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지원 기자]병원과 노조 사이 인력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갈등만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노조가 던진 '총파업 예고' 카드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된다는 데 있다. 

27일 마감된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 축소에 관한 청원'에는 일주일여 만에 총 10만명이 참여, 향후 법안을 발의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청원인은 간호사의 인력부족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간호사 면허소지자의 수가 적은 것이 아닌 간호사 1인당 환자수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의 간호사 면허소지자는 OECD 평균보다 많지만 실제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수는 OECD 평균인 7.9명보다 적은 4.2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많은 숫자의 환자들을 홀로 담당해야 한다"며 "큰 대학병원의 경우 간호사 1명당 12~20명, 요양병원의 경우 40명까지도 담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곧 간호사들의 사직을 야기한다고도 했다. 그는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줄이고 법적으로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환자 대 간호사 비율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렇듯 병원 내 인력 문제는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지난 9월 간호사 중심의 전국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며 의료 인력 확충과 교대 근무제 개선, 임금 인상 등 기본적인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병원 내부의 인력 문제를 여실히 방증하는 사례다. 

이달 1일에는 순천 성가롤로병원 역시 의료인력 확충과 임산부 보호조치, 임산부 야간근무 근절, 공표에 맞는 적정임금 보장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성가롤로병원 노조 관계자는 "야간근무 시 40명의 환자를 2명의 간호사가 담당하고, 점심시간 40분을 지키는 병동은 단 하나도 없었다"며 "임금 같은 경우도 다른 병원보다 현저히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공표에 맞춰달라고 요구했다. 간호사들의 경우 대략 1년에 4~50명 가량이 사직하고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두 노조의 문제는 모두 예고된 파업 당일 '극적타결' 됐다는 것. 두 파업 은 당일 새벽 노사와의 협상 끝에 파업 실시 몇 시간만을 앞두고 타결됐다. 

우선 전국 보건의료노조는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수 제도화 ▲교육전담간호사제 민간의료기관까지 확대 시행 ▲2022년 1월부터 야간간호료와 야간전담간호관리료를 모든 의료기관에 적용 ▲예측 가능하고 규칙적인 교대근무제 시범사업 시행 등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성가롤로병원 노조 역시 근무번당 간호사수에 대해 2022년 간호사 인력 충원 40명, 사직 및 휴직 대체인력 34명 등 총 74명으로 잠정 합의했다. 또 노사는 임산무 야간근무 금지,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 1일 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키로 했다. 

결국 문제는 소통에 달린 것이다. 노조 측은 지속적으로 사측의 '무응답'을 문제삼고 있다. 인력 문제를 제기해도 별다른 입장을 제시하지 않거나, 면담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한다.

병원 내부 인력의 파업은 곧 환자들의 불안감을 사기 마련이다. 따라서 병원은 갈등이 고조되기 이전에 노조와의 적절한 타협을 이어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편 서울대병원 노조 역시 27일 인력충원을 요구를 중심으로 내달 10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부가 밝힌 코로나19 병상 간호사 배치기준 가이드라인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는 보라매병원에 간호인력 충원이 시급한데도, 사측이 이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적극적인 소통과 포용으로 노조와의 갈등을 풀어낼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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