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5년간 8억2천만 달러, 韓 3년간 31만 달러 지원

[월요신문 이신영 기자]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견했던 중력파의 실체가 101년만에 실험으로 직접 확인됐다.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 이번 실험엔 국내 연구진도 참가해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이 그 주역으로 2009년부터 라이고과학협력단(LSC)와 협력 연구해 온 것.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국내 5개 대학(서울대, 한양대, 부산대, 인제대, 연세대)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속 20여 명의 물리·천문학자와 컴퓨터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 컨소시움이다.

 

소프트웨어 제공, 모니터링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2011년부터 3년간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사업의 지원으로 대학원생을 포함한 일부 연구진들이 미국 루이지애나주립 대학과, 위스콘신-밀워키 주립대학, 노스웨스턴 대학을 장기 방문함으로서 중력파 데이터 분석과 검출기 특성 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했다.

중력파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데엔 대용량‧고성능 컴퓨터 자원이 필요한데, KISTI의 대용량과학실험데이터허브센터는 라이고 데이터 그리드와 연동된 컴퓨팅 환경에 적합했다. 국내

연구자 및 일부 해외 공동연구자는 이를 이용, 중력파 관측데이터로부터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천체물리학적 물리량을 측정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또한 KISTI의 슈퍼컴퓨터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클리스터를 활용해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의 충돌 과정 등에 대한 수치시뮬레이션 연구를 진행해왔다.

한국 중력파 연구진은 이번에 최초로 중력파를 발견한 어드밴스드 라이고의 관측에 사용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와 기가 모니터링에 보다 직접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연구진은 공동으로 1차 관측가동(O1)에 사용된 온라인 분석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성능 향상에 기여했다. 또한, 중력파 관측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실행되는 실시간 데이터 잡음 제거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알고리즘의 개발과 구축에도 이바지했다. 소프트웨어 개발뿐 아니라, 약 4개월간의 관측 가동 기간 동안 약 5회에 걸쳐, 직접 중력파 관측에 참여해 관측데이터의 품질을 모니터링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의 단장 이형목 교수는 “이번 발견은 최초의 블랙홀 쌍성계 관측이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검출해 성공한 것이다. 이 역사적인 발견으로 이제 우리는 우주를 이해하는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이현규 교수는 “이번 발견된 중력파원은 그 에너지가 통상 우주에서 가장 강한 에너지로 알려진 감마선 폭발현상보다도 크다. 아마도 빅뱅 이후 인류가 관측한 우주에서 발생된 가장 격렬한 사건들 중 하나일 것이다”고 평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의 강궁원 박사는 “이번 발견은 단순히 일반상대론의 검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또 다른 큰 의미가 있다. 전자기파의 검출로 광학망원경에서 전파천문학으로의 도약이 있었듯이 이제 우리는 중력파를 이용해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는 것이고, 중력파 천문학 시대가 지금 막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이어 “예상되는 과학적 성과가 엄청난 만큼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해 연구에 매진하면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한편, 교육부는 2011년부터 3년 간 중력파 연구비로 3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이는 미국이 라이고과학협력단에 지원한 예산의 0.04%에 불과하다. 미국은 2000년부터 10년간 6억2천만달러 지원하고 성과가 없자 추가로 5년간 2억 달러를 더 지원해 마침내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국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자 사비를 털어 연구에 매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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