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유은영 기자] “레지나는 과학기술의 개척가다”

2012년 3월, 구글 관계자는 DARPA(미국 국방고등연구기획청)의 수장이던 그녀를 영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런 그녀가 지난 14일 새둥지를 틀었다. 페이스북은 구글의 선진기술팀 책임자인 레지나 듀건(53세. Regina E. Dugan)을 영입, ‘빌딩 8’의 수장을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빌딩 8’은 증강현실·가상현실, 인공지능과 관련한 기기 개발 등을 담당하게 될 페이스북의 새 연구조직이다.

글로벌 IT기업으로부터 경쟁적으로 러브콜을 받은 레지나 듀건. 그녀의 이름은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미국에선 여성공학도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미국 방위사업과 관련한 활동으로 유명하다.

<사진=www.ted.com 레지나 듀건 강연 캡쳐>

1993년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그녀는 96년부터 DARPA의 방위과학실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한다. DARPA는 미국 국방부 소속 연구기관으로 기존의 무기 시스템과 군사 기술을 뛰어넘는 신기술 개발이 주 임무다. 상업성을 추구하지 않아 실패에 따른 부담이 적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서 그녀는 ‘개코(Dog’s nose)’ 폭발물 감지 프로그램, 생쥐나 메뚜기 크기의 작은 로봇 연구 등 혁신적이고 광범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수행했다.

2001년에는 듀건벤처를 공동창업하기도 했다. 듀건벤쳐는 2005년 ‘레드엑스 디펜스’라는 방위사업체를 열었다. ‘레드엑스 디펜스’는 폭발물 추적탐지 기술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형광물질을 이용한 폭발물 검출 키트가 있다. 실리콘 폴리머 ‘나노와이어’를 활용한 폭발물 탐지기는 자외선 하에서 형광 빛을 내지만 폭발물과 접촉하면 빛을 잃는 점을 활용했다.

2009년 6월, 그녀는 다시 한번 국가의 부름에 응했다. 자신이 일했던 DARPA의 수장으로 복귀한 것. DARPA에서 그녀는 크라우드소싱과 해커 영입으로 밀리터리 R&D의 신세계를 열었다. 사이버 테러전에 대비한 기술 개발을 위해 “Mudge”로 알려진 해커 Peiter Zatko를 프로그램 매니저로 영입한 것. 그녀는 인공지능, 퀀텀 컴퓨터 같은 중장기적인 프로젝트 외에 현실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양산해냈다. 형태 변형 로봇(Shape shifting robots), 마하 20 글라이더, 마인드컨트롤 의수(義手) 등 그전까지 불가능해보이던 것을 성공적으로 실현해 냈다.

그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구글에서도 이어졌다. 2012년 5월, 그녀는 구글 모토로라 모빌리티(현재는 레노보에 매각됨)의 고위직 멤버이자 전무로 선진기술팀을 이끌게 된다. ATAP는 모바일 컴퓨팅과 꿈의 기술을 시장에 가속화시키는 기술자의 집단으로 DARPA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은 다른 이들이 섣불리 시도할 수 없는 고위험 사업에 주력했다.

ATAP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모듈러폰 ‘아라(Ara)’와 ‘웨어러블 기술’을 활용한 인증시스템이 있다. ‘아라’는 핸드폰의 키보드, 배터리, 메모리, 센서 등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조합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생체 전자문신’, 알약을 이용한 암호인증기술팀은 표피에 문신처럼 심어서 명령을 수행하는 비밀번호 시스템이나 알약 삼킴을 통한 인증시스템을 연구한다.

레지나 듀건은 고위험 프로젝트에 대해 “실패는 큰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정형화된 업무처리 방식과 사고를 경계한다. 그녀는 맡은 프로젝트를 2년 이내에 끝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항상 긴장하며 고민하고 이를 현실세계에 실현시키는데 2년이면 충분하다는 것.

페이스북은 그녀의 이런 기획력을 높이 샀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온라인을 오프라인으로 이어줄 기술을 가능하게 할 사람, 레지나 듀건은 이를 현실화 시킬 적임자라는 것이다.

빠른 프로젝트 수행력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 레지나 듀건이 당대 최고 과학기술집단으로부터 갈채를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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