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당헌을 개정해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에서 86.64%가 공천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투표율이 26.3%에 그쳐 유효 투표 논란까지 일고 있다. 투표율이 최소한 34%는 넘을것이라 예상했는데 민주당은 그렇지 못해 당황스러웠다. 

금번 투표가 당원들에게 묻는 것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96조 2항에 '단,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추가해 후보를 낼지 여부였으니 이변이 생길 가능성은 사실상 없었다.

더욱이 전 당원 투표 자체가 무효가 됐다. 민주당 당규상 전 당원 투표 성립 유효투표율은 3분의 1 이상이다. 그러나 이번 전 당원 투표 최종 투표율은 26.35%로 유효투표율에 한참 미달했다.

당연히 투표가 유효투표가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 또한 민주당의 오만이라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당규에 규정된 조항은 권리당원 청구로 이뤄지는 투표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번처럼 지도부 직권으로 실시되는 투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괴한 논리로 국민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국민들에 대한 위선이라고 보여진다.  

정당에서의 당헌과 규는 일반 국민들의 헌법과 법률이다. 민주당에 당의 기본 규율을 규정한 당헌과 당규는 한낱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다. 즉, 당헌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절차의 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분도 없이 바꾸면 된다. 당규는 무시하면 된다는 식이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96조 2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만든 조항이다. 

당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정치 개혁의 가늠자'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2015년 10월 새누리당 귀책사유로 치러진 경남 고성군수 재선거 때 "새누리당은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었다. 이랬던 문 대통령이 지금은 아무런 논평도 없고 말도 없다.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 보여진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해도 되는가?

인식이 바뀌었다면 경위를 설명하고 국민에게 사과와 더불어 양해를 구하는 게 맞다. 과거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대통령을 믿어 달라고 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민주당이 당헌을 바꿔 기어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겠다면 막을 방법은 없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국민 세금 838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안 써도 될 국민들의 피와 땀의 세금이 이렇게 쓰여진다. 결국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다.    

야당뿐 아니라 범여권인 정의당도 "제 얼굴에 침뱉기" "민주시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민주주의는 약속 이행을 통한 신뢰구축이 생명이다. 그런데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민주당의 위선적 행태는 정치 혐오와 냉소를 증폭시킬 것이다.

당의 이익만을 좇아 진정한 반성도 없이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면 유권자의 엄중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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