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고서령 기자]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첫날이었던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부산·대구·대전을 방문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서울·대전·대구를 방문했다. 오늘도 비슷한 강행군이 이어질 예정이다.

길거리 현수막·노래 튼 유세차량·당의 색깔에 맞춘 패딩을 입은 지지자들의 풍경은 색다를 것이 없다. 대통령 선거때 마다 반복된 익숙한 모습이다.

다만 코로나가 우리 일상을 변화시켰듯 선거운동에도 당연히 영향을 주고 있다. 더욱이 오미크론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상황 속에서 유세를 시작했다는 점은 긴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이에 민주당은 '유세단 코로나 상황실'을 운영하고, 국민의힘은 비상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코로나 사태로 이번 선거운동에선 '대선후보들의 어묵 먹는 모습이 연출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 어묵'이라고 포털에 검색해 보면 우리가 아는 모든 정치인들의 어묵 먹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보고 있자면 어묵이야 말로 정치인들의 음식이자, 한국 정치 역사를 함께한 음식인 것 같다. 사실 정치인들은 시장에서 어묵을 먹어야 한다는 암묵적으로 합의된 국민적 요구라도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이미 선거 경험을 갖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당연히 어묵사진 보유자다. 이재명 후보 또한 성남시장 시절 어묵을 먹었다. 정치 새내기인 윤석열 후보는 어떨까? 놀랍게도 그 역시 이미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어묵을 먹었다.

지난해 7월 검사의 이미지를 지우고 정치인의 모습을 갖춰가던 그는 퀘스트(게임에서 주인공이 받는 임무)를 달성하듯 부산시장을 방문해 어묵을 먹었다. 어묵 먹기는 K-정치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였던 걸까.

시장에 파는 음식을 맛있게 잘먹는 모습은 유권자들과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게 해주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잠깐이나마 허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미크론 확진자 10만명을 눈앞에 둔 지금 마스크를 내려 어묵을 먹기엔 위험부담이 크다. 대선후보가 어묵을 먹은 곳에서 대규모 확진자라도 생긴다면 비판 폭격을 맞을지도 모른다.

꼭 오미크론이 아니어도 서민들은 정치인들의 어묵 먹는 모습을 이제는 지겨운 퍼포먼스로 여긴다. '서민 코스프레'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시장 음식을 소탈하게 먹는 모습이 플러스 점수가 되던 시절도 끝물이다. '어묵정치'의 유통기한이 슬슬 다해가던 차에 오미크론이 종지부를 찍어준 셈이다.

그러니 너도나도 우려먹는 뻔한 퍼포먼스를 이제 그만둘 때다. 유세 현장을 그저 표에 도움이 되는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는 포토존이 아니라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의 장으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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