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넘은 3할 타자와 선발승 투수 속속 출현

[월요신문 이지현 기자] 2015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됐다. 시즌 초반 팀 성적을 베테랑 선수들이 이끌고 있어 화제다. 선두 삼성부터 최하위 KT까지 노장 선수들의 분투가 팀 성적과 직결되고 있는 것. NC 이호준‧손민한, 삼성 임창용‧이승엽 등이 예전 전성기를 방불케하는 활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노장선수들이다. 프로 스포츠계에서 나이 마흔은 환갑(60)을 지나 고희(70)로 치부되는 나이다. 이들의 선전은 각팀 젊은 후배 선수에게 귀감이 되는 것은 물론, 팬들에게도 청량제가 되고 있다.

   
NC 다이노스 타선의 '핵'으로 활약 중인 이호준. <사진제공= 뉴시스>

프로야구에서 선수들의 전성기는 대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다. 이 시기 대다수 선수들이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가장 빼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때쯤 첫 FA(자유계약)가 되는 선수들의 경우 고액 연봉자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선수로서 은퇴적령기로 불리는 30대 중반이 넘어서부터는 상당수 선수들이 체력적인 한계에 봉착, 36~38세 사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은퇴를 결심한다. 젊은 선수들과 비교 기량이 떨어지다 보니 벤치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자연스레 팀 내 입지도 약해져 유니폼을 벗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일반적인 흐름에서 벗어나는 선수들이 있다. 30대 중반이 훌쩍 지났음에도 전성기 못지 않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의 존재인데,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마흔줄에 접어든 베테랑 선수들이 팀 성적을 견인, 팬심을 사로잡고 있다.

투타 최고참이 중심 잡아 주는 ‘NC’

올해로 1군 무대 3년차인 NC 다이노스는 이레저레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팀이다. 창단 전 제기된 ‘신생팀으로서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를 2년만에 말끔히 해소하더니 올 시즌 역시 중상위권 전력을 유지하며 리그 강팀으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NC가 강팀의 면모를 갖추게 된 데는 팀의 중심을 잡아준 베테랑 선수들이 큰 힘이 됐다.

NC는 창단 첫해와 이듬해 경쟁팀에서 다소 계륵 같은 존재로 분류되던 베테랑 선수들 영입에 아낌없는 투자를 감행, 성과를 제대로 봤다.

올 시즌 역시 NC는 우리 나이로 마흔이 넘은 손민한(1975년생)과 이호준(1976년생) 등이 투타 핵심전력으로 부상했다.

팀내 최고참인 손민한은 20일 현재 4경기에 선발로 나서며 2승2패에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 했다. 그는 또 4경기 중 3경기서 퀼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새로운 기록 경신에도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일각에서는 “올 시즌 손민한이 전성기였던 2000년대 초‧중반 못지 않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팀 리더로 자질을 보여준 이호준 역시 팀 타선의 큰 형님으로서 제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는 16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0.323, 4홈런, 20타점을 달성했으며, 장타율은 리그 9위에 해당하는 0.613에 이른다.

당초 이호준을 6번에 배치했던 김경문 NC 감독도 최근 그를 5번으로 끌어올렸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파워형 타자들 상당수가 전문 대타요원으로 변신했다 은퇴 수순을 밟는 것과 달리 이호준의 경우 불혹을 맞았지만 팀의 중심타선을 지키고 있다.

NC가 시즌 초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며 성적 또한 좋지 못했으나, 이들 노장의 활약으로 팀순위 역시 껑충 뛰어올랐다.

   
나이를 잊게 하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 이승엽. <사진제공= 뉴시스>

베테랑의 강력함 보여주는 ‘삼성’

5년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며 올시즌 역시 선두 질주 중인 삼성 라이온스에서도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1976년생 동갑내기인 이승엽과 임창용이 그 주인공. 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많은 나이에도 불구, 팀의 핵심 전력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시즌 초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우려를 자아내던 마무리 투수 임창용은 시간이 흐를수록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20일 현재 8경기에 나서며 5세이브(1패), 방어율 2.25를 기록 중이다. 최근 4경기에서는 안타를 2개만 맞고 삼진을 7개나 솎아내기도 했다.

아시아 홈런기록을 가지고 있는 ‘라이온킹’ 이승엽 역시 마흔이란 나이가 무색할만큼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17경기에 출장, 타율 0.306, 3홈런, 10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런가 하면 LG 이병규, KIA 최영필 등과 함께 프로야구 현역선수 최고참(1974년생)으로 분류되는 진갑용의 경우 벤치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팀 전력에 보템이 되고 있다는 평을 듣고있다. 한방을 갖춘 대타요원이자 예비포수로서 활용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송신영, 최영필도 ‘한 몫’

1976년생인 넥센 히어로즈 송신영, 한화 이글스 권영관 그리고 현역 투수 최고참인 KIA 타이거즈 최영필 역시 노익장을 과시허고 있다.

이중 송신영은 19일 광주 KIA전에 깜짝 선발로 등판해 7회 2사까지 1실점으로 호투하며 현대(현 넥센) 소속이던 2006년 7월 15일 수원 LG전 승리 후 3200일만에 선발승을 거뒀다.

본인이 직접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을 정도로 주위 예상을 뒤엎는 최고의 피칭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LG에서 한화로 이적한 권용관은 한화의 명가 재현에 있어 꼭 필요한 핵심전력으로 꼽힌다. 15일 대전 삼성전에서는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최영필 역시 현재까지 9경기에 나서며 1승1홀드, 방어율 3.12를 기록하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KIA의 필승조에 속해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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