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않고서 살아갈 수 없는 광기의 시대

[월요신문 민희선 기자] 연산군 11년, 1만 미녀를 바쳐 왕을 쥐락펴락하려는 자가 득실거리니,그야말로 간신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간신 포스터.

“단 하루에 천년의 쾌락을 누리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나이다” 연산군은 임숭재를 채홍사로 임명하여 조선 각지의 미녀를 강제로 징집했고, 그들을 운평이라 칭하였다. 최악의 간신 임숭재는 이를 기회로 삼아 천하를 얻기 위한 계략을 세우고, 양반집 자제와 부녀자, 천민까지 가릴 것 없이 잡아들이니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왕을 다스릴 힘이 내 손안에 있습니다! 내가 바로 왕 위의 왕이란 말입니다!”임숭재와 임사홍 부자는 왕을 홀리기 위해 뛰어난 미색을 갖춘 단희를 간택해 직접 수련하기 시작하고, 임숭재 부자에게 권력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던 희대의 요부 장녹수는 조선 최고의 명기 설중매를 불러들여 단희를 견제한다.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간신들의 치열한 권력다툼이 시작되고, 단희와 설중매는 살아남기 위해 조선 최고의 색(色)이 되기 위한 수련을 하게 되는데….

영화 ‘간신’은 1만 미녀로 연산군(김강우)을 홀리고 시대를 능멸한 최악의 충신 임숭재(주지훈)와 천하를 뒤흔든 간신들, 그리고 조선 최고의 색(色)이 되기 위한 1만 운평들까지 역사상 실존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 2015년 가장 강렬한 웰메이드 사극 영화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단 하루에 천년의 쾌락을 누리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나이다.”

연산군 11년, 조선 팔도의 1만 미녀를 강제 징집하여 궁으로 들인 ‘채홍’이라는 사건을 소재로 담았다.

갑자사화 이후 풍류와 여색에 빠지기 시작한 연산군은 장악원 제조 임숭재와 병조판서 임사홍(천호진) 부자를 채홍사로 임명하여 조선 각지 최고의 미녀들을 모두 궁으로 징집할 것을 명한다. 이에 임숭재는 조선 팔도를 돌아다니며 양반집 자제와 부녀자, 천민까지 가릴 것 없이 채홍하기 시작한다.

“단 하루에 천 년의 쾌락을 누리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나이다”는 극 중 임숭재의 대사로 연산군으로부터 채홍사의 전권을 하사받은 임숭재가 출정하기 전 왕에게 아뢰는 말이다. 본격적인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결정적 대사이기도 한 이 대사는 왕을 향한 임숭재의 충심이 담겨있는 듯하나, 왕을 홀리고 권력을 탐하기 위한 임숭재의 야릇한 속내가 담겨있어 관객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영화 속 채홍사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연산군 11년, 향락을 일삼던 연산군은 채홍사라는 기관을 세워 각지의 채홍사를 파견하였고 수많은 미녀들을 색출하여 궁으로 들였다.

이에 대해 민규동 감독은 “연산군이 집권한 12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중 연산군이 가진 권력의 전횡을 가장 극렬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채홍사라는 사건이다. 전국에 당시 인구가 한 400~450만 정돈데 만 명 정도의 여자를 채홍했으니, 사실 지금으로 말하자면 15세에서 25세 사이의 10만 명의 미녀를 그냥 끌고 온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채홍사와 이에 개입된 간신들의 권력다툼에 관한 이야기는 연산군 시대에서 한 번도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역사이기에 더욱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우리를 소인이라고 칭했던 놈들 모두 목숨을 구걸하게 될 것입니다.”

   
임숭재(주지훈)를 잡고 있는 연산군(김강우).

채홍사로 임명된 임숭재는 사대부가의 여식은 물론 조정 충신들의 아내까지 잡아들이며 그 위세를 과시한다. 연산군으로부터 높은 신임을 얻은 임숭재는 엄청난 권력을 쌓고, “우리를 소인이라고 칭했던 놈들 모두 목숨을 구걸하게 될 것입니다”라며 임사홍에게 속내를 드러낸다.

영화 속 간신은 기존에 우리가 가진 간신에 대한 이미지를 타파하고 새롭고도 신선한 간신의 캐릭터를 도입했다. 이에 대해 민 감독은 “같은 간신이지만 임숭재와 임사홍은 신세대와 구세대로 권력을 쟁취하는 방법에서 철학적 차이가 있다. 임사홍의 경우 왕의 마음에 들어 길게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전형적인 간신인 반면, 임숭재는 두터운 신임을 이용해 왕을 쥐락펴락하는 비전형적인 간신이다. 특히 간신이라 하면 왕에게 조아리는 이미지나 고대 역사에 나올 것 같은 느낌이 있으나 영화 ‘간신’에서 묘사된 간신은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기존 이미지를 타파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영화 ‘간신’은 임사홍을 통해서는 전형적 간신을, 임숭재를 통해서는 새로운 이미지의 간신을 묘사해 서로 다른 간신들의 팽팽한 신경전을 담아냈다. 이렇듯 지금껏 보아 온 연산군을 소재로 했던 여타의 작품들과는 달리 간신의 시각으로 바라본 역사를 면밀하게 담은 영화 ‘간신’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내 조정에 충신은 없소. 충견만 있을 뿐.”

극 중 연산군은 간신 임숭재 부자의 계략으로 어미니 폐비 윤씨의 죽음과 관련된 자들을 모조리 처형하는 갑자사화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정권 초반부터 왕권을 확립한 연산군은 나랏일을 뒤로 한 채 풍류와 여색에 빠진다.

흥청망청 놀기에 바쁜 연산군의 주위에는 권력을 탐하는 간신들이 득실거리고 연산군은 이를 두고 “내 조정에 충신은 없소. 충견만 있을 뿐”이라 말한다.

영화 속 연산군은 어머니 폐비 윤씨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미쳐버린 폭군의 이미지와는 달리 예술에 미치고 쾌락에 빠진 왕으로 묘사된다.

민 감독은 “역사적으로 연산군은 왕이지만 제대로 왕이지 못했고, 가장 뛰어난 왕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은 굉장히 비참하게 끝이 난 희대의 캐릭터”라며 “기존의 다양한 작품들에서 잔인하고도 무자비한 광기를 가진 연산군의 캐릭터를 묘사했지만 ‘간신’은 복수심만을 가지고 있었던 왕이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 굉장히 깊은 안목을 가진 지혜로운 왕의 면모도 많이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실제 연산군이 엄청난 예술가로서 기록이 많이 되어있는데 춤과 노래, 시에 있어서 굉장히 뛰어난 작가이기도 하고 풍류를 여느 왕 못지 않게 즐겼다. 너무 선을 넘었기에 광기의 왕으로 남게 됐었는데 영화 속에서 그런 새로운 면모들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작가이자, 화가로도 손색이 없었던 뛰어난 예술가로서의 잘 알려지지 않은 연산군의 모습과 슬픔과 분노, 광기를 모두 안고 살아가는 연산군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담은 ‘간신’은 가장 사실적이고 파격적인 연산군의 모습으로 뜨거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가 키우는 건 괴물이다.
아랫도리를 간질간질 긁어주면 힘과 재물을 쏟아내는 괴물!”

   
심각한 표정의 임사홍(천호진).

영화 ‘간신’은 조선 최악의 간신 임숭재 부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간신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병조판서 임사홍은 세조부터 연산군까지 4대에 이어 막강한 권세를 누린 인물이며, 임숭재는 채홍사의 전권을 하사받아 1만 미녀로 왕을 홀리고 눈과 귀를 가린 장본인이다.

극 중 임사홍은 “우리가 키우는 건 괴물이다. 아랫도리를 간질간질 긁어주면 힘과 재물을 쏟아내는 괴물!”이라며 아들 임숭재를 앞세워 연산군의 신임을 받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임사홍-임숭재 부자는 중종 실록에 천고에 으뜸가는 간흉이라 기록될 만큼 악명 높은 조선 최고의 간신이다.

임사홍은 연산군의 어미인 폐비 윤씨를 구실로 연산군을 부추겨 갑자사화를 주도한 간신으로, 그의 아들 임숭재 역시 아비의 명성에 못지 않은 희대의 간신으로 기록되어 있다. 연산군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임숭재는 성질이 음흉하고 간사해 충신들을 추방하고 남의 첩을 빼앗아 왕에게 바침으로써 총애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채홍을 위해 각지를 돌아다닐 당시 백성들이 모두 그를 피해 피신하였고, 그가 수레를 타고 다닐 때에는 마치 왕의 행차와 같았다고 전해지니 가히 대단했던 그의 위세를 가늠할 수 있다.

이렇듯 연산군의 최측근으로서 가장 큰 신임과 권력을 얻었던 임사홍-임숭재 부자는 조선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간신으로 회자되고 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