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대규모 인명 피해를 일으킬 뻔 한 '한강버스' 사고와 관련, 한강버스 운영사 대표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다만 운영사는 이번 사고는 항로 표지등 가운데 하나가 잘 보이지 않아 배가 수심이 얕은 곳으로 진입하면서 발생했다고 밝히며, 한강버스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한강 수심이 이 정도로 낮을 줄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발생한 한강버스 멈춤 사고와 관련해 운영사가 한강 수심이 예상보다 크게 낮았다고 공식 해명했다. 사고 지점이 가스관 매설 구간이긴 하지만, 가스관과 직접 충돌한 정황 또한 없다고 밝혔다.
김선직 (주)한강버스 대표는 17일 서울시청 브리핑에서 항로 이탈 경위와 관련해 “선박을 운항했던 선장 진술에 의하면 항로 표지등 중 하나가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나머지 항로 표지등을 보고 우측으로 변침(變針, 선박이 항해 방향을 조정하는 행위)했는데 결과적으로 수심이 얕은 구역에 들어가게 됐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선장은) 오른쪽 항로 표지등을 보지 못했다고 해 인재인지 여부를 지금 시점에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추후 사고 조사 절차에 따라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문제가 된 '항로 표지등'은 태양광 충전 방식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확인해 본 결과 선착장과 가까운 빨간색 부표가 운항 시간대에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인했다”며 “태양광으로 충전하다 보니 충전 배터리 기능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되며, 어제 배터리를 기능이 충분한 것으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이후 한강 수심이 한강버스 운항에 적정한 수준인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운영사 김선직 대표는 “상류 쪽 수심이 낮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갈수기라 연중 수심이 가장 낮은 상태”라며 “이렇게까지 수심이 낮아질 것으로는 미처 예상을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와 긴급회의를 통해 수심 문제가 큰 뚝섬·옥수 구간부터 조치하려 했는데 잠실 구간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그간 한강버스가 한강의 바닥이나 이물질에 접촉한 사례는 15건으로 집계됐다. 한강버스 측은 낮은 수심 외에도 각종 이물질이 운항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한강이 평평한 바닥이 아니라 버려진 앵커나 바위 등이 있다”며 “구석구석을 모두 파악하기 어렵고, 갈수기 때 수심이 낮아지면서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는 갈수기를 감안하더라도 한강버스 운항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본부장은 “항로의 기본적인 설정은 서울시가 했고, 갈수기까지 고려해 최저 수심과 항로에 필요한 수심을 확보한 상태”라며 “사고 다음 날 아침 수심을 전수 측정한 결과, 목표했던 항로상 수심 2.8m는 확인됐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은 가스관이 매설된 구간이지만, 가스관이 직접 손상되지는 않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이번 충돌은 가스관과의 충돌이 아니다. 잠수사 확인 결과 모래·흙·자갈 등이 있는 흙바닥에 선체가 박힌 것이 확인됐다”며 “사고가 가스관 위에서 발생하긴 했지만, 가스관을 직접 충돌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제 가스관이 그대로 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 더미로 둘러싸 보호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충돌로 파손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가스관 매설 구간과 관련해 “여의도에서 당인리 쪽으로 가는 구간이 한 군데 더 있는데, 그곳은 수심이 7m 이상 나오는 곳”이라며 “기본적으로 항로를 준수해 운항하면 매설된 가스관과 관련 없이 기존 항로로 안전 운항이 가능하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고 발생 이튿날인 지난 16일 "(시민들께)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주말을 맞아 한강버스를 선택해주신 시민 모두 소중한 일상과 사정이 있으셨을 텐데, 예상치 못한 일로 큰 불편을 겪으셨을 것이다. 관리 감독기관으로서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부족한 부분은 신속하게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 월요신문=박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