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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는 지금… IT기업과 전쟁 중
   
 

미국 법무부는 지금… IT기업과 전쟁 중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미 국가기관이 애플에 이어 세계 최대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WhatsAPP)과도 법정다툼을 벌일 조짐이다. 이유는 미국 법무부의 범죄 용의자에 대한 보안 기능 해제 요구에서 비롯됐다.

앞서 팀 쿡 애플 CEO는 "FBI가 아이폰에 만능키를 요구하고 있다. 그건 너무 위험하다"며 미 사법당국을 비판했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이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소셜미디어 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XSW)’에 참석해 “사법당국이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에서 합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만약 기술적으로 절대 뚫을 수 없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면 우리가 어떻게 아동 음란물 제작자를 체포할 수 있으며 테러 모의를 막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과세 당국이 보안을 뚫지 못하면 모든 사람이 호주머니에 스위스 은행 계좌를 하나씩 넣고 다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불똥이 왓츠앱으로 번졌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미 법무부가 왓츠앱의 암호화 기술로 인해 수사에 난항을 겪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토론했다고 보도했다.

법무부 소속 일부 조사관들은 왓츠앱의 암호화된 정보를 풀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강제 명령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조사관들은 이 사안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암호화되지 않는 상태로 데이터를 얻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

미국 언론은 ‘법무부 대 왓츠앱’ 갈등이 FBI와 애플 간 소송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FBI(연방수사국)와 애플의 싸움은 작년 12월 발생한 샌버너디노 총기난사 테러범의 아이폰5c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애플이 FBI의 보안해제를 도우라는 것이다. 즉, FBI가 집을 수색할 수 있도록 앞문을 따달라는 것.

반면 법무부와 왓츠앱의 경우는 암호화를 푼 상태의 정보를 제공하라는 것이며 이는 통화내용을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FBI가 수색이 목적이라면 법무부는 도청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NYT는 “사법당국과 왓츠앱의 갈등은 보안 전문가들이 예견한 일”이라고 밝혔다. 갈등의 근저에는 국가도청법도 포함돼 있다. 국가도청법(the nation's wiretapping laws)은 30년 전 제정된 후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사법당국이 유선전화 시대에 통용되던 법을 정보화시대에 같은 잣대로 적용하는 것이 온당한가 하는 것. 더욱이 애플 관련 사안은 ‘도청’ 문제가 아니어서 사법당국은 애플에 보안 해제를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 그러자 FBI는 1789년에 제정된 ‘모든 영장법’(All Writs Act)을 적용해 압박을 가했다. ‘모든 영장법’은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연방법원은 다른 어떤 방법도 유효하지 않을 때 이 법에 근거해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서명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1977년 FBI는 불법도박사건 수사과정에서 대법원으로부터 이 법의 집행을 승인받은 적이 있다.
 

미 정부가 철 지난 법까지 적용하며 보안해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법무부는 “미국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미국사회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의 아이폰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는 것.

미국은 그동안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9·11테러 이후엔 미국판 테러방지법으로 불리는 ‘애국자 법’(Patriot Act)을 만들어 법원의 허가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애국자 법 발효이후 연방수사국은 2003년부터 3년간 19만2499차례나 개인 정보를 수집할 권한을 행사했다. 이 법은 2015년 폐지됐다.

애국자 법 제정 당시에 비해 IT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수사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IT업체들이 사용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보안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

현재 미국은 일반전화와 휴대전화에 대해선 국가도청법을 적용해 수사가 가능하다. 통신사들은 이에 협조하고 있지만, 메신저를 웹상에서 제공 중인 애플, 페이스북 등은 협조하지 않고 있어 문제인 것.

IT업체들이 정부 요청에 응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첫째, 사용자들의 권리 보호다. 미 국가안보국(NSA) 소속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불법 도청 및 정보수집 등을 폭로하면서 인터넷 사용자들은 개인 정보에 민감해졌다. 자신의 정보를 최대한 보호해줄 메신저나 휴대폰으로 자연스럽게 옮겨 가게 된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왓츠앱이 시장을 석권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보안 때문이다. 왓츠앱의 경우 2014년 말, 엔드투엔드(end-to-end)라는 정교한 암호화 기술을 도입해 오직 수신자만 메시지를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둘째는 정부기관에 대한 불신이다.

애플 측은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언제 어디서든 애플 기기 사용자를 감시할 수 있는, 만능키를 만들어달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왓츠앱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암호화를 구축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암호화 해독 방식이 해커 등 제3자에게 넘어간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매번 암호화 과정을 바꾸는 것 역시 비용 문제 발생한다고 왓츠앱은 주장한다.

셋째, 정부가 기존의 법으로도 충분히 테러용의자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30년 전 제정된 국가도청법이 개정되지 않고 지금껏 존재한다는 것은 이 법을 굳이 고칠 필요가 없음을 반증한다는 것. 또 다른 법으로도 이미 충분한 정보 수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기업에 정보 제공을 압박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넷째, 해외에 미칠 파급력이다.

만약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 IT기업들이 미국 법원의 영장청구를 받아들이거나 수사협조에 응하게 된다면 다른 나라 정부의 요청도 허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 훼손에 수익성이 떨어질 것을 염려한다.

미국 사법당국과 IT기업 간 갈등에 대해 빌 게이츠는 레딧(Reddit)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sk Me Anything) 세션에서 “하루빨리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는 “정부가 특정 상황에서 암호화된 통신을 풀 필요성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다수 미국인들은 정부가 그 권한을 범죄 상황에만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임스 코메이 FBI 국장은 최근 의회에 출석해 “강한 암호화가 기업 운영에 필수적인 것은 잘 알고 있다. 정부가 암호화를 깨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강한 암호화와 법 집행 사이에 적용할 수 있는 타협안을 IT회사와 정부가 찾아야 한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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