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박사’도 만나고 별도 보고

[월요신문 김지수 기자 정리] 쉽게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는 언제나 우리 가슴을 떨리게 한다. 그중에도 밤하늘에 총총히 박혀 있는 별들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동경의 대상이다. 별은 우리에게 동심과 휴심(休心)을 선사한다. 인적 없는 산골에서 초롱초롱 빛나는 별을 보노라면 잠시나마 세상 근심 걱정을 모두 잊는다.

   
▲ 올 10월 개관한 화천 조경철천문대 전경.<사진제공=조경철천문대>

아폴로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공간
하이브리드 투영기를 통해 재현되는 천체 운동

별이 쏟아질 듯 황홀한 밤하늘을 보고 싶다면 청정 자연을 자랑하는 강원도 화천의 광덕산으로 가보자. 오래전부터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별을 보러 즐겨 찾던 장소로, 맑은 날에는 맨눈으로 은하수를 관찰할 수 있다. 그동안 아는 사람들만 모여들던 이곳에서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별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지난 10월 화천 조경철천문대가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아폴로 박사’의 혼을 담은 천문대

   
▲ 조경철 박사의 흉상

천문학은 잘 몰라도 조경철이라는 이름은 익숙할 것이다. 조경철이라는 이름이 가물거리는 사람도 ‘아폴로 박사’라는 별명을 들으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우리나라 천문학계의 거장으로 알려진 고 조경철 박사의 업적을 기린다. 천문대는 광덕산(1046m)의 해발 1010m 지점에 위치해 우리나라 시민천문대 중 가장 높은 고도를 자랑한다. 그만큼 조명이나 가로등 같은 불빛과 멀리 떨어져 있어 더 많은 별자리 관측이 가능하다.

천문대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지만 높은 산에 자리하여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구불구불한 급경사 구간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 신비로운 ‘별 세상’을 만나기 위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광덕계곡을 지나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현대적인 모습의 조경철천문대가 나타난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에 4개의 돔이 반짝반짝 빛난다. 각 돔 아래에는 60cm 망원경 관측실, 12m 천체투영실, 1m 망원경 관측실, 슬라이딩 돔 관측실이 자리한다. 그 외에도 조경철 박사 기념전시실, 영상강의실 등을 갖췄다.

천문대에 들어서면 1층에서 먼저 조경철 박사 기념전시실을 만나게 된다.

2010년 작고한 조경철 박사는 천문학 대중화에 힘쓴 인물로 평가 받는다. 한국인 최초로 미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귀국 후인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던 장면을 생방송으로 동시통역해 ‘아폴로 박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TV에도 자주 등장해 대중에게도 친근한 인물이다.

조경철 박사는 평안북도 출신으로 해방 후 홀로 남한으로 내려왔다. 그래서 별도 볼 수 있고 맑은 날이면 북녘 땅까지 내다볼 수 있는 광덕산을 더욱 마음에 들어 했는지도 모른다.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많이 찾던 광덕산에 천문대를 세우자고 건의한 이도 조경철 박사였다. 착공 이래 조경철 박사는 애정을 갖고 천문대 건설 과정을 지켜봤다.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했으나 안타깝게도 2010년에 세상을 떠났고, 천문대는 2014년 10월에야 문을 열었다. ‘화천조경철천문대’라는 현판 글씨는 그와 같은 평안도 출신이자 대학 선배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직접 썼다. 조경철 박사의 소장품도 유언에 따라 천문대에 기증됐다. 조경철 기념전시실에서 그가 살아온 삶의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다.

“어쩌면 나는 광대한 우주의 모래밭에서 한 줌도 되지 않는 모래를 손에 쥔 채 노니는 어린애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잠깐 반짝했다 스러지는 유성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별빛을 좇는 동안 말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곤 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그 속을 거닐다 보면 지상의 일은 까맣게 잊곤 했다”

조경철 박사가 칼럼에 남겼던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 우주와 관련한 볼거리와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2015년부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운영

본격적인 천체 관측은 2층에서부터 시작된다. 2층에는 직경 12m 돔 스크린과 하이브리드 투영기 시스템을 갖춘 천체투영실, 교육전시실, 강의실이 있다. 48석이 마련된 천체투영실에서는 의자를 최대한 뒤로 젖힌 채 편안하게 천체 여행을 떠난다. 가을철에 볼 수 있는 카시오페이아, 케페우스, 안드로메다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각 계절별로 관측 가능한 별자리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운다.

광학식과 디지털식의 장점만을 취한 하이브리드 투영기를 통해 천체 운동이 재현된다. 광학식 투영기로 은하수와 별을 재현하고 디지털식 투영기로 다양한 콘텐츠를 구현해낸다. 여기에 전문가의 맛깔스런 설명까지 더해지니 점점 “별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밤하늘과 별자리가 손에 만져질 듯 실감나게 다가온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흥미로운 시간이다. 단, 천문대 상황에 따라 천체투영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견학으로 대체하기도 하므로 전화로 미리 확인 후 이용하자.

천문대의 핵심이 되는 3층 관측실에 올라가면 가슴이 설렌다. 직경 8m 돔 아래 구경 1m 망원경이 자리한다. 우리나라에서 연구용을 제외하고 가장 큰 망원경이다. 그 외에도 구경 60cm 반사망원경과 보조 망원경 등을 갖췄다.

주관측실은 일반 돔으로 보조 관측실은 대형 슬라이딩 돔으로 이뤄져 있다. 망원경으로 직접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고 싶은 열망이 커진다. 아쉽지만 아직은 정비 단계라 망원경을 이용한 별 관측은 불가능하다. 대신 각 망원경에 대한 설명과 별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2015년 상반기 무렵부터 관측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될 예정이다.

조경철천문대는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프로그램이 미비한 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시민천문대를 견학하고 조경철 박사의 발자취를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하다. “춤추는 로봇” 공연 등 소소한 볼거리도 있다. 날씨가 좋다면 굳이 망원경의 도움 없이 무수히 빛나는 별들을 두 눈으로 선명하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천문대 접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화천의 겨울은 눈이 많고 춥다. 천문대는 더구나 광덕산 정상 가까이 자리해 결빙 시 차량 이동이 힘들다. 눈길 이동에 필요한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면 겨울철 천문대 방문은 피하는 게 좋다. 조경철천문대는 일반적으로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열며 2015년 상반기까지 무료 개방한다. 천문대 이용 프로그램과 이용 시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을 전화로 문의한 후 방문하자.

글·사진=한국관광공사 김수진(여행작가)

여행정보

조경철천문대
주소 : 강원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 산273-105
문의 : 070-4694-5591, http://cafe.naver.com/drchouobservatory

1.주변 음식점
강원양어장횟집 : 송어회 / 화천군 사내면 화악산로 589 / 033-441-1034
삼대막국수 : 막국수 / 화천군 사내면 사내로2길 28 / 033-441-7608
거북회관 : 한우, 삼겹살 / 화천군 사내면 수피령로 36 / 033-441-4646

2.숙소
광덕그린농원 : 화천군 사내면 검단길 213-33 / 033-441-2617 / korean.visitkorea.or.kr
마음이머무는곳 : 화천군 사내면 포화로 653-76 / 033-441-6066 / korean.visitkorea.or.kr
별이빛나는밤에 : 화천군 사내면 포화로 672-37 / 033-441-7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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