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마술사를 둘러싼 사랑과 전쟁

 
[월요신문 이지현 기자] 평안도 최대 유곽 물랑루의 자랑이자 의주의 보배인 조선 최고의 마술사 환희. 하지만 어린 시절, 청나라 마술사 귀몰에게서 학대 받았던 기억으로 늘 삐뚤어져있다. 그런 그를 이해하는 것은 귀몰의 손에서 함께 도망친 의누이 보음 뿐. 한편 청명은 사행단의 호위무사 안동휘와 함께 청나라의 11번째 왕자빈으로 혼례를 치르러 가던 중 의주에 머물게 되고 우연히 마주친 환희에게 운명처럼 끌리게 된다. 청명이 공주일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한 환희 역시 처음 느낀 감정에 다른 사람처럼 변해간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 채 피어나기도 전에 과거의 악연에 앙심을 품은 귀몰이 복수를 위해 환희를 찾아오고 청명이 가지고 있던 청나라에 올릴 진상품을 노린 자들의 음모가 더해지면서 위험의 그림자가 점점 그들을 조여온다. 이것이 운명을 거스르는 사랑일지라도, 모든 것을 건 황홀한 마술, 환희의 마지막 무대가 펼쳐진다.

실제 기록된 역사적 사실에 흥미로운 상상력이 더해져 제작된 영화 <조선마술사>는 조선 최고의 마술사를 둘러싼 사랑과 대결, 모든 운명을 거스르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먼저 영화의 제목이자 소재인 '조선마술사'는 조선시대에 실제로 존재한 남사당패의 '얼른쇠'가 모델이다. 당시의 마술은 현대의 마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단순하지만 오히려 오직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닌 서민층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기능을 가졌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흥미로움으로 다가오는 마술이라는 소재를 사극이라는 장르로 연결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김대승 감독은 "보는 이들이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을 만큼 자신감 있게 상상해내자"라는 모토로 이제껏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볼거리와 스토리를 기대하게 한다.

   
 

<조선마술사>의 시대적 배경은 1636년 병자호란 직후다. 혹독한 전란에서 승리한 청나라가 정치적 볼모로 조선 공주와의 결혼을 요구하자, 청나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의순공주'의 이야기를 모티브 삼았다. 효종의 양녀였던 의순공주의 기구한 삶에 김대승 감독은 "자신이 원하지 않은 결혼을 할 수 밖에 없던 공주의 운명이 얼마나 슬프고 답답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다만 영화로나마 공주에게 웃음을 찾아주고 싶었다"라며 영화의 탄생 계기를 설명했다.

<조선마술사>는 역사적 사실이 바탕이 된 소재를 기반으로 하되, 사극이라는 장르의 무게감을 벗어나 허구와 사실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변주를 선보여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했다. 이에 12월 대미를 장식할 화제작으로서 영화 팬들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 것이다.

 

세대별 최고 연기파 배우 총출동

<조선마술사>에는 배우 유승호를 비롯한 고아라, 곽도원, 이경영, 조윤희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연기 변신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으고 영화와 관련된 소식들이 공개될 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선 것 또한 그만큼 배우들이 예고하는 이색적인 모습, 진정성이 담긴 열연에 대한 기대치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타이틀 롤을 맡은 유승호는 제대 후 첫 복귀작인 <조선마술사>를 통해 진정한 연기자로서의 과감한 도전에 나선다.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조선시대 최고의 마술사 '환희'라는 인물이 되어 무대 위의 카리스마와 치명적인 매력을 갖춘 희대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촬영 전부터 마술과 액션을 연마한 유승호는 "마술사 특유의 행동, 느낌들을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다"며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마술사 '환희' 캐릭터를 만들려고 많이 연구했다"고 전해 연기력으로나 이미지로나 한층 성숙된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의 인상적인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 고아라가 데뷔 이래 첫 사극에 도전했다. 환희와의 만남으로 운명을 거스르려는 공주 '청명' 역을 맡은 고아라는 "캐릭터를 위해 외형부터 내적인 모습까지 태도를 바꾸려 노력했다. 몇 개월 동안 서예 교육과 한복을 입고 예절 교육을 받았다"며 캐릭터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스크린을 사로잡으며 안정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이경영은 청나라로 공주를 모시고 가면서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사행단의 호위무사 '안동휘'로 분했다. 공주인 청명을 곁에서 지켜주는 충정의 캐릭터로 아버지 같은 마음과 신하의 마음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영화 <변호인>, <타짜: 신의손> 등 일련의 작품으로 신뢰감을 더한 곽도원은 과거의 원한으로 환희를 노리는 청나라 최고의 마술사 '귀몰' 역을 맡았다. 이번 영화를 통해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까지 감행한 곽도원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린 아이들까지도 가차없이 희생시키는 잔인한 인물"이라고 밝혀 진일보된 악역의 완성을 예고했다.

여기에 이야기의 또 다른 줄기가 되어 사건을 풍부하게 만드는 조윤희는 환희의 어릴 적 의누이이자 침술과 언변, 미모까지 겸비한 눈먼 기생 '보음' 역을 맡았다. 앞을 못 보는 인물이기 때문에 시선과 동작 처리에 있어 각별하게 신경을 써 사실감을 더하는 한편, 여기에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해 이전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입증할 예정이다.

이들 외에도 대한민국 대표 실력파 배우들이 합세해 드라마적 완성도를 높였다. 환희의 최측근이자 매니저 같은 존재인 박철민과 매 공연마다 완벽한 무대를 만드는 무대 감독 조달환, 물랑루의 차세대 유망주 장유상까지 이들이 선보이는 열연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김대승 감독, 웰메이드 사극 탄생 예고

<서편제>, <태백산맥>, <축제>를 거쳐 <창>, <춘향뎐> 등 세계적인 거장 감독 임권택 감독의 조감독으로 기본기를 닦은 김대승 감독은 데뷔작 <번지점프를 하다>를 통해 한국 멜로 영화의 흐름을 바꾸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후 한국형 스릴러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혈의 누>, 격렬한 드라마로 최고의 에로티시즘을 완성한 <후궁: 제왕의 첩>으로 눈에 띄는 흥행 성공과 탄탄한 연출력에 대한 신뢰를 얻은 바 있는 김대승 감독이 <조선마술사>로 3년 만에 돌아왔다.

김대승 감독은 <조선마술사>에 대해 "운명을 거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정의하며 "운명을 거슬러 더 큰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 큰 탐욕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 음모와 액션들이 복합되어 있는 영화"라고 설명한다. 그는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판타스틱하고 꿈꾸는 듯한 시간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실제로 영화는 다양한 마술 장면을 포함해 유승호, 고아라의 훌륭한 비주얼에서 비롯된 마술 같은 사랑과 유승호, 곽도원의 불꽃 튀는 대결을 비롯해 박철민, 조달환의 감초 연기로 빚어낸 탁월한 유머 등 독특한 분위기와 풍부한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다. 특히 유승호와 고아라가 선보이는 환상적인 연기 조합은 은근한 미소를 짓게 하는 동시에 가슴 뭉클한 감동까지 전한다. 배우들은 김대승 감독에 대해 매 작품마다 배우들의 잠재된 능력을 발견하고 최대치로 끌어올려 그들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믿음을 주는 뛰어난 연출가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우들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 관객들의 정서를 파고드는 섬세한 연출로 완성도를 높인 <조선마술사>는 이전 작품들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작품 탄생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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