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내원 없으면 아수라장 될 것”

▲ 지난 13일 0시를 기점으로 서울역고가도로가 폐쇄됐다.

[월요신문 이신영 기자] 서울역 고가도로 폐쇄 후 삼일 째인 15일 주변 우회로 통행 속도와 교통량은 당초 예상했던 대로 악화됐지만 우려할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고가 폐쇄 이전에 비해 인근 도로의 교통체증은 심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역고가는 서울역을 중심으로 중구 퇴계로와 만리재로를 잇는 도로다. 지난 1970년에 개통 된 후 45년이 흘렀고 최근에는 노후화로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 통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 서울시는 철거 대신 보행자 전용 도심공원 조성 ‘서울역 7017’을 발표했다. 하지만 고가 통제로 인한 차량 정체와 주변 상권 침체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월요신문>은 15일 10시 폐쇄된 서울역 고가 주변 우회도로 현장을 찾아가 도로 상황과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 고가 폐쇄 이전에 비해 인근 도로의 교통체증은 심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가도로 주변은 우회로로 차량들이 몰리며 혼잡을 빚었다. 차량들은 좁아진 도로에서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당초 우려했던 만큼 심각한 교통대란은 없었다. 현장엔 교통안내를 맡은 모범택시 기사와 서울시 공무원이 배치돼 있었고, 운전자들은 안내에 따라 질서 있게 도로를 빠져나갔다.

   
▲ 우회로 일부 구간은 원활한 소통을 보이고 있다.

현장에서 교통안내를 하는 모범택시 기사 A씨는 “반발하거나 욕하는 사람은 없다. 운전자들이 안내에 잘 협조해준다”면서 “이번달 말까지 교통안내가 예정돼있는데, 다음달 교통안내가 없어지면 혼잡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 안내원이 교통 통제를 하고 있다.

인근을 지나던 택시기사 B씨는 “통제하고 나서 와봤는데 얼마나 막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단계인 것 같다”고 답변했다.

서울역 서부광장 앞 청파로 쪽의 정체 현상은 심화됐다. 청파로는 이날 오전 고가 진입로부터 신호대기를 위한 차량 정체가 나타났다. 실제로 현장에선 무리한 차선변경으로 인한 가벼운 접촉사고도 일어났다. 교통안내원은 “고가도로가 있을 땐 이렇지 않았다”며 “청파로가 밀리는 구간이 아닌데 운전자들이 아직 숙지가 안 돼 그런 것 같다”고 답변했다.

   
▲ 우회로 구간에서 가벼운 접촉사고도 일어났다.

퇴계로에서 통일로 방향 차량 통행도 정체 현상이 확인됐다. 4호선 회현역 부근에서 연세재단 세브란스 빌딩 앞까지 600m 가량 차량이 줄을 섰고 운전자들은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우회로를 지나는 시내버스 이용 승객들은 불만을 호소했다. 한 버스 승객은 “배차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불편하다. 이쪽 도로를 빠져나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좀 길어진 것같다”고 말했다.

서울역에 정차하는 용산 시내버스 기사 C씨는 “(서울역고가) 폐쇄 후 교통체증이 심각해졌다”며 “증차됐지만 배차시간을 맞추기가 힘들다. 하도 밀려서 같은 번호 버스 여러 대가 줄지어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교통 안내하시는 분들 없으면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신용목 교통본부장 “정체 해소하겠다”

서울시는 15일 서울역고가 폐쇄로 인한 교통대책과 관련, “한강대로와 퇴계로 등 특정시간대에 교통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구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정체 해소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고가 폐쇄 당일인 오후 6시30분께 퇴계로 서울역방향과 한강대로, 통일로 구간에 정체 현상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신용목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동-서 방향의 교통 상황이 바뀌면서 남-북 방향의 한강대로에 영향이 왔다. 퇴계로에서 서울역 방향이 막혔지만 일단 염천교 교차로를 지나고 나면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본부장은 이어 “퇴계로 쪽 우회전 신호를 조정하면서 다소 개선됐다. 오늘 오전 속도는 21.2㎞/h로 평소보다 12.5% 느려지는데 그쳤다"고 말했다. 고가 폐쇄 당일 오전 한강대로 속도는 18.8㎞/h로 평소에 비해 22.7%(5.5㎞/h)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폐쇄 다음날 오전은 전날에 비해 교통 상황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평균 속도는 23.1㎞/h로 고가 폐쇄 전에 비해 0.2㎞(0.9%) 빨라졌다. 퇴계로와 만리재로는 속도가 각각 26.3㎞/h, 33.1㎞/h로 5.5%, 27.6% 높아졌다.

반면 우회로인 청파로는 22.1㎞/h로 18.0%, 염천교(칠패로)는 15.3㎞/h로 21.9% 속도가 줄었다.

공덕동주민센터에서 남대문시장(3㎞) 구간은 주행시간이 15분 26초로 고가 폐쇄 전에 비해 4분 8초 늘었지만 전날 보다는 3분 4초 줄었다.

교통량은 염천교가 10.4%, 강변북로 12.4%, 내부순환이 2.8% 증가한 반면 만리재로와 퇴계로는 38.5%, 51.0% 감소했다. 대중교통 이용은 전날 서울역과 시청, 충청로 등 도심 지하철이 전주에 비해 1.4%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월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고가 폐쇄 후 나타난 현상을 바탕으로 향후 청파로∼한강대로 신호 연동을 검토하고 숭례문→염천교 사거리 정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스 노선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