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자신감, 찬스에 더 강한 모습

   
홈런 치는 강정호. <사진제공= 뉴시스>

[월요신문 이지현 기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 강정호의 활약상이 이어지고 있다. 시즌 개막과 함께 1군 무대에 모습을 보였으나 주로 대타 및 대수비 등으로 기용되며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가 선발 출장 경기 때마다 안타와 홈런 등을 쌓아가며 생각보다 이른 시기 관심대상에 오른 것이다. 강정호의 조기 리그 적응에 대해서는 허들 감독의 두터운 신뢰도 한 몫한 모습이다.

우리시각으로 13일 오전에 열린 피츠버그와 필라델피아 경기에서 강정호는 유격수 겸 6번타자 선발 출장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4경기 연속 선발 출장이었던 강정호는 단 한차례도 1루에 나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강정호에 대한 미국 내 시선은 상당히 우호적이다. 유격수란 중책을 맞아 안타성 타구를 점프 캐치로 잡아내 아웃 시키는 등 놀라운 수비실력을 보여주며 팀의 7-2 승리에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강정호가 보여주고 있는 놀라운 타격능력을 고려할 때 이날 경기에서 부진이 장기화 될 것이라 보는 시선은 상당히 드물다. 되레 그에게 더 많은 출장 기회를 부여 팀 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는 것이 현지 팬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선발로서 강정호란 선수의 가치를 미국 야구팬들 역시 서서히 알아가고 있는 것으로 한국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강정호란 선수가 가진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이제 미국 팬들도 알아 가는 중”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마력의 강정호

KBO리그 활약 당시 강정호는 처음부터 빛을 본 선수는 아니었다. 현대 유니콘스에 포수로 입단했으나 내야수로 전향해야 했고 수비에 있어 안정감을 인정 받으면서도 주전 도약이 빠르편은 아니었다. 또래인 류현진 김현수 등과 비교 스타로서 성장 역시 늦었던 그였다.

반면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인정받기 시작한 뒤 강정호의 입지는 대체불가였다. 공격능력에 있어 역대 최고급 유격수란 평가를 듣던 그였는데 기록 역시 어마어마 했다.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인 지난 2014년 30홈런-100타점을 모두 돌파하며 국내 유격수 역사상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긴 것. 유격수가 30홈런을 넘은 것은 1997년 해태 이종범 이후 처음이었고 유격수 100타점 돌타 역시 2003년 KIA 홍세완 이후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둘 모두를 달성한 국내 유격수는 현재까지 강정호가 유일하다.

강정호의 경우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 자칫 오해를 살만한 패션감각으로도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는데 이에 일부 야구팬들은 그를 부를 때 ‘마성의 강정호’라 칭하기도 했다.

그런 강정호의 미국 진출 소식이 처음 전해질 때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었다. KBO리그 데뷔 선수 중 투수가 아닌 타자로서는 처음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그였다 보니 성공 가능성만큼 실패에 대한 걱정이 컸던 탓이다.

특히 자주 제기됐던 문제가 한국과 다른 미국 문화에 대한 적응이었다. 낯선 문화 속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을 것이기에 본래 가지고 있는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이 상당했다.

그러나 현재 강정호가 보여주고 있는 활약상은 세간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나아가 그는 대타나 대수비 등 교체로 나선 경기보다 선발로 출장한 경기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며 '주목 받을수록 더 잘하는 선수'란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 마성의 강정호가 미국에서도 그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3할 타율과 감독의 믿음

13일 경기 직후 강정호의 타율은 0.309로 떨어졌다. 앞서 밝혔듯 이날 경기서 그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이에 종전 0.333의 타율이 0.309로 내려간 것인데 그럼에도 좋은 타자의 선결지표로 볼수 있는 3할은 유지했다.

이날 기준 강정호의 성적은 팀내 포지션 경쟁자들인 해리슨, 머서의 시즌 성적과 비교해 봐도 상당히 앞서 있다. 타율과 출루율 그리고 장타율 모두 1할 이상 강정호가 높은 상황이다. 경기당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fWAR) 또한 해리슨과 머서가 마이너스인 반면 시즌 초반 대타 출전이 많았던 강정호는 플러스를 기록 중이다.

강정호의 진정한 가치는 본인만 잘하는데 그치지 않고 팀 동료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포지션 경쟁자인 해리슨과 머서가 강정호의 분전 뒤 실력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

필라델피아와 경기에서도 최근 강정호에 밀려 선발 출장을 하지 못했던 해리슨이 오랜만에 3루수로 출장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된 3점 홈런을 쏟아 올렸다.

피츠버그 지역매체인 피츠버그 트리뷴에서는 “강정호가 3루수로 나선 것을 지켜봐야 했던 조시 해리슨이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올렸다”고 해리슨의 활약상 속 강정호의 가치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이 매체는 “피츠버그는 강정호에게 선발 출장기회를 더 주면서 왼쪽 내야(3루수-유격수)의 능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강정호의 최근 분전 관련 일각에서는 그에 대한 클린트 허들 감독의 신뢰에 주목하고 있다.

시범경기 당시 극도의 타격 부진이 이어지며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데뷔 자체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피츠버그 구단 주변에서 나왔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1군에 남겨둔 것은 물론 이후 경기 출장 기회를 꾸준히 늘려줬기 때문이다.

강정호에 대한 허들 감독의 믿음은 최근 그가 가진 인터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허들 감독은 “강정호는 그의 야구 인생에서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가 완전히 다른 환경에 왔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며 스프링캠프 때부터 강정호가 낯선 문화에 적긍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강정호는 일찍 알아서 자신의 것을 깨는 방법을 알아냈다”며 “의견은 의견일 뿐이다. 외부의 의견을 키우거나 자신감을 잃는다면 잘못된 것이다. 강정호 스스로 더 좋은 실력으로 증명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정호의 끝은 어디인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의 스윙을 믿고, 그가 하는 것과 훈련을 신뢰하다. 그래서 강정호의 활약이 놀랍지 않다. 이 남자는 어떻게 쳐야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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