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기 위해

[월요신문 김지수 기자 정리]경북 봉화에서 발원해 영주를 거쳐 예천 삼강에서 낙동강에 합류하는 내성천.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모래하천으로 2008년 가장 아름다운 하천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내성천에 댐이 들어서고 하천정비사업을 계획 중이다. 영주시 평은면에 건설 중인 댐이 거의 완공 단계에 이르렀으며, 내년 하반기에는 댐에 물을 가두는 담수 작업에 들어간다.

▲ 모래톱이 넓게 발달한 내성천의 명소, 회룡포

물에 잠길 지상 낙원이 서글퍼 쓴 애닳은 손편지
굵은 노송들이 지키는 조선시대의 호젓한 풍경


내성천 물길 중에 외나무다리가 예쁜 무섬마을, 퇴계 선생이 시를 읊던 선몽대, S자형으로 휘감아 도는 회룡포가 있다. 댐 완공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지금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사라져가는 아름다움, 내성천을 따라 물길 여행을 떠났다.

댐 아래 가라앉는 마을

댐이 들어서면 물 아래 잠기게 될 경북 영주시 평은면. 면소재지에는 오가는 인적이 드물다. 평은정류장에는 버스 시간표가 붙어 있다. 아직까지 안동, 영주로 가는 버스가 운행 중이다. 이 정류장엔 작은 갤러리가 있다. 평은 사람들이 직접 찍은 자신의 집과 마을 사진을 전시한 조그만 공간이다. 물에 잠길 고향을 서글퍼하는 이야기도 적혀 있다.

갤러리를 둘러보고 바로 옆 매점으로 들어간다. 주인장은 오랫동안 영주댐 반대운동을 해온 이곳 토박이다. 영주댐 건설 초기부터 지금까지 자세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현재 수몰지가 내려다보이는 산언덕에 이주단지를 건설 중인데, 주민 대부분이 그곳으로 옮겨갈 예정이라고 한다. 대를 이어 살아온 집과 농토가 물 아래 잠기면 고향이 없어지는 셈이다. 그래도 멀리 떠나기보다 고향 가까이에 머물고 싶은 것이 수몰민의 심정이라고. 정류장 옆 평은우체국에서 손편지를 쓴다. 이 우체국도 정류장 매점과 함께 마지막까지 마을을 지킬 것이다.

면소재지를 지나 더 안으로 들어가면 금강마을이 나온다. 이곳 역시 수몰 예정지다. 하지만 댐 공사를 하던 중 매장 문화재가 발굴돼 현재 마을 주변에서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주하고 나면 집을 철거하고 집터에서도 발굴을 해야 한다고. 매장 유물이 얼마나 더 있을지, 얼마나 큰 가치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다만, 공사 기한에 쫓겨 어영부영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랄 뿐.

무섬마을은 내성천이 둥글게 끼고 도는 아늑한 형상이다. 고택들이 즐비하여 마을 전체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지금은 수도교가 연결돼 아무때나 편리하게 드나들 수 있지만, 옛날에는 마치 물에 둘러싸인 섬 같았다고. 섬과 바깥세상을 연결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손수 외나무다리를 만들었다. 폭이 한 뼘이라 한 사람이 걷기에도 불안하다. 마주 오는 사람이 비켜설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둔 게 인상적이다.
무섬마을 고택들과 외나무다리가 알려지면서 지금은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태풍 끝머리에 물이 제법 불어나 다리에 물이 닿을락 말락이다. 아예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속으로 걸으며 내성천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무섬마을은 영주댐에서 7㎞쯤 떨어져 있다. 댐 완공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수량과 수질의 변화가 올 것이요, 그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도 예상된다.

▲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노송이 우거진 선몽대, 육지의 섬마을 회룡포

선몽대는 퇴계 이황의 종손이자 문하생인 우암 이열도가 1563년 내성천 옆에 세운 정자다. 선몽대 현판은 이황의 친필이다. 이 정자에서 이황은 물론 약포 정탁, 서애 유성룡, 한음 이덕형, 학봉 김성일 등이 시를 짓곤 했다. 산을 등지고 들과 강을 굽어보며 자연의 멋과 풍류를 노래했을 것이다.

강폭이 넓어 시야가 탁 트이고, 우거진 노송이 강변에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성인 한 명이 두 팔로 안을 수 없을 정도로 굵은 노송들이다. 홍수가 나는 것을 막고 마을에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수구막이 숲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강변에는 낡은 벤치가 몇 개 놓여 있다. 간혹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으며 벤치에 앉아 천천히 풍광을 감상하다 보면 지금이 조선시대라 해도 좋을 만큼 주변이 호젓하다.

▲ 선몽대에서 바라본 내성천


내성천 물길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물이 휘돌아가는 모습이 신비로운 예천 회룡포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서 회룡포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오른다. 오르막길이 제법 숨차다. 전망대에 서니 S자 혹은 R자 모양으로 급격하게 굽이진 물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물길 주위로 넓은 형성된 모래톱도 보인다. 모래하천의 매력을 실감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마을 입구로 향한다. 물길이 가로막아 작은 다리로 연결했는데, 공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멍이 뻥뻥 뚫린 철판을 이어 만든 간이 다리다. 뿅뿅다리 아래로 강물에 모래가 같이 섞여 흐른다. 상류에서 하류로 끊임없이 모래를 날라 낙동강에도 적잖은 모래를 공급한다. 고운 모래밭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한다. 물잠자리 같은 곤충이 쉬어 가기도 한다.

뿅뿅다리를 건너 강둑을 따라가다 보면 중간에 오토캠핑장이 나온다. 내성천 강둑을 한쪽에 두르고 논가에 자리한 캠핑장이 아늑하고 편안해 보인다. 제2뿅뿅다리는 철다리가 아니라 콘크리트로 만들어 중간에 구멍을 몇 개씩 뚫어놓았다. 다리 건너편은 회룡포마을과 이웃한 흑미쌀체험마을이다. 여기서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전망대에 이른다.

내성천의 하류 구간인 선몽대와 회룡포는 영주댐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앞두고 있다. 낙동강과 내성천이 만나는 지점부터 예천군 호명면까지 약 22Km 구간에서 하천환경정비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자전거도로, 인공제방, 다리, 휴게소 등을 만들면 지금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사업 구간에 속하는 회룡포와 선몽대는 명승지로 지정된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유산이다. 회룡포 입구에 주민들의 사업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모래하천 고유의 멋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내성천. 옛 선조들이 노래했던 그 풍광 그대로 후대에도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글·사진=한국관광공사 김숙현(여행작가)

여행정보

평은정류장 갤러리 : 경북 영주시 평은면 평은로 523
무섬마을 : 경북 영주시 문수면 무섬로 238-2 / 054-634-0040
선몽대 : 경북 예천군 호명면 선몽대길 74 / 054-654-3801
회룡포 : 경북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길 362(회룡포녹색농촌체험마을) / 054-650-6789

1.주변 음식점
용궁순대 : 국밥·순대 / 예천군 용궁면 용궁로 158 / 054-655-4554 / korean.visitkorea.or.kr
무섬골동반 : 비빔밥 / 영주시 문수면 무섬로 238-3 / 054-634-8000
영주한우마을 : 한우구이 / 영주시 풍기읍 소백로 1931 / 054-635-9285 / korean.visitkorea.or.kr

2.숙소
파라다이스호텔 : 예천군 예천읍 효자로 114 / 054-652-1108 / 굿스테이 / korean.visitkorea.or.kr
무섬마을 전통한옥체험 : 영주시 문수면 무섬로 234번길 31-12 / 054-634-0040
선비촌 :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796 / 054-638-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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