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박스 차단” VS “남한이 더 손해”

▲ 정부가 지난 10일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도발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강력하고 독자적인 대북 압박 카드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이신영 기자]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는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 카드다. 그렇다면 이번 조치로 북한이 실제로 받게 될 타격은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선 전문가들마다 관점이 달랐다.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주장하는 쪽과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팽팽하게 맞섰다.

‘심대한 타격’을 주장하는 쪽은 개성공단이 북한의 달러박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개성공단 근로자는 약 5만5500명(2015년 기준)이다. 이들이 받는 급여 총액은 700만~850만 달러(83억여~101억원)다. 지급 방식은 모두 ‘현찰’이다.

<월요신문>과 통화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간단히 계산해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북한은 매달 1억 달러를 상실한다. 민심 악화 문제도 생긴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 북측 근로자와 가족 20만여명의 생계가 당장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고 예상했다.

북한 리스크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후 경제 활성화 노력을 배가해왔다. 그 척도가 외자 유치 노력이다. 경제개발촉진지역으로 총 26 곳을 지정하고 외자 유치에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그다지 성과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이 중단되면 북한 리스크를 더욱 키워 외자도입이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남한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견해도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 ▲북한 근로자의 임금 경쟁력 등을 내세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매년 성장세를 이어갔다. 5ㆍ24 대북제재조치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성장세를 막지 못했다. 2005년 1491만달러(약 168억원)에 불과했던 연 매출은 10년간 약 35배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누적 생산액은 31억8523만 달러(약 3조8000억원)에 달하며 지난해 매출 총액은 5억6천만 달러(약 6672억원)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인건비가 연간 1억 달러 정도이지만 개성공단 전체 매출액은 5억1500만달러를 넘었다. 따라서 공단 가동이 중단되면 오히려 우리가 손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예상되는 또 다른 피해는 제때 납품하지 못해 발생하는 클레임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절반이 넘는 58%가 섬유업종이고 기계금속, 전기전자 순이다. 이들 대부분이 고객사 제품을 임가공하거나 완성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 간 거래(B2B)를 한다. 따라서 개성공단이 폐쇄돼 작업을 못하면 납기 지연 등에 따른 손해 배상이 불가피해진다.

 

북한 근로자의 임금 경쟁력이 변수

북한 근로자의 임금 경쟁력도 무시 못 할 변수다. 중국 베트남 1인당 임금은 300달러 수준이지만 북측 근로자의 1인당 임금은 월 160달러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개성공단 근로자를 중국에 파견하면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이 입을 피해는 한국정부가 기대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당국이 개성공단 내 남측 자산을 동결 및 몰수할 가능성도 있다. 입주기업들이 철수하면 북한이 기반 시설과 관련 설비들에 대한 반출을 막고 몰수하는 등 경제적 보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앞서 2014년 4월에도 금강산 관광 중단 조치에 맞서 금강산 관광지구내 면회소, 온천장 등 우리측 자산을 몰수한 바 있다.

현재 개성공단에 대한 총투자액은 공공 4577억원, 민간 5613억원 등 1조190억원에 달한다.

개성공단 시설의 제 3국 매각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우용 동아시아문화연구소장은 "개성공단이 영구 폐쇄되면 서부전선의 북한군이 남쪽으로 수십 킬로미터 내려오고, 북한이 공단 시설과 장비를 제3국 기업에 넘길 수 있다. 개성공단 폐쇄를 빌미로 시설과 기계를 몰수해 중국 기업에 넘겨주면 그땐 어떤 대응 방안이 있나“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가동중단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124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지난해 생산액은 약 5억6000만달러로 국내총생산의 약 0.04%에 불과하다. 따라서 개성공단이 폐쇄되어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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