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당국, 자신의 '허물' 보지 않고 감독권으로 손 회장 중징계해 '불공정게임'논란
우리금융도 중징계의 부당성 제기와 함께 내실경영으로 빌미를 제공하지 않아야

[월요신문=박은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내린 것과 관련, 감독권을 이용해 손 회장을 중징계하면서 근본원인을 제공한 자신은 책임을 피하자는 '꼼수'가 숨어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제기돼 ‘불공정게임’ 논란이 뜨겁다. 

금감원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사태로 손 회장을 징계하기 위해 관리자를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 겸 개인그룹 부문장(수석부행장)에서 손 회장으로 바꾸는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에 이어 감독기관의 지위를 이용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논란 때문이다. 또 우리금융에도 DLF부터 시작된 금융사고가 촉발되지 않도록 내실 있는 경영이 요구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DLF 3차 제재심에서 금감원이 사태의 책임자인 관리자를 정채봉 수석부행장에서 손태승 회장으로 뒤늦게 변경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손 회장을 징계하기 위해 기존 관례를 깨고 의도적으로 제재 대상을 변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 관례에 비춰볼 때 관리자의 관리자까지 징계한 전례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은행의 과거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의 ‘보고여부’를 두고 금감원과 사측의 의견이 엇갈리자 금감원 측이 비밀번호 무단 도용사건을 제재심에 올리는 강수를 두고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된 우리은행의 비밀번호 도용 사건은 2018년 7월에 벌어진 일이다.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휴면계좌의 비밀번호가 바뀌어 활성화되면 새로운 거래실적으로 인정되는 것을 악용해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이 휴면계좌 2만3000여개의 비밀번호를 무단 변경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자체 감사를 통해 문제를 적발하고 2018년 10∼11월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때 이를 금감보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감원 측은 확정된 무단 도용 건수가 4만건이며 우리은행의 보고는 없었다고 해당 문제를 제재심에 올리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고객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무단으로 변경한 행위는 휴먼계좌 활성화를 통해 실적을 올리기 위한 일탈 행위로 제재대상에 해당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보고여부를 둘러싸고 금융당국이 사측을 대상으로 제재심을 거론하며 강수를 두는 등 ‘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가 애초 ‘불공정게임’이라는 것이다.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이 피감기관인 은행을 상대로 ‘감독권한’을 두고 우회적인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가 감독기관의 지위를 악용하는 시각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은 불공정게임 논란에 당황스러운 건 금감원과 은행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금감원이 오는 3월 24일 임기가 끝나는 손 회장에 대한 연임여부를 둘러싸고 우회적인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1년이 넘게 묵혀둔 사건을 뒷북 제재하는 것과 관리자를 뒤늦게 변경 조치 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리금융 측은 손 회장이 DLF제재심에서 중징계를 받으며 연임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안하고 연임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흔들리는 지배구조로 위기에 봉착한 우리금융이 손 회장을 지지함으로써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전날 우리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예상을 깨고 손 회장의 측근인 김정기 영업지원 부문 겸 HR그룹 부문장이 아닌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가 내정되자 상반된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측근 보다 화합을 택했다는 주장과, 주력계열사인 은행장을 자기 사람이 아닌 다른 세력에 내어주면서 결국 손 회장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불거진 DLF사태와 라임사태라는 금융사고 속에서 연일 '뜨거운감자'로 거론되는 것은 결국 완전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의 특수한 상황과, 내실이 탄탄하지 못한 탓이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우리금융은 2016년에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정부 지분을 매각하면서 민영화가 이뤄졌지만 아직 정부가 예보를 통해 지분 17.25%(1조5000억원상당)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민영화를 이루는 과정에 있다.

정부는 우리금융의 완전민영화를 위해 오는 2022년까지 2~3차례에 걸쳐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금융 주가는 1만3000원선을 유지해야 한다. 예보가 2001년 투입한 원금을 손해 없이 회수하기 위해 팔아야 하는 주당 가격이 1만3000원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7월 DLF 사태 이후 급락한 우리금융 주가는 1만원 초반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기준, 우리금융 주가는 10,450원을 기록했다.

단, 우리금융의 주가가 오를 가능성을 바라볼 때 완전민영화가 차질이 발생했다고 단언할 수없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DLF사태부터 키코사태, 라임사태까지 관여되어 있는 만큼 내실 있는 경영방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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