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타점·타율 선두권, 사이클링 히트까지

   
 

[월요신문 이지현 기자] 국내 프로야구에서 용병선수 가운데 타자는 복불복(福不福) 전력으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으로 오기 전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적응에 실패, 초라한 성적만 남긴 채 돌아간 용병 타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시즌 NC 다이노스에 입단 팀의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에릭 테임즈의 경우 올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야구인들은 테임즈를 두고 ‘괴물‧사기캐’라고 표현하며, 역대 최고 용병 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14일 기준 NC 다이노스 소속 에릭 테임즈는 홈런 1위(7개, 2위 삼성 나바로 6개), 타점 1위(19점, 2위 NC 이호준 18점), 득점 1위(14점, 2위 넥센 유한준 12점), 타격 2위(0.421, 1위 LG 정성훈 0.447)에 각각 올라있다. 장타율(1.105)과 출루율(0.531)도 테임즈가 1위다.

뿐만 아니다. 빠른 발과 좋은 선구안을 갖춘 테임즈는 팀의 4번 타자지만, 도루(2개)와 볼넷(9개)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그는 9일 광주 KIA전에서 한국 프로야구 사상 17번째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아직 시즌이 한참 남았으나, 시즌 말 타격 다관왕도 바라볼만한 좋은 성적이다.

테임즈의 빼어난 활약과 관련해 야구계에서는 선수의 기본자질은 물론, 뛰어난 적응력과 단점 보완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했을 만큼 선수 본인이 가진 기량 자체가 빼어나기도 하지만, 테임즈 자신이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야구계 평이다.

구관이 명관, 테임즈가 ‘으뜸’

지난 시즌까지 NC는 신생팀 특혜로 경쟁 팀보다 한명 더 많은 용병 보유가 가능했다. 이는 결국 NC가 창단 2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팀 창단 3년차을 맞은 올 시즌 NC는 다른 팀들과 똑같은 조건 속에서 시즌을 출발했지만, 현재까지 성적은 전년과 똑같은 시즌 3위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테임즈의 기량 향상에 주목하고 있다. 테임즈가 개막 후 11경기에 나와 홈런 7개를 때려낸 것은 물론, 매 경기 2루타 이상 장타 역시 1~2개씩 생산하고 있어, 팀 성적 역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것.

테임즈 활약은 신입 외인타자들의 저조한 성적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시범경기에서 호성적으로 기대를 모은 짐 아두치(롯데)는 허리 통증으로 4일 1군에서 말소됐다. 루츠(두산), 잭 한나한(LG)도 허리와 종아리 부상으로 1군에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한나한은 아직 LG에서 시범경기, 정규시즌을 포함해 단 1경기도 뛰지 않았다.

나이저 모건(한화)은 타격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으며, 앤드류 브라운(SK)도 초반 페이스가 좋지는 않다.

현재 신입 외국인타자들 중에서는 앤디 마르테(KT) 정도가 타율 0.327, 3홈런, 10타점을 각각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정도다. 이마저도 테임즈와 비교하면 초라하다.

적응력 넘어 약점까지 극복

테임즈 포함 삼성 나바로와 KIA 필 역시 2년차 용병타자들로 현재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모두 경험과 함께 자기개발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국내 투수들도 이들 용병 타자들에 대해 분석이 끝난 만큼, 용병 타자들의 호성적은 단점 보완과 장점 극대화가 거론되고 있다.

한 야구해설위원은 “투수들이 테임즈나 나바로의 약점을 모르겠나. 알면서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그들이 약점을 최소화하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타격을 할 줄 아는 영리함도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테임즈는 지난 시즌 종료 후 단점 보완보다 장점 강화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가 근육질 몸매였으나 이를 더욱 벌크업(확대) 시킨 것. 늘어난 근육량은 파워 증가와 배트 스피드 향상으로 이어졌고, 배트스피드가 빨라지다 보니 공을 더 오래볼 수 있고, 이로 인해 홈런 역시 늘었다는 분석이다.

NC 구단 측은 테임즈가 부상만 아니라면 부진에도 빠지지 않을 것이라 진단했다. 테임즈가 성실한 몸관리를 기본으로 긍정적인인 마음가짐, 동료들과의 매끄러운 조화, 팬들과의 찰떡궁합 등 프로야구 선수로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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