ‘선구제·후회수’ 원칙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부실 주택을 매입하고, 경매시기를 피해자 중심으로 조정해 후순위 임차인의 배당 가능 금액을 늘리는 ‘배드뱅크’ 도입 ▲신탁사기 주택에 대한 주택 인도소송 유예·정지 및제3자강제집행 일시 정지 ▲피해 범주를 '전세보증금미반환피해자'로 넓히고 임대차 종료 후 1개월 이상 미반환 시 폭넓게 인정하는 등 적용대상 전면 확대 등이다.
한 의원은 “이 법의 핵심 조항들은 지난 2024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며 "이제 윤석열의 민생외면 거부권 정치는 끝났다. 국회에 호소한다. 이미 통과됐던 이 법을 다시 의결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법이 시행되면 보다 빠르게, 보다 넓고 두텁게,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한 피해자를 보호하게 된다"며 "소송과 수사를 끝없이 기다리는 사이 피해자들의 삶이 무너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 국회가 특별법 개정으로 민생회복의 결단을 내리고, 이재명 정부가 신속히 화답하는 정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안은 전세사기특별법의 효력을 기존 2027년까지 유지하고, 2025년 5월 이전 계약 만료 피해자도 보호 대상으로 확대했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 주택을 매입 시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액을 임차인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회사 대출·보증금 조항도 신설했다.
또한 피해자가 전세사기 피해로 파산 또는 개인회생 면책된 경우, 금융회사 등의 대출·보증 불승인 금지 조항이 삭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전세사기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긴 시간이 걸린다"며 "이번 최소보장 방안은 국가가 전세사기를 가회적 재난으로 인정하고, 최소한의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희성 변호사는 "현행법은 피해자 인정 요건이 너무 엄격해 임대인의 사기 의도, 다수의 피해가 인정돼야 특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며 "개정법은 임대차 제도의 구조적 문제, 부동산 정책의 문제라는 시각으로 보아 국가가 포괄적이고 직접적인 대책을 마련한 입법"이라고 평가하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끝에 한 의원은 “전세사기의 문제는 국가의 실패이며, 국가의 실패는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며 "국회가 책임지고 그 길을 열어가자"고 재차 강조했다.
/ 월요신문=박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