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 박춘풍이 19일 오전 수원지검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 피고인 박춘풍(56)씨에 대해 "뇌 손상은 있으나 사이코패스나 반사회적 인격 장애는 아니다"라는 전문가의 뇌 감정 결과가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 심리로 22일 열린 박씨에 대한 항소심 4차 공판에서 감정 증인으로 출석한 김지은 이화여대 뇌인지과학연구소 교수는 박씨의 "박씨에게서 사이코패스 기준 중 충동성과 죄책감 결여, 우울성 등의 증상은 있다"며 "그러나 사이코패스나 반사회성 인격 장애로는 진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뇌손상이 인지 행동 및 정신장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25~50%정도로 보인다"며 "의학적 소견으로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은 정상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날 박씨에 대한 뇌자기공명영상을 3D로 보여주며 전두엽 앞쪽 이마부분인 전전두엽에 손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른 재중동포의 뇌과 비교했을 때 박씨의 전전두엽 쪽이 상당부분 손상돼 있고 혈류도 흐르고 있지 않아 뇌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다"며 "다만 어떤 사고에 의한 것인지는 영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전두엽은 기억력·사고력 등을 담당하는 뇌 부위다.

당초 박씨 측은 어렸을 때 사고로 눈을 다쳤고 뇌까지 다쳤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뇌 감정을 의뢰했다. 박씨는 이외에도 4년 전 공사장의 2층 높이에서 추락 사고를 당했고, 2년 전에는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능 검사에서도 처리 속도가 떨어지는 등 뇌 손상과 일치하는 소견이 나타났다.

하지만 뇌 감정에서 주목을 받았던 기능적 자기공명뇌영상법(fMRI)은 시행하지 못했다.

fMRI는 피검사자에게 인지 과제를 주고 뇌가 활동할 때 혈류 안의 산소 소모량 변화로 사람의 의식과 감정 변화에 따른 두뇌 반응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김 교수는 "사이코패스 진단의 보조 자료로 활용하려 했지만 연습 과정에서 익숙해지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뇌 구조·연결 부위에 이상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구조적 자기공명영상(sMRI)'검사만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결과 분석을 통해 향후 양형 반영 여부 등을 고려할 예정이다.

박씨를 싸이코패스로 볼 수 없다는 전문가 감정 결과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26일 열린 3차 공판에서 조은경 한림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감정인으로 나와 사이코패스 검사(PCL-R·Psychopathy Checklist-Revised) 결과, 박씨가 고위험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감정 평가를 밝힌 바 있다.

조 교수는 "박씨는 고위험 사이코패스 기준보다 낮은 점수가 나왔다"며 "위험 수준은 중간 정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시에 소재한 자택에서 동거녀 A씨를 목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수원 팔달산 등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씨에 대한 선고는 오는 29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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