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지 않아도 만족, 소비 트랜드 변화 따라 확산

▲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명품 렌털 숍 전경.

국내외 유통시장에서 리스·렌탈을 통한 소비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작게는 아이들의 장난감에서 리스·렌탈을 이끈 정수기를 시작으로 가전제품과 침대, 더 낳아가 수 억원에 이르는 고급 수입 자동차와 부동산까지 리스·렌탈을 이용한 소비는 대세다.

이제 산업 유통시장에서의 리스·렌탈을 통한 소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지름길처럼 보인다.

그러면 과연 이들 리스·렌탈을 통한 소비 트랜드는 소비자들을 합리적 소비로 이끌고 있을까? 또 소비자들에겐 어떤 이익을 줄까? 일부에서는 기업들이 판매와 소비부진을 탈피하기 위한 또 다른 마케팅적 상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여기다 여전히 판매자 맘대로 리스와 렌탈조건을 밀어붙여 소비자불만도 쏟아진다.

급변하고 있는 소비시장에서 대세로 자리한 리스·렌탈 전성시대 도래 배경은 무엇인지 각각의 산업별로 체크해 보고 개선점은 무엇인지 알아 봤다. 또 향후 리스·렌탈을 통한 소비가 합리적인 소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견해도 들어봤다.

■리스·렌탈 소비 대세, 소비개념 변화 때문

리스·렌탈을 통한 소비 트랜드의 확산 배경은 이제 제품을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소유하는 것 이상의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다 고가의 제품 출시와 더불어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 주기도 갈수록 빨라지면서 이들 제품을 사용하고픈 소비자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 같은 소비개념의 변화는 낯설기만 하던 리스·렌탈을 친숙하게 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한 소비를 늘리기 수단으로 자리했다. 이 덕분에 이제 산업 유통시장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각종 제품이 리스·렌탈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은 갈수록 단순 사용이 아닌 ‘신 제품 이용 + 지속적인 사후 관리서비스’를 통합해 받고 싶은 욕구가 커져 향후 리스·렌탈을 기반으로 한 소비는 점진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서울대 전미영 교수는 “리스·렌탈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며 “경제여건이 낳아지고, 일부 품목의 경우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합리적 소비 기회를 높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으로 갈수록 각종 신제품에 대한 이용욕구가 늘어나고, 단순히 보는 입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싶은 소비욕구가 바로 리스·렌탈을 통한 소비 트랜드로 이어지고 있다.

전 교수는 “선진국들의 리스·렌탈 소비를 수치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낮은 가격의 상품에서부터 고가 상품의 경우 소유에서 리스와 렌탈 형태를 이용해 신상품에 대한 경험 욕구가 높다”고 말했다. 결국 리스·렌탈을 통한 소비 확대는 향후 점진적인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추세 역시 확산될 전망인 만큼 기업들의 판매망에 대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고령화, 1인가족도 리스·렌탈 소비 늘려

트랜드 변화에 따라 새로운 소비 형태로 자리하고 있는 리스·렌탈의 또 다른 확산 배경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1인 세대의 증가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한민국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만 25.3%(2013년 통계청 조사 기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생산가능 인구 감소 추세를 보이는 국가도 드물어 리스·렌탈 소비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미 각각의 산업별로 비용은 추가되지만 리스·렌탈이 전체 소비 형태로 자리한 산업은 많다. 그 대표적인 산업이 정수기. 이와 함께 비록 가격은 일시불로 지급하는 비용보다 높지만 수입 자동차를 비롯해 고가의 가전제품의 경우 기업입장에선 마케팅의 일환이지만, 리스·렌탈을 통한 구매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유통전문가인 김 앤 커머스 김영호 대표는 “제품과 서비스를 일시불로 지불하고 사용할지, 아니면 이자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구입과 동시에 사후 신경 쓰기 귀찮은 관리 서비스를 받을 지에 대한 결정은 소비자에게 있다”며 “갈수록 고급화되는 소비 형태에서 일부 더 비용을 치르고라도 리스·렌탈을 통한 소비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스·렌탈과 같은 소비형태가 증가와 더불어 산업시장의 과잉생산이 불어온 불합리한 소비 행태를 줄이기 위한 대안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호 대표는 “여전히 리스·렌탈시장은 판매자가 정하는 방식대로 판매가 이뤄져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예를 들면 정수기를 6개월만 쓰고 반납하고 싶은데, 지금은 1년 이상 혹은 의무 사용기간을 강제해 고객 불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향후 리스·렌탈시장이 커지려면 다양한 사용기관과 고객들의 선택권을 다양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과 대형 유통 마트에 들어서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무수한 상품들을 만난다. 산업혁명은 모든 공산품을 포함해 전체 산업시장의 과잉생산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불합리한 소비를 늘려 왔다. 따라서 리스·렌탈을 통한 소비는 소비자들의 과욕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산업시장의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것으로 보인다.

그 대안으로 부상하는 것이 공유경제다. 꼭 필요하지 않아도 우리 소비자들은 항상 구매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끊임없는 소비욕구를 보인다. 이를 충족하기 위한 새로운 소비형태로 부상하는 것이 리스·렌탈이다. 따라서 이를 잘만 유용하면, 상품을 소유의 개념에서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바꾼 공유경제 시대를 열수도 있다.

10여년 전만해도 리스·렌탈은 무엇인가 불완전한 소비로 인식됐었다. 하지만 이젠 대표적 소유의 개념이던 주택마저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되고 있는 것처럼 소비의 트랜드는 변화되고 있다.

이제 합리적인 소비로 리스·렌탈을 어떻게 활용할지, 또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1인가족의 급증 추세에 맞춰 소비를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한 기업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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