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병 14만명, 특수전 6만명, 미국의 4배

 
[월요신문 이신영 기자] 세계 각국은 특수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특수부대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그린베레, 레인저, SEAL, 포스리콘, 델타포스와 데브그루 등 6개가 넘는다. 이밖에 영국의 SAS와 이스라엘 사이렛 매트칼, 러시아 스페츠나츠, 프랑스 외인부대 등 다양한 특수부대가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테러의 위협이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특수부대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는 것. <월요신문>은 기획 시리즈로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 운용 실태와 특수전 능력에 대해 상세히 살펴봤다.

북한 특수부대는 핵 위협 못지않게 대한민국에 위협적인 존재다. 2014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 특수부대(정식명칭 조선인민군 특수부대·NKSOF)의 병력 규모는 약 18만명에서 20만명 사이로 추산된다. 세부적으로 나누면 경보병 14만명과 특수전 전문병력 6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군사강국인 미국 특수부대가 5만명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유례없는 규모로 볼 수 있다.

북한군 특수부대의 존재가 우리 국민에게 처음 각인된 것은 1968년 1월 21일 발생한 124군 청와대 습격 사건이다. 북한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 소속 124군 부대 31명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미타산-앵무봉-노고산을 지나 북한산 진관사 계곡에 침투했다. 124군 부대의 평균 시속은 12㎞로 개인무기 2정, 실탄 350발, 수류탄 14발 등 20㎏이 넘는 군장을 감안하면 놀라운 속도로 행군해온 것이다. 우리 군의 경우 특수전 요원을 제외한 평균 행군 속도는 시속 4~5km다.

124군 부대는 촐동한 군경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31명 중 28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북으로 탈출했다. 당시 유일한 생존자가 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신조다.

북한 특수부대를 직제면에서 살펴보면, 각 군단에 배속된 경보병 여단, 해군사령부 예하의 해상저격여단, 공군사령부 예하의 공군저격여단, 정찰국 소속 정찰대대, 특수기동 및 지원 임무를 담당하는 혼성여단 등으로 편성돼 있다.

북한군 군사전략의 핵심은 속도전이다. ‘30일 이내에 한반도 통일을 완수 한다’는 선언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은 속도전을 강조한다. 전쟁 발발시 미 증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한미연합군의 방어를 뚫고 신속히 남한을 점령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참전으로 실기한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북한군 가운데서도 특히 북한특수부대는 속도전에 매우 능하다.

25㎏의 군장을 메고 하룻밤에 40㎞, 주야로 120㎞를 주파하는 강행군, 400m의 강물을 30분 안에 헤엄쳐 건너는 등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유사시 이들은 땅굴이나 도보, 또는 공기부양정을 타고 침투하거나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AN-2 수송기를 이용해 남한 후방지역에 투입돼 교란작전을 펼친다. .

북한 특수부대는 크게 3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전방 지역에 배치된 경보병은 DMZ 내 각종 작전 수행을 맡고 8, 9, 10군단에 배치된 경보병은 후방 지역 방어 임무를 맡는 한편 3인 1조로 특수부대원을 투입해 아군 진지를 교란시키는 임무를 수행한다.

특수전을 수행하는 병력은 총 6만명으로 일명 ‘빗자루부대’로 불린다. 빗자루로 쓸어담듯 상대를 일거에 초토화시키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 특수전 병력은 해상·공군 저격여단, 항공육전단, 정찰여단 등에 집중 배치돼 있다. 항공육전여단의 주 임무는 공군기지 타격과 산악지대 게릴라 활동이다.

해상저격여단은 도서지역이 많은 서해안과 남해안에 공기부양정과 고속상륙정 등을 이용해 기습 침투를 감행한다. 국군의 해병수색대 및 해병대 1사단 상륙기습대대와 유사하나 전열의 우열은 드러난 바 없다.

북한은 최전방에 ‘경보병여단’ 소속 병력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들은 고도로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원이다. 지난해 발생한 목함 지뢰 폭발사건도 이 부대 소속 요원의 소행인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도 북한군 3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군 GP까지 접근해 귀순 유도벨을 뜯어내고 도주했는데 군 당국은 도주한 북한군이 8군단과 경보병여단 소속 부대원들이라고 밝혔다.

북한 특수부대는 김정은 국방위원장 집권 후 활동 양상이 크게 바뀌었다. 그전까지 이들은 철책 이북에서 매복작전 훈련을 해 왔으나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아군 철책을 자주 침범하는 등 도발적인 작전을 벌이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우리 군의 경계 태세를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전면전 발발시 주요 거점을 신속히 점거하는 등 침투력 강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북한 특수부대의 무기 및 장비는 AK-47, M-16, M-3 등 소총과 경기관총, 수류탄, RPG-7, AT-3 등 대전차유도미사일, 대인‧대전차지뢰 등으로 무장돼있으며, 침투 작전시 민간인 복장이나 국군 복장으로 위장한다.

AN2 콜트기도 위협적이다. 스텔스 기능이 있는 AN2가 특수부대원을 싣고 아군 주요 기지나 후방 보급 지역에 침투할 경우 사전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상원 군사위 증언에서 “북한 AN2 콜트기는 천과 나무로 제작돼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 이 기종이 북한 특수부대와 연합작전을 펼칠 경우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AN2 콜트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옛 소련이 제작한 것으로 북한이 특수전 활용 목적으로 개량했다.

북한의 여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군 내에 여군 특수부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시로 선발해 남성과 똑같이 훈련시키고 특수전 요원으로 활용한다. 김정은 집권 후 여성도 의무복무제도를 도입했다는 첩보가 있다. 북한군의 복무기간도 1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여군은 자원 입대자에 한해 7년을 복무하도록 하고 있다. 남성의 의무 복무기간은 10년이다. 하지만 북한 특수부대원은 복무기간이 13년으로 전세계 징병제 국가 중 가장 길다.

북한 특수부대는 6·25 전쟁 후 대거 증원됐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특수전 병력 3개 연대만 있었어도 신속히 부산을 점령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후 66년이 흐른 지금 북한의 특수부대는 가공할 위력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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