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승동엽 기자] 대선을 8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이재명·윤석열 양강 후보들의 정책 비전이 보이질 않는다. 각종 논란과 의혹들만 연일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후보의 오염된 과거가 부각되고 그 여파가 후보 주변인들에게까지 번지면서 유권자들은 결국 최악의 후보만은 피하자는 웃지 못할 상황에 놓여있다.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비호감도(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p)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 60.1%·윤 후보 55.7%를 기록했다. 두 후보 모두 비호감도가 50%를 넘은 것.

지금까지 두 후보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이 같은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인지할 수 있다.

이 후보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형수 쌍욕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 ▲조카 살인 사건 변호 논란 ▲아들 불법도박 등이 있다.

윤 후보에게는 ▲고발사주 의혹 ▲옵티머스 부실 수사 논란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수사방해 의혹 ▲장모 편법증여 의혹 ▲아내 김건희씨 허위 이력 의혹 등이 제기돼 있다.

윤 후보가 아내 김건희씨 허위 이력 의혹으로 연이틀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이 후보는 아들의 불법도박으로 응수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워낙 두 후보의 논란과 의혹들이 많아 새로운 게 발생하면 오히려 가볍게 느껴질 정도다.

일각에서는 두 후보 말고 이낙연·홍준표 구도가 정상적인 대선판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대선 승패에 따라 한 사람은 청와대로, 나머지 한 사람은 교도소행이라는 다소 공포스러운 말도 돌 정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두 정당의 행태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소속 후보의 논란과 관련해 반성은커녕 연일 상대 당 비난에만 집중하고 있다. 마치 '네가 더 나쁜 사람이다'라고 하는 모양새다. 누가 봐도 도긴개긴인데 말이다.

두 정당은 국민들의 선택지가 2개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국 정치판에서 이름만 바뀌었지 지난 14대 대선부터 현재까지 사실상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자대결이었다. 제3지대 역할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대안으로 내세우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결국 두 정당은 아무리 자신들이 잘못한 것이 있어도 상대 당보다 우위에 있으면 된다는 식이다. 도덕적 기준의 잣대가 잘못 설정된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고,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내집 마련'의 꿈까지 접었다. 이 같은 암울한 상황 속에서 대선후보들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데 논란만 생산하고 있다.

더 이상의 논란과 의혹 생산은 곤란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민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차악의 후보가 아닌 최선의 후보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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