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세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는 도날드 트럼프 공화당 경선 후보.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불과 한 달여 전, 20대 총선 야권 연대 문제로 야권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후보 단일화가 성사된 것은 단 1곳뿐이었다. 그만큼 서로가 후보가 되기 위해 줄다리기가 심했단 방증이다.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공화당 경선 후보 테드 크루즈와 존 케이식은 ‘반 트럼프 연대’에 합의했다.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각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경선 지역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 사면초가에 빠진 두 후보가 도날드 트럼프의 과반을 저지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꺼낸 셈이다. 여론조사에서 크루즈는 인디애나주(5월 3일), 케이식은 오리건(5월 17일), 뉴 멕시코주(6월 7일)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세 지역에 걸린 대의원 수는 109석이다.

하지만 두 후보 간 연대는 하루 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지시간 25일, 케이식 후보가 필라델피아에서 “인디애나 유권자들은 내게 투표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 이에 더해 케이식은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와 회동하고 인디애나주 모금 행사에도 참석했다.

이에 크루즈는 발끈했다. 케이식 발언 직후 크루즈는 “유권자들에게 누구를 위해 투표하라고 말하지 않겠다”고 비꼬았다. 크루즈를 지지하는 슈퍼팩도 지원 사격했다. 케이식을 공격하는 광고를 인디애나 주에서 중단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아울러 보류했던 오리건과 뉴멕시코 주에서의 케이식 비판 광고 계획도 추가했다. 오리건과 뉴멕시코는 케이식의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크루즈-케이식 동맹을 비웃기라도 하듯 트럼프는 26일 진행된 5개주 경선(펜실베니아, 메릴랜드, 델라웨어, 로드아일랜드, 코네티컷)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경선 결과, 트럼프 105명, 크루즈 1명, 케이식은 5명의 대의원을 얻었다. 이로써 트럼프는 총 950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1237명 대의원 확보에 8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반 트럼프 동맹’ 즉 크루즈와 케이식의 연대는 후보 단일화가 아닌 ‘표 나눠먹기식’ 연대다. 이유는 따로 있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크루즈와 케이식 후보가 트럼프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의 전략은 트럼프의 과반 저지를 통해 후보 지명을 계속 연기시키는 것이다. 7월 공화당 전당대회까지 대의원 과반 확보 후보가 없으면 중재 전대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중재 전대는 대의원들이 공화당 지도부 개입 아래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계속하게 된다. 이는 공화당 지도부도 바라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딜레마가 있다. 여론조사에서 연대에 합의한 두 후보가 강세인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트럼프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 이런 이유로 두 후보 중 한 후보가 사퇴한다 해도 사퇴한 후보 측의 지지표가 단일화 후보에게 간다는 보장이 없다. 이 ‘불확실성’ 때문에 단일화가 아닌 연대라는 어정쩡한 ‘반 트럼프 동맹’에 합의한 것이다.

앞으로 남은 승부처는 다음달 3일 인디애나 주(대의원 57명)와 6월 7일 캘리포니아 주(172명) 경선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경우, 크루즈와 케이식 두 후보 모두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크루즈는 남부 캘리포니아와 센트럴 벨리에, 케이식은 서부 해안 지역과 LA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 후보가 캘리포니아 경선에서 트럼프에 승리하더라도 총 대의원 수를 넘어설 수 없다. 하지만 대의원 수가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승리하면 그 여파로 7월 중재 전대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 트럼프 동맹’은 인디애나주 경선이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케이식이 합의 약속을 지켜 인디애나 주에서 크루즈의 손을 들어주면, 크루즈도 오리건 뉴멕시코 주에서 케이식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어 남은 지역에서 트럼프 독주에 제동을 건다는 전략이다. 남은 지역 중 최대 승부처는 캘리포니아 주다.

문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캘리포니아 경선은 오는 6월 7일 실시된다. 캘리포니아 유권자의 80%는 우편으로 투표를 진행하는데 2주 안에 우편이 배송될 예정이다. 따라서 5월 중순 이전에 크루즈-케이식 후보 간에 단일화가 이루어져야 ‘반 트럼프 동맹’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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