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간에도 주식 성적표는 달랐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올 상반기 주식성적표를 두고 증권가에서 나오는 말이다. 이건희 회장은 올 연초 대비 6월말 주식평가액이 7571억 원 상승하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1조 3188억 원 손해를 입었다. 증감 폭은 이 회장은 6.8% 상승한 반면, 이 부회장은 17.3% 하락했다. 이는 1일 한국2만기업연구소가 발표한 ‘상반기 오너 주식성적표’에 따른 것이다.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희비는 ‘삼성SDS’ 주식 가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6월 30일 기준 이 부회장의 삼성SDS 보유 주식 수는 711만 6555주(보통주 기준)이다. 비율로는 9.20%다. 삼성SDS 주가는 6개월 사이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삼성SDS의 지난 1월 4일 종가는 25만500원. 6월 30일 주가는 14만 3500원으로 6개월만에 주가가 42.7% 하락했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은 1조1592억원을 날렸다. 반면 삼성SDS 주식을 비교적 적게 보유한 이 회장은 10억원의 손실을 보는데 그쳤다.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 종목 중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삼성전자에서 주가 부진을 메웠다. 삼성전자 주가는 1월 4일 대비 6월 30일 18.3% 상승했다. 이 덕분에 이 회장은 연초 6조7억원이던 지분 가치가 7조1292억원으로 불어났다. 6개월 사이에 1조1217억원을 번 것. 이 회장보다 삼성전자 지분을 적게 보유한 이 부회장은 1848억원 벌었다.

삼성그룹 외에도 조사 대상 19명의 그룹 오너 중 13명(68.4%)이 연초 대비 주식평가액이 하락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1월 초 3조8675억 원에서 6월 말 3조3351억원으로 5324억원의 지분 가치가 사라졌다. 이재현 CJ 회장도 5239억 원을 잃었다. 이 회장의 지분 가치는 연초 3조 985억 원이었으나 상반기 말 2조5745억원으로 감소했다. 최태원 회장은 SK(주)에서만 5268억원, 이재현 회장은 CJ(주)에서만 5155억원의 주가 손실을 입었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부자도 주식평가액이 각각 2173억원, 4014억원 감소했다. 액면 분할한 롯데제과 지분 가치 하락을 시작으로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 롯데손해보험 등에서 고전했다. 신격호·신동빈 부자가 보유한 상장 주식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주식 가치만 상승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주식 가치가 2491억원 줄어들었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에서만 1484억원의 주가 손실을 입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1247억 원, 구본무 LG 회장은 1051억원의 주가 손실을 입었다.

반면 6명의 오너는 같은 기간 지분 가치가 상승했다. 눈길을 끄는 오너는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중공업 정몽준이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은 올해 초 대비 주가가 1543억원 상승했다. 금액으로는 8142억원이다.

허창수 GS 회장도 올해 초 3758억원에서 6월말 4381억원으로 622억원 상승했다. 이수영OCI 회장 457억원(1월초 1915억원→6월말 2373억원), 장형진 영풍 회장 381억원(4416억원→4797억원), 조석래 효성 회장 249억 원(4186억원→4435억원)도 보유 주식 가치가 상승했다.

오일선 한국2만기업연구소 소장은 “대기업 오너들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 종목은 61곳으로 이중 75%인 46개 종목이 1월 4일 대비 6월 30일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6개월 동안 국내 경기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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