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럽 등 전기차 수요 확산돼 성장 가능성 높아

▲ 주행을 위해 충전중인 전기차.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전기차의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예약판매를 시작한 테슬라모터스의 ‘모델3’(Model 3)는 3일 만에 27만 여대를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배터리 수명이 곧 전기차 수명이기 때문. 보통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5~10년으로 본다. 수명을 다한 배터리는 버려질까. 그렇지 않다.

수명이 다된 전기차 폐배터리는 재활용(Recycle)과 재사용(Reuse), 두 가지 과정을 거친다. 한국전기연구원 진봉수 박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활용을 위해서는 근식과 섭식,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해야한다. 근식은 먼저 전지를 태워 내부의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알루미늄 등을 합금화 시킨다. 이를 황산에 녹여 원소별로 금속을 추출해내는 방식이다. 섭식은 방전과정을 거쳐 분쇄시킨 후 황산에 녹인다. 그 후 불순물을 제거해 금속을 따로 추출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 박사는 “재사용은 배터리 팩을 그대로 다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폐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전지나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2018년부터 전기차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폐배터리 활용방안을 연구 중이다. 지난 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원)은 ‘xEV 폐배터리를 이용한 ESS(500㎾h급) 기술 개발 및 실증’ 사업을 시작했다. 에기원 관계자는 “사업의 주 내용은 전기차 폐배터리의 증가에 대비해, 폐배터리를 등급화해 수급, 해체, 분석, 재처리 등 다시 활용하기 위함에 있다. 아울러 전체적인 단계를 통합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등 전반적인 기술 개발이 주를 이룬다. 지난 11월에 시작된 사업은 3년간 진행되며 기업, 학교, 연구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산자부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산자부가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성장성이 크기 때문. 진봉수 박사는 “서양의 경우, 재활용 공정은 어느 정도 개발돼 있다. 하지만 폐배터리 수급의 문제로 재활용 자체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휴대폰 등을 통한 소형 폐배터리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전기차와 같은 중대형 배터리 수급이 가능해진다면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도 양극소재업체 등 수요처는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진 박사는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법은 이론적으로 다양하다. 폐배터리를 어디에 쓸지 연구하는 곳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밝혔다.

폐배터리사업이 활성화되면 중고 전기차 시장, 배터리 리스 사업, ESS 전지 활성화 등 ‘배터리 유통 비즈니스 플랫폼’이 열릴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IT기업 피엠그로우 이상윤 이사는 “폐배터리를 잘 활용하면 전기차는 물론 에너지저장장치를 취급하는 업계도 상업적 가치가 상승해 양쪽이 상생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전기차 보급이 가장 활발한 곳은 제주도다. 제주도에 보급된 전기차는 지난해 연말까지 2366대로 전국의 41%에 달한다. 올해는 4000대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제주도의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실태는 어떨까.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는 “보조금을 지원받은 전기차는 폐차시 배터리를 지자체에 반납하게 돼 있다. 이렇게 모인 배터리를 다시 ESS용 전지로 재활용해 가정용, 산업용으로 쓸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사업은 작년부터 구상했으며, 정부 차원의 지역거점사업으로 선정돼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폐배터리 산업은 해외시장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중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22만에서 2020년에는 20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가까운 이웃 나라에 거대한 폐배터리 시장이 형성되는 만큼 이런 폐배터리 활용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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