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뢰추락, 산업시장 소비 줄어 '괴기 영화'보는 듯

▲ 지하철 탑승객들이 메르스 우려로 마스크를 착용, 괴기영화를 보는 듯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설마 설마’ 했던 우려가 결국 대한민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더니, 국내 산업시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급랭하고 있다.

정부의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서 신뢰는 깨지고 불신만 남아, 어딜 가도 온통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뿐이다. 이 덕분에 도시는 21세기 판 호러 영화를 보는 듯 하기도 하고, 일반 시민들은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기가 막히다’는 푸념섞인 불만도 터져 나온다.

문제는 메르스 발 급랭 산업시장이 얼마나 빨리 회복될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세심한 정국 운영이 절실한 시점이다. 특히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야 말로 정부와 기업, 소비자 등 경제관련 주체들이 하나로 뜻을 모아 일사 분란하게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며 “메르스 발병 초기 조금만 고삐를 다 잡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난국은 모면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하기도 한다.

<월요신문>은 안이한 관망이 악순환으로 반복, 사회 전반에서 그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메르스 발 급랭 시장 현황을 산업별로 긴급 정리해 보고, 향후 전개될 시장 전망과 웃고 우는 산업현장들을 둘러봤다.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대한민국이‘방 콕’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경기 전반의 침체와 발 맞춰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던 소비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가운데 터진 메르스 사태가 산업전반의 소비를 또 다시 급랭시키고 있다. 인구 이동이 줄고,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백화점이던, 대형 마트던 움직이지 않는 소비자들 덕분에 도시 전체는 말 그대로 ‘방에 콕 숨어 있는 형국’을 연출하고 있다.

밀려들던 외국인 관광객은 급감하고, 그 여파로 도심 음식점과 커피숍, 영세한 가판 상점 운영자들까지 메르스 발 한파를 그대로 온몸에 맞고 있다. 명동의 한 가판을 운영하고 있는 이지영씨는 “이번 주 내내 관광객들이 급감해, 판매량이 5월 중순과 비교해 50% 급감했다”며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할 판”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미 유통가는 지난달과 비교해 매출 증가세가 꺽여 이달 들어 두자릿수 이상 급감했고,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주말 들러본 대형 마트의 경우 연일 보도되던 어이없는 풍광을 그대로 연출하고 있었다. 지난 주말 강남 반포의 뉴코아 마트에 들른 한 고객은 “예상은 했지만 마트에 들어서서 크게 놀랐다”며 “메르스 감염이 공기 중으로 전염된다는 확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산한 광경은 처음이라며, 마트를 찾은 소비자들 대다수는 마스크를 착용, 괴기스러울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처럼 소비의 마당인 마트를 찾는 고객들이 줄자, 그 여파는 예상치도 못한 산업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항공여행객 감소와 더불어 항공화물의 경우 미국 체리의 소비가 시작되는 이번 주, 대한항공 체리전세 화물기들은 줄줄이 운항을 취소, 혹은 스케줄을 조종하고 하고 있다. 대형 마트 관계자는 “6월초부터 한달 정도는 마트 방문객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해, 최대 체리판매시기를 일단 뒤로 미뤘다”며 “메르스발 영향이 체리 소비에 영향을 미칠지는 예상치 못했다”고 전했다.

반면 오프라인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이 메르스 사태로 매출 하락으로 연일 울상을 짓고 있지만,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 소셜커머스업체들은 표시 나지 않게 속으로 웃는 중이다. 이 덕분에 택배사업자들도 배송 물량이 늘어나 즐거운 비명이다.

■대책마련 시스템 부재, 컨트롤 타워 전문가 필요

메르스 발 시장 대 혼란의 원인은 초기 대응이 늦었을 뿐 아니라 사안의 경중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 되겠지 라는 낙관적 의견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정부의 비밀주의가 또 한목 하면서 발병 병원 발표가 늦어지자, 정부의 신뢰가 떨어지며,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정 재계 한 관계자는 “문화체육부의 경우 문화부와 체육부가 합쳐진 부서로 장관은 한명 이지만, 차관은 문화 쪽 전문가와 체육 관련 전문가등 2명이 포진되어 있다”며 “보건복지부 역시, 보건 등 국민건강과 관련된 전문가와 복지부분의 전문가로 컨트롤 타워를 운영해야 하는데, 윤영표 장관 혼자 이번 사태를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윤 장관은 복지부분의 전문가로 경제학자인 만큼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한 보고의 경중을 실감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5천만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의 시스템 자체가 애초부터 이번 메르스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40대 회사원 김우종씨는 “세월호 사건이후 국민 재난처를 신설한 것처럼 이번 사태가 안정화되면 메르스 사태에서 발견된 정부 시스템 허점을 재분석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시민들은 “매번 사후약방식의 땜질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정부의 허술한 대처로 국가적인 망신과 더불어 이제 해외에서도 국적을 밝히지 못할 만큼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산업시장과 사회 전반에 대 재앙으로 진행 중인 이번 메르스 사태의 근본적 문제를 원점에서 재 점검하고, 이에 따른 대책마련이 보다 치밀하게 구축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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