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홍민성 기자]꽁지머리, 골 넣는 골키퍼, 최다 출장 선수에서 유소년축구 지도자, 유튜버까지.

국내 축구 최고의 팔방미인 김병지 '꽁병지TV' 대표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1970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김병지 대표는 어려운 여건에도 축구선수의 꿈을 놓지 않았다. 그는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역대 최다 출장수(706경기), 클린시트(무실점) 229경기 등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은퇴 이후에도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선수 시절 영광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특히 2012년 선수 시절부터 운영해 온 '김병지축구클럽'은 현재 15곳으로 확대되는 등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김병지 대표는 김병지축구클럽을 "클럽 그 이상의 클럽"이라 소개한다. 그가 유소년 축구교육에 쏟는 열정에는 선수 시절 못지않은 기백이 있다.

김병지 대표는 날카로운 시야를 바탕으로 축구해설도 진행하고 있다. 흥미를 끄는 축구콘텐츠를 기반으로 유명 유튜버로 자리매김에도 성공했다.

그럼에도 김병지 대표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는 축구단 구단주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적자를 내면서도 운영에 급급한 구단주가 아닌 수익도 창출하면서 축구 붐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구단주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노력형 천재'라 불리는 김병지 대표가 그려나갈 미래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Q. 유소년 축구 교육에 힘쓰고 있는데, 이를 시작한 배경과 교육 산업 진출 후 변화된 점이 궁금합니다.

A. 제가 축구 교육 산업을 시작한 것은 어린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을 찰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희 아이들이 제게 축구를 하고 싶지만 할 곳이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오롯이 아이들만을 위한 환경와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김병지축구클럽을 시작했습니다.

2012년 처음 김병지축구클럽을 선보였을 당시에는 강사 4명에 수강생도 4명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였습니다.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에 15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수강생이 절반 정도로 많이 줄긴 했지만 학부모님들께서는 저희 클럽을 믿고 아이들을 맡기고 계십니다.

약 9년간 유소년 축구 교육을 해오면서 긍정적인 변화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실내외 축구장, 풋살장 등 아이들이 걱정 없이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많이 조성됐다는 점을 저는 가장 높게 사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저희 클럽 만의 공이 아닙니다. 관련 산업에 종사하시는 모든 교육자분들이 함께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Q. 구독자 35만명을 바라보는 '꽁병지TV' 유튜버로도 활약하고 있는데,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즐거운 점이나 어려웠던 점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유튜브 '슛포러브', '감스트' 등 채널에 출연하게 되면서 유튜브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비로소 저의 채널을 운영하면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때도 역시 저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자'라는 일념으로 축구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어린 아이들과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조회수가 많이 나오면 즐거운 것도 사실입니다. 반면 힘든 점은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동료들과 업무적으로 불가피한 마찰이 생길 때인 것 같습니다.

Q. 100만 구독자 달성을 위해 꽁병지TV의 향후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A.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제가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가장 후회하는 점도 이와 상통합니다. 저희는 그동안 축구에만 국한된 콘텐츠를 생산해 시청자층을 다양하게 섭렵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움에 남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는 채널에 콘텐츠 다양성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프로 축구선수의 재테크를 위한 콘텐츠, 공익·사회·환경적 콘텐츠 등 새로운 시도를 기획 중입니다. 한 가지만 설명드리자면 저는 그동안 많은 프로 축구선수들이 연봉을 계획적으로 운용하지 못하고 낭비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때문에 후배들이 지혜롭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콘텐츠 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학부모님들을 뵙다 보면 아이들의 종착지가 '국가대표 축구선수'라고만 생각하시는 경향이 강합니다. 유튜브를 통해 축구 관련 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길이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알려드릴 계획입니다.

Q. 706경기라는 역대 최다 출장수가 증명하듯, 자기관리 '끝판왕'인데 그 비결은 무엇인지요?

A. 축구선수를 포함한 모든 운동선수는 좋아하는 100가지 중 99가지를 포기해야 합니다. 매일 매일 최상의 컨디션과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금연, 금주는 물론 자기관리에 힘써야 합니다. 저는 흔히 축구를 마라톤에 비유합니다. 단거리 육상과는 달리 보이지 않는 경쟁자들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Q. 국내 골키퍼 선수의 유럽리그 진출을 바라는 축구팬들이 많습니다. 진출이 어려운 이유와 해답을 듣고 싶습니다.

A. 많은 골키퍼들이 나이와 신체조건이라는 벽에 막힙니다. 조현우 선수를 예로 들겠습니다. 기량도 출중했고 본인도 유럽진출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유럽리그 이야기가 나올 시점 조현우 선수의 나이는 27~28살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나이에는 선발로 출전할 수 있는 팀으로 이적을 해야하는데 유럽리그는 녹록지 않습니다.

유럽리그 같은 경우 구단들은 철저히 경제원리에 따라 운영됩니다. 2억을 써서 선수를 영입했으면 10억으로 가치를 높여 되팔기 원합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선수들은 성장 기대치가 적기 때문에 유럽리그는 해당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것입니다.

국내 골키퍼 선수가 유럽에서 활약하기 위해선 어린 나이와 신체적 조건이 어우러졌을 때 즉각 진출해야 합니다. 

Q. 조현우 선수의 롤모델은 김병지 대표님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꽁지머리 스타일도 선보였습니다.

A. 조현우 선수의 이번 컨셉은 '김병지 따라잡기'입니다. 이번에 조현우 선수가 울산 현대로 이적하면서 제가 1995~1996년도 우승했던 기운을 받기 위해 저를 따라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꽁지머리 스타일에 염색까지 하면서 당시 저의 느낌을 그대로 구현했습니다.

Q. 축구팬들은 대표님이 성인 축구클럽 지휘봉을 잡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계획이 궁금합니다.

A.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의 최종 목표는 구단주입니다. 2016년 은퇴 후에 다시 한 번 세상을 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은퇴한 많은 선후배 축구선수들이 코치나 감독의 길을 걷지만 제 계획은 달랐습니다.

은퇴 당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라는 고민에 빠졌었습니다. 결국 제가 가장 잘하는 것은 축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그러나 저는 변화된 세상의 흐름에 맞춰갈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유튜브였습니다.

지금은 유튜브를 계기로 창단한 아마추어 축구팀 '꽁병지FC'의 구단주를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제가 맡고 있는 팀에 최대한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 팀을 발전시켜 스포츠라는 말이 갖는 고정관념들에 대한 타파를 시도하고, 축구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스포츠는 꼭 엘리트 선수들만 조명받을 수 있는 무대가 아닌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Q. 구단주가 최종 목표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그리는 그림이 있다면요.  

A. 꽁병지FC를 넘어 K-3리그 이상 합류가 가능한 구단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제가 운영하고자 하는 구단은 기업이나 지자체 등 자본에 의존해 운영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구단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구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훗날 축구 시장에서의 새로운 성공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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