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지역구(노원 병)도 위험하다

▲ 15일 상계중앙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나 안철수 의원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월요신문 김민기 기자] 안철수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힌 서울 노원병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노원병은 안의원에 이어 이준석 새누리당 전 혁신위원장과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 외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까지 총 4파전으로 난타전이 예상되기 때문. 지난 10월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실시한 노원 병 ‘가상 대결’ 지지율 조사에서 안 의원 42.7%, 이 전 위원장이 40.3%로 집계돼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노회찬 전 의원의 경우, 19대 총선 때 노원 병에서 57%가 넘는 득표율을 보여 경쟁력을 입증했다. 여기에 새정치연합에서 후보를 낼 경우 야권 분열로 여당의 일방적 승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노원 병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월요신문>은 15일 노원 병을 찾아가 주민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기자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상계주공 10단지 경로당이다. 이곳은 14일 안철수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 직후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12시를 조금 넘긴 시각, 경로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르신들이 20명 가량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자가 먼저 다가가 “어제 안철수 의원이 방문했는데 안의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응수(84세)씨는 “어제 안의원이 와서 인사를 하고 10여분쯤 있다가 갔다. 탈당(안의원이)한 것은 잘한 일이다”고 말했다. 잘했다고 보는 이유를 묻자 최씨는 “문재인하고 안철수는 애초부터 맞지 않는 조합 아닌가. 가는 길이 다른 것 같다. 그러니 탈당해서 각자 갈 길을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최씨 옆에 있던 할머니 김복순(77세)씨는 “다 생각이 있어서 탈당했겠지 좋은데 왜 나왔겠나.”라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로당의 다른 노인 분들도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해 ‘잘못했다’는 의견보다 ‘잘한 일’이라는 반응이 더 많았다. 하지만 선거에서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철수 탈당’ 긍정 평가 더 많아

경로당을 나온 기자는 거리에서 만난 주민에게 생각을 물었다. 상계동에서만 35년을 살았다는 주민 박영택(67)씨는 “어제 TV에서 안철수 의원이 기자회견하는 걸 봤다. 진작에 탈당했어야지 서로 물과 기름인데 섞일 수 있겠나. 지난번 보궐선거 나왔을 때 찍어줬는데 탈당 안하면 다른 사람 찍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택시 기사도 만나 생각을 들어봤다. 택시 기사 김만길(48)씨는 “저번 대선 때도 문재인한테 질질 끌려다니던데 새정치하겠다는 양반이 뭘 하려고 문재인당에 들어가서 그 고생을 하나. 국민의 열망대로 독자적으로 새정치를 하면 지금보다 더 지지를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50대 택시기사 홍수일 씨는 "진작 탈당했어야 했다. 저번에도 안철수 찍었는데 탈당 안하면 이번엔 안 찍으려 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대선후보 단일화와 합당 과정을 들며 "항상 문재인에게 끌려다니지 않았냐"며 "안철수는 새로운 바람이고 이번까진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제 보여 줄 것이라 믿고 한 번 더 밀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는 시장 상인의 생각을 듣고 싶어 상계중앙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장 입구에서 만난 상인 이병묵(62)씨는 “안철수가 탈당하고 싶어서 탈당했겠나. 그 양반이 대표할 때 친노 세력들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지 않았나. 문재인은 수수방관한 거고. 그래서 개혁하고 싶어도 잘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어 나온 거지”라며 비난의 화살을 친노에게 돌렸다. 어물전 가게를 하는 상인 김상벽(55)씨는 “안의원은 큰 일을 할 사람이다. 썩은 정치판에 들어가서 생고생을 하는데 국민들이 그 심정을 알아주면 좋겠다. 안의원이 자기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내년에도 찍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 중에는 안철수 의원의 탈당에 부정적인 사람도 있었다. 자신을 상계감리교회 신도라고만 밝힌 상인 A씨는 “탈당한 건 잘못 됐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말한 건 이해하지만 결국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 드러낸 것 아닌가. 문제가 있어도 당내에서 해결해야지 너무 성급했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안철수 그 양반이 너무 착해서 탈이다. 정치 신인이라서 그런지 이러 저리 휘둘리는 것 같다. 김영삼 김대중 같은 강력한 추진력이 없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 독하고 강해야지 무르면 쓰나.”라고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긍정 실망 유보, 크게 세 가지 반응

노원병 지역 주민을 다양하게 접촉한 결과 안철수의원 탈당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긍정 ▲실망 ▲유보 등 크게 세 종류로 나타났다. 다만 긍정이든 실망이든 유보든 주민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한 부분은 “안철수가 똑똑하고 착하다”는 것이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야당에 대한 실망감을 많이 표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노원병은 전통적으로 야권 지지세가 강한 곳이고 실제로 야당 의원을 많이 배출했다. 내년 총선에선 이런 현상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기자가 만난 주민 가운데 절반 이상은 내년 총선에서 안철수 의원을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확답을 피했다. 주민들은 그 이유로 ‘지역구 문제에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상계동 아파트 단지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태식(46)씨는 “안의원은 중앙무대에만 관심이 있지 지역에서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 이 지역에 재개발 구역이 많은데 지역구 의원이면 재개발사무실에 들러 추진 상황을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나 뿐 아니고 안의원의 지역구 활동이 소홀하다고 불평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이런 생각은 다른 곳에서도 확인됐다. 안의원이 14일 찾은 경로당의 한 어르신은 “안의원이 우리 경로당을 찾은 건 보궐선거 이후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상계중앙시장의 상인들 역시 “안철수 의원을 명절 외에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목욕탕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안철수인지 강철수인지 동네 목욕탕에서 본 사람 있으면 나오라고 해봐요”라고 꼬집었다.

이 주민은 이어 “야당이든 여당이든 상관없이 내년 선거에서 우리 지역구 일을 잘할 것 같은 분을 뽑겠다”고 말했다.

 

홍정욱 전 의원에 대해선 호의적

노원병 일대를 샅샅이 돌아다니며 민심을 살펴본 결과 예상치 못한 인물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 지역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정욱 전 의원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였다. 한 주민은 “그때 홍의원이 지역 일을 열심히 했다. 안의원은 당선된 뒤에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홍의원은 당선되고 지역 일을 부지런하게 챙겼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그런 양반이 다시 우리 지역구에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에게도 물어본 결과, 홍정욱 전의원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이준석 새누리당 전 혁신위원장에 대해서는 “아직 낯설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주민은 “이준석이 여기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왜 나오려는지 모르겠다. 사람은 똑똑해보이더라만 못 사는 동네와 사고방식이 잘 맞을까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성향의 주민은 생각이 달랐다.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는 한 주민은 “노원병에서 오래 살았는데 야당보다 여당 후보 찍어주는게 주민 삶에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위원장이 노원병에 출마할지는 미지수다. 이 전 위원장이 노원병에 출마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출마설이 나돌자 이 전 위원장은 본인의 SNS를 통해 “선거참여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솔직히 말해 정치 참여보다 더 앞서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놓고 고문하고 있다”라고 부인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전 위원장이 안철수 의원이 탈당선언을 하던 날 이 전위원장이 노원구에서 지인들과 술자리 모임을 가졌다는 보도가 나와 출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해석됐다.

이 전위원장의 출마에 대해서는 ‘밑져봤자 본전’이라는 말도 나온다. 대권주자인 안철수의원과 맞붙어 이기면 대박이고 떨어져도 손해 볼 것 없다는 것.

주목할 부분은 노원 병 주민들의 민심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이다. 취재 막바지에 만난 두 주민의 말이 상징처럼 뇌리에 와 닿았다.

“더 이상 정치 철새들이 날아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지역에서 초등학교도 안 나온 사람들이 지역에 대해 뭘 안다고 출마 어쩌고 행동하는지 모르겠다.”

“노원병은 더 이상 야당 텃밭이 아니다. 노원 주민들의 민심이 뭔지 내년 총선에서 분명히 목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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