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페인 콜럼비아 입장 첨예하게 맞서

300여년 전 콜롬비아 북부 카리브해에서 침몰됐다 최근 발견된 스페인 보물선이 최대 170억 달러(약 20조원)에 이르는 '금은보화'가 실린 것으로 추산된다고 CNN방송 등 외신이 보도했다. 보물선의 이름은 산호세호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5일 산호세호 발견한 노고를 높이 평가하면서 사상 최대의 보물선 발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산호세호가 카르타헤나 남쪽 바루반도 인근 해역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호세호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선 함구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발견된 선박이 산호세호라는 근거로 “무인 잠수정이 조사한 결과 돌고래 무늬가 찍힌 구리로 만든 대포가 잘 보존돼 있는 사진을 촬영했다”고 제시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이번에 발견된 배는 의심할 여지없이 307년 전에 침몰한 산호세가 맞다"면서 "산호세는 지금까지 발견된 침몰 유산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 중 하나로 인류 역사상 최대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고고학자인 파비안 사나브리아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콜롬비아 인근 카리브해에 줄잡아 1천척의 배가 가라앉아 있으며 산호세는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보물선이라고 말했다.

산호세호는 지난 1708년 6월8일 당시 스페인의 식민지로부터 1100만 개의 금화와 보물들을 싣고 스페인으로 향하다 영국 전함의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당시 산호세호에는 약 600명이 타고 있었으며 금화와 보물의 가치는 수십억 달러에서 최대 10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카르타헤나 인근에서 침몰한 산호세는 당시 군인과 선원 등 600명 외에 금화와 은화, 보석 등 신대륙에서 약탈한 보물을 가득 싣고 있었으며 그 개수만 1천100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 보물들의 가치가  40억∼170억 달러로 추산되며 최근 국제 은 가격 하락을 고려해도 최소 2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의 함대에 속했던 산호세는 1708년 6월8일 카르타헤나 인근에서 영국 함대와의 교전 중 침몰했다.

제국주의 시대 스페인 침몰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선박으로 해양 전문가들 사이에 꼽혀온 산호세호는 미국과 스페인, 콜롬비아가 모두 침몰선에 대한 권리를 주장, 법적 분쟁의 대상이었다.

작고한 미 배우 마이클 랜던과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의 백악관 보좌관이던 존 얼리히만 등 미국 투자자들이 소유한 해양탐사회사 '시 서치 아르마다'는 지난 1982년 산호세호의 침몰 지점을 확인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콜롬비아 정부는 침몰선의 위치를 확인한 사람 또는 회사에 발굴된 유물에 대한 지분 50%를 인정해온 해양법 조항을 파기, 시 서치 아르마다에 지분 5%만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미 투자자들이 미 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은 지난 2011년 기각됐으며 2년 뒤 연방항소법원에서도 패소했다. 한편 콜롬비아 대법원은 산호세호의 유물들을 둘러싼 국제 분쟁이 해결되기 전 유물을 회수하라고 명령했다.

콜롬비아 정부와 보물탐사회사간의 주장이 엇갈리는 점도 주목을 끈다.
콜롬비아에서 시 서치 아르마다를 대표해온 다닐로 데비스 변호사는 1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 산호세호의 보물들이 회수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호세호가 30여년전 시 서치 아르마다가 발견했다고 밝힌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는 콜롬비아 정부 발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콜롬비아산토스 대통령은 “산호세호 발굴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콜롬비아의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산호세호 보물 회수 작업에 소요되는 기간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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