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따라 누비는 낭만의 여행

[월요신문 김지수 기자 정리] 이탈리아에 베네치아가 있다면 한국에는 포항운하가 있다. 얼마 전 철강도시 포항에 국내 최초의 운하가 생겼다. 작년 말 완공된 포항운하는 총길이 1.3km로 운하 자체는 그리 길지 않지만 바닷길과 연결하면 8~10km의 물길여행이 가능하다. 또 포항운하를 건설하며 옛 물길과 생태환경을 복원해 시민들의 공원이자 새로운 관광명소로 탄생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포항운하는 도시 사이로 흐르는 아기자기한 물길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물의 낭만’을 즐기는 이국적인 물길여행을 선물한다. 물길 따라 누비는 낭만여행이다.

   
 

도심 속 아기자기한 물길 이어 만든 포항운하
동해안 최대 규모의 어시장에서 만나는 제철음식

포항에 포스코만 있는 건 아니다. 포항은 산업도시일 뿐이라는 생각에 수정이 필요하다. 포항 앞바다가 휴양지로 이름난 곳은 아니지만 올 들어 포항의 바다가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강과 바다, 도심 속 작은 물길을 이어 포항운하를 만든 것이다.

옛 물길 복원해 만든 포항운하에서 크루즈 타기

포항운하는 없던 것을 인공적으로 만든 새로운 물길이 아니다. 전에 있던 물길을 복원해 옛 모습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운하가 만들어졌다. 역사적 배경은 이렇다. 국내 산업혁명기라 해도 좋을 만큼 전 국가적으로 변혁기를 맞았던 1960년대 말에 포항에서도 어김없이 도시화가 진행됐다. 포항제철이 건설되던 때였다. 당시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잇는 작은 물길이 있었는데 이를 매립해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을 조성했다.

최근 이를 복원해 물길을 다시 트고 주변을 정비해 포항운하와 유원지로 꾸몄다. 포항운하는 포항시 송도동과 죽도1동 사이에 있는 동빈대교와 형산강을 남북으로 잇는 물길이다. 그 곁으로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조성해 관광객만이 아니라 포항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서울의 청계천과 비슷한 과정을 겪은 것이다.

물길을 복원할 때 그 위에 터전을 잡고 살았던 주민들과 상인들의 협조가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운하의 시작점인 포항운하관에 주민들과 상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벽에 새겨놓았다.

올 4월부터는 작은 유람선이 운항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포항크루즈’다. 포항크루즈는 형산강과 내항은 물론 외항까지 잇는 광범위한 지역을 순환한다. 두 가지 코스가 있는데 하나는 송도해수욕장이 있는 포항 앞바다까지 크게 돌아 들어오는 A코스, 또 하나는 죽도시장을 거쳐 동빈내항을 중심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B코스다.

포항운하는 폭이 13~25m로 유람선을 타고 손을 뻗으면 양옆의 길이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진다. 작은 배를 타고 아기자기한 도심을 유랑하는 맛이 제법 낭만적이다. 한국의 베네치아라 이름 붙여도 좋을 법하다.

작게 도는 B코스는 왕복 6km로 30분 정도 소요되며 승선료는 6,000원, 크게 도는 A코스는 8km로 40분 정도 소요되고 승선료는 1만 원이다. 해상 날씨에 따라 운행 경로가 달라지는데 날씨가 좋으면 포항 앞바다까지 나갈 수 있다. 풍랑주의보가 뜨거나 파도가 세면 내항 쪽 작은 물길만 도는 등 유동적으로 운행한다. 오전 10시부터 일몰 전까지 이용 가능하며, 25인 이상 단체는 미리 예약하면 야간 크루즈도 경험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내리는 포항운하관에는 포항운하의 복원 역사를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운하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바다 쪽으로 큰 창이 난 카페와 레스토랑도 자리한다.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한 잔의 커피로도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것도 꽤 로맨틱하다. 밖에는 야외 전망대도 마련되어 있다.

포항운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포항에 온 사람도 오며가며 쉽게 들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포항역에서 약 1km, 포항고속터미널에서 500m 정도 떨어져 있어 시내 구경도 할 겸 산책 삼아 걸어올 만하다. 앞으로 포항 관광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희소식이 하나 더 있다. 2015년 4월부터는 KTX를 타고 바로 포항까지 들어올 수 있어 서울과의 물리적 거리는 물론 심리적 거리도 크게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죽도시장과 영일대까지 원스톱으로 즐긴다

   
 

포항에서 즐길거리가 포항운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포항운하를 중심으로 다양한 여가를 누릴 수 있는데, 가장 빼놓기 아쉬운 것이 포항 하면 떠오르는 죽도시장이다.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어시장답게 다양한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제철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포항물회는 물론, 계절에 따라 대게와 돌문어, 과메기 등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시장 내에는 수협어판장을 비롯해 횟집 200여 개가 몰려 있어 계절에 관계없이 신선한 회를 맛볼 수 있다. 싱싱한 수산물을 비롯해 건어물과 농산물까지 다양한 먹을거리가 넘치는 대형 재래시장이다. 구역에 따라 회센터골목, 과메기골목, 건어물골목, 농산물골목을 비롯해 그릇골목, 이불골목, 한복골목 등 각각 특화된 골목으로 나뉘어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해 돌아볼 수 있다.

죽도시장에서 운하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영일만해수욕장과 만난다. 영일만해수욕장 테마거리는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두호동 설머리까지 1.2km 구간에 해수욕장을 낀 데크와 산책로, 야외무대, 자전거도로, 해송숲 등이 펼쳐져 휴식이나 여가를 즐기기에 좋다. 도로 쪽으로는 횟집과 카페 등이 불을 밝히고 바다 쪽으로는 포스코의 불빛이 어우러져 색다른 야경을 선사한다.

영일대해수욕장의 중심에는 바다 위 누각인 영일대가 있다. 해변에서 바다 쪽으로 난 인도교를 따라 80m 정도 걸어가면 2층 높이의 전통 누각 영일대를 만난다. 바다 위에 서 있는 듯 독특한 느낌을 갖게 하는 영일대는 동해의 일출은 물론 달맞이 장소로도 인기 있는 곳이다. 포항운하에서 유람선을 탄 후 죽도시장에서 다양한 해산물로 식사를 하고, 영일대해수욕장을 산책하는 코스로 동선을 짜면 효율적이다.

오어사와 오어지, 오어사둘레길의 환상 궁합

오어사는 포항 시내 남쪽 운제산 자락에 터를 잡은 천년고찰이다. 신라 26대 진평왕 때 창건된 사찰로 오어지라는 저수지를 끼고 있어 산과 물, 사찰을 두루 누릴 수 있다.

독특한 이름의 오어사는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이곳에서 수도할 때 붙여진 이름이다. 두 사람이 개천의 물고기를 살리는 시합을 했는데, 그중 한 마리는 살고 한 마리는 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서로 살아 있는 물고기가 내 물고기라 하여 나 ‘오(吾)’, 물고기 ‘어(魚)’ 자를 써서 오어사라 했다고 전한다.

오어사에서 출렁다리인 현수교를 건너면 오어지를 끼고 1km 가량의 오어사둘레길이 이어진다. 해발 480m의 운제산은 화려한 단풍으로 유명해 가을산행지로도 인기 있다. 원효 코스, 혜공 코스, 대왕암 코스가 있는데 모두 3~4km로 편도 2시간 정도면 운제산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운제산 밑에 영일만온천이 있어 산행 후 피로를 풀기에 좋다.

글·사진 = 한국관광공사 이송이(여행작가)

여행정보

포항시 콜센터
문의 : 054-270-8282
포항운하
주소 : 포항시 남구 희망대로 1040
문의 : 054-270-5177, http://innerharbor.ipohang.org
죽도시장
주소 : 포항시 북구 죽도동
문의 : 054-242-7373, www.jukdosijang.kr
영일대
주소 : 포항시 북구 해안로
문의 : 054-240-7850
오어사
주소 :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로 1
문의 : 054-292-2083

1.주변 음식점
포항운하관 레스토랑 에스바이춘자 : 포항시 남구 희망대로 1040 / 054-273-9339
영일대호텔 중식당 천궁 : 포항시 남구 행복길75번길 11 / 054-221-9457
마라도회식당 : 포항시 북구 해안로 217-1 / 054-251-3850 / korean.visitkorea.or.kr

2.숙소
영일대호텔 : 포항시 남구 행복길75번길 11 / 054-221-9452
필로스호텔 : 포항시 북구 죽파로 6 / 054-250-2222 / korean.visitkorea.or.kr
갤럭시관광호텔 : 포항시 북구 해안로 93 / 054-251-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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